약팽소선(若烹小鮮)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의 준말로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生鮮)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무엇이든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는 말이다.
若 : 같을 약(艹/5)
烹 : 삶을 팽(灬/7)
小 : 작을 소(小/0)
鮮 : 고울 선(魚/6)
(유의어)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출전 :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
작은 생선을 구울 때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한 눈을 팔면 타버리고 자주 젓가락으로 이쪽저쪽 뒤집다 보면 부서져서 가뜩이나 작은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불의 세기, 기름과 가열되는 불판을 보아가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조그만 생선 굽기에 비유하여 일반 조직에서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까지 아랫사람에 간섭하지 않고 이끌어가야 잘 풀리고 발전한다고 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나온 너무나 유명한 성어다. 60장의 거위장(居位章)을 보면 원래의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첫 머리에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 도를 가지고 천하에 나아가면 귀신도 영험을 부리지 않는다로 나온다.
治大國(치대국)
若烹小鮮(약팽소선)
以道蒞天下(이도리천하)
其鬼不神(기귀불신)
큰 나라를 이끌려는 사람은 이것저것 세심하게 지시하지 말고 분위기만 맞춰놓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가(道家)의 창시자답게 여기서도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이 배어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탕을 만들어놓고 지켜보며 기다릴 줄 알아야 좋은 지도자다.
이보다 앞서 나라를 다스리는데 생선을 등장시킨 예가 또 있다. 맹자(孟子)가 꼽은 4대 성인 중의 한 사람인 이윤(伊尹)은 기원전 17세기경 하(夏)나라의 마지막 포악한 걸왕(桀王) 때의 사람이다. 탕왕(湯王)을 도와 상(商)나라를 건국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미천한 신분의 이윤은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훤히 꿰뚫을 만큼 현명했다. 거기에다 요리를 잘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당시 부족을 이끌던 탕왕이 찾아와 어떻게 요리를 하기에 맛이 있다고 하는지 물었다.
음식은 짜서도 싱거워서도 안 됩니다. 재료가 잘 어울려야 하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음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治國如同做菜/치국여동주채). 지나치게 조급해서도, 나태해서도 안 되고 알맞아야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치국의 지혜를 깨달은 탕왕이 국정에 기용했다고 한다.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에 실렸다.
▶️ 若(같을 약, 반야 야)은 ❶회의문자로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右(우; 오른손, 손으로 물건을 잡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캐는 일의 뜻으로 만약의 뜻으로 쓰임은 가차(假借)의 뜻이다. ❷상형문자로 若자는 ‘같다’나 ‘만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若자는 艹(풀 초)자와 右(오른쪽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若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갑골문에서는 양손으로 머리를 빗는 여인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갑골문에서의 若자는 ‘온순하다’나 ‘순종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금문에서부터는 여기에 口(입 구)자가 추가되면서 ‘허락하다’라는 뜻이 더해졌다. 하지만 소전에서는 若자가 ‘같다’나 ‘만약’과 같은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言(말씀 언)자를 더한 諾(허락할 낙)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若(약, 야)은 ①같다 ②어리다 ③이와같다 ④좇다 ⑤너 ⑥만약(萬若) ⑦및 ⑧이에(及) ⑨바닷귀신 ⑩어조사(語助辭) ⑪성(姓)의 하나 그리고 ⓐ반야(般若;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닫고 불법을 꿰뚫는 지혜)(야) ⓑ난야(蘭若; 사찰)(야) ⓒ성(姓)의 하나(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정도나 양 따위가 얼마 되지 아니함을 약간(若干), 어떠함을 약하(若何),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약혹(若或), 바둑에서 아직 어리석은 경지에 있다는 약우(若愚), 무덤이 집 모양과 같음 또는 그런 무덤을 약당(若堂), 자기의 몸이나 뜻이 더럽혀질 것과 같이 생각함을 약매(若浼), 갓난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이 함을 약보(若保), 이와 같이를 약시(若是), 이렇게를 약차(若此), 만일이나 혹시를 만약(萬若), 과연이나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를 과약(果若), 분별이나 망상을 떠나 깨달음과 참모습을 환히 아는 지혜를 반야(般若), 늙은이와 젊은이를 노약(老若), 가정하여 말하자면을 기약(假若),큰 일을 당하여도 아무렇지 않고 침착함을 자약(自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약팽소선(若烹小鮮), 부절을 맞추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꼭 들어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약합부절(若合符節), 있는 둥 마는 둥을 약존약망(若存若亡), 이러 이러함을 약시약시(若是若是) 등에 쓰인다.
