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총회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선 부총회장 임태득 목사(대명교회)는 '20억 원 대출 건' 등 악재를 안고도 총대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당선됐다. 관심을 모았던 목사 부총회장 제비뽑기에서는 서기행 목사(대성교회)가 고제동 목사(보린교회)를 누르고 당선됐다.
총대들이 빨간 구슬과 노란 구슬이 섞인 함에서 하나씩 꺼내고 후보들이 구슬을 고르는 순서로 진행한 결과, 서 목사는 451개로 집계된 빨간 구슬을 집어들었고 고 목사는 438개를 나온 노란 구슬을 선택했다.
목사 부총회장 선거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된 장로 부총회장 선거에서는 심갑진 장로(신흥교회)가 423개 짜리 구슬을 선택해 372개 짜리 구슬을 집은 김원삼 장로(덕림교회)를 눌렀고, 부서기 선거에서는 이병선 목사(전주아멘교회)가 330개 짜리 구슬을 선택해 317개 짜리 구슬을 집은 김태진 목사(은석교회)를 제쳤다.
사흘째인 9월 25일에는 6년간 총회 단골로 등장한 '광주 광현교회 건'을 가지고 장로들과 목사들이 설전을 벌이다가 감정싸움으로 번져 장로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광현교회(최석호 목사)는 담임목사와 장로들이 대립하던 중 장로들이 목사에게 사임을 권유한 것이 발단이 돼 지금은 함께 예배를 드리지 못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됐다. 해당 노회에서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총회에 상소, 총회 때마다 한 번은 장로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판결이 나고, 다음에는 장로직을 원상회복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오전 특별재판국 보고에서 판결문에 대한 보고가 나오자 또 한 번 목사들과 장로들이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를 보던 총회장 임태득 목사가 "장로회장은 신문에 이 문제를 가지고 광고를 내고서 협박을 했다"면서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장로들에게 도매금으로 언권을 안 준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로들이 일제히 퇴장했고, 이곳 저곳에서 격한 말들이 오갔다. 여러 사람이 나와 중재에 나서 겨우 진정 국면에 들어갔고, 모든 총대들이 기도한 뒤 일단 이 문제를 접고 다른 회무를 처리했다.
광현교회 외에도 안성중부교회·학미교회·광염교회 등 지역교회 문제로 많은 시간을 썼고, 그 때마다 격론이 오갔으나 시원한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장 인사 받기 싫다
▲예장합동은 다른 교단의 임원들을 맞이하기 위한 작은 단상을 마련했다.
예장합동이 총회를 방문하는 다른 교단 총회장단을 어느 단상으로 불러서 