▶️ 烹(삶을 팽)은 회의문자로 亨(형; 솥의 모양, 삶음)과 灬(화; 불)의 합자(合字)이다. 솥에 불을 가하여 삶다의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烹(팽)은 ①음식물을 삶다 ②삶아지다 ③삶아서 죽이다 ④쇠붙이를 불리다 ⑤요리, 익힌 음식 ⑥삶아서 죽이는 벌,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삶은 달걀을 팽란(烹卵), 음식을 삶고 지져서 만듦을 팽임(烹飪), 삶고 구움을 팽료(烹爒), 얼음처럼 미끄러운 순채蓴菜를 삶음을 팽빙(烹氷), 죽여 멸함을 팽멸(烹滅), 삶음을 외팽(煨烹), 쪄서 삶음을 증팽(蒸烹), 썰어 삶아서 음식을 조리함을 할팽(割烹), 형벌의 하나로 가마에 넣어서 삶아 죽임을 확팽(鑊烹), 굽거나 삶아서 음식을 만듦을 포팽(炮烹),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교토사주구팽(狡兔死走狗烹),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약팽소선(若烹小鮮), 머리를 삶으면 귀까지 삶아진다는 팽두이숙(烹頭耳熟), 소를 삶을 수 있는 큰 가마솥에 닭을 삶는다는 우정팽계(牛鼎烹鷄), 배 부를 때에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그 맛을 모른다는 포어팽재(飽飫烹宰), 설 같은 때에 양이나 염소 등을 잡아 잔치를 차려 베풂을 팽양포고(烹羊炮羔), 설 삶은 말 대가리로 고집이 세고 멋대가리 없는 모양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마두생팽(馬頭生烹) 등에 쓰인다.
▶️ 小(작을 소)는 ❶회의문자로 한 가운데의 갈고리 궐(亅; 갈고리)部와 나눔을 나타내는 八(팔)을 합(合)하여 물건을 작게 나누다의 뜻을 가진다. 小(소)는 작다와 적다의 두 가지 뜻을 나타냈으나, 나중에 小(소; 작다)와 少(소; 적다)를 구별하여 쓴다. ❷상형문자로 小자는 ‘작다’나 ‘어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小자는 작은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작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고대에는 小자나 少(적을 소)자의 구분이 없었다. 少자도 작은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小자는 ‘작다’로 少자는 ‘적다’로 뜻이 분리되었다. 그래서 小자가 부수로 쓰일 때도 작은 것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지만 때로는 모양자 역할만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小(소)는 크기에 따라 대(大), 중(中), 소(小)로 나눌 경우의 제일(第一) 작은 것의 뜻으로 ①작다 ②적다 ③협소하다, 좁다 ④적다고 여기다, 가볍게 여기다 ⑤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주의하다 ⑥어리다, 젊다 ⑦시간상으로 짧다 ⑧지위가 낮다 ⑨소인(小人) ⑩첩(妾) ⑪작은 달, 음력(陰曆)에서 그 달이 날수가 30일이 못 되는 달 ⑫겸양(謙讓)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어 ⑬조금, 적게 ⑭작은, 조그마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작을 미(微), 가늘 세(細), 가늘 섬(纖),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클 대(大), 클 거(巨)이다. 용례로는 적게 오는 눈을 소설(小雪), 일의 범위가 매우 작음을 소규모(小規模), 작은 수(數)나 얼마 되지 않는 수를 소수(小數), 나이 어린 사람을 소인(小人), 어린 아이를 소아(小兒),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작은 규격이나 규모를 소형(小型), 자그마하게 포장한 물건을 소포(小包), 줄여서 작아짐 또는 작게 함을 축소(縮小), 가장 작음을 최소(最小), 공간이 어떤 일을 하기에 좁고 작음을 협소(狹小), 키나 체구가 보통의 경우보다 작음을 왜소(矮小), 아주 매우 작음을 극소(極小), 약하고 작음을 약소(弱小), 너무 작음을 과소(過小), 매우 가볍고 작음을 경소(輕小), 보잘것없이 작음을 비소(卑小), 마음을 조심스럽게 가지어 언행을 삼감을 소심근신(小心謹愼), 작은 것을 탐하다가 오히려 큰 것을 잃음을 일컫는 말을 소탐대실(小貪大失), 혈기에서 오는 소인의 용기를 일컫는 말을 소인지용(小人之勇),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라는 뜻으로 노자가 그린 이상 사회 이상 국가를 이르는 말을 소국과민(小國寡民), 큰 차이 없이 거의 같음을 일컫는 말을 소이대동(小異大同), 어진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면 소인들은 겉모양만이라도 고쳐 불의한 것을 함부로 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소인혁면(小人革面), 마음을 조심스럽게 가지어 언행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소심근신(小心謹愼), 세심하고 조심성이 많다는 뜻으로 마음이 작고 약하여 작은 일에도 겁을 내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소심익익(小心翼翼), 조그마한 틈으로 물이 새어들어 배가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을 게을리하면 큰 재앙이 닥치게 됨을 비유하는 말을 소극침주(小隙沈舟), 얼마 안 되는 작은 물 속에 사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죽음이 눈앞에 닥쳤음을 이르는 말을 소수지어(小水之魚) 등에 쓰인다.
▶️ 鮮(고울 선/생선 선)은 ❶회의문자로 鲜(선), 鱻(선)은 동자(同字)이다. 부드러운 양고기(羊)처럼 맛있는 물고기(魚)는 싱싱하다는 뜻을 합(合)하여 '곱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鮮자는 '곱다'나 '선명하다', '싱싱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鮮자는 魚(물고기 어)자와 羊(양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鮮자는 羊자가 아닌 羴(누린내 전)자가 쓰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鮮자에 대해 "선(鮮)이란 물고기 이름인데 맥(貉)국에서 나온다. 어(魚)와 전(羴)은 모두 의미 부분이며 발음 부분은 생략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羴자가 '냄새'를 뜻하고 魚자가 '생선'과 관련된 글자임을 전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鮮자는 본래 '물고기'의 한 종류를 뜻하다가 후에 '신선한 생선' 즉 '살아있는 생선'을 뜻하게 되었고 이것이 다시 확대되어 '깨끗하다', '선명하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鮮(선)은 성(姓)의 하나로 ①곱다 ②빛나다 ③선명(鮮明)하다 ④깨끗하다 ⑤새롭다 ⑥싱싱하다 ⑦좋다 ⑧적다 ⑨드물다 ⑩생선(生鮮: 가공하지 않은 물에서 잡아낸 그대로의 물고기) ⑪날것(익히지 않은 것) ⑫물고기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고울 연(姸), 고울 선(嬋), 고울 진(縝), 고울 염(艶), 고울 려(麗)이다. 용례로는 산뜻하고 뚜렷함이나 깨끗하고 밝음을 선명(鮮明), 생생하고 새빨간 피를 선혈(鮮血), 채소나 생선 따위의 신선한 정도를 선도(鮮度), 산뜻하고 깨끗함을 선결(鮮潔), 선명하고 아름다움을 선미(鮮美), 품질이 좋은 쌀을 선미(鮮米), 날고기 조각을 선자(鮮胾), 곱게 단장함을 선장(鮮粧), 새로 모임을 선집(鮮集), 산뜻하고 묘함을 선묘(鮮妙), 신선한 맛을 선미(鮮味),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을 선민(鮮民), 산뜻한 빛을 선색(鮮色), 생선 반찬이 곁들인 밥을 선식(鮮食), 신선한 물고기를 선어(鮮魚), 아름다운 구름을 선운(鮮雲), 신선한 고기를 선육(鮮肉), 선명하고 아름다운 옷을 선의(鮮衣), 싱싱한 야채나 신선한 채소를 선채(鮮菜), 갓 잡은 신선한 명태를 선태(鮮太), 신선하여 좋음 또는 선명하여 아름다움을 선호(鮮好), 산뜻하고 고운 빛깔의 꽃을 선화(鮮花), 선명하고 화려함을 선화(鮮華), 채소나 생선 따위가 싱싱함을 신선(新鮮), 말리거나 절이지 않은 물에서 잡아 낸 그대로의 물고기를 생선(生鮮), 살지고 싱싱한 고기나 생선을 비선(肥鮮), 한 자 가량 크기의 생선을 척선(尺鮮), 물좋은 생선을 미선(美鮮), 꿩과 생선을 치선(雉鮮), 말리거나 절이지 아니한 물고기를 어선(魚鮮),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무엇이든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는 말을 약팽소선(若烹小鮮), 자주 대하니 신선함이 없다는 뜻으로 너무 자주 보아 전혀 새롭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누견불선(屢見不鮮)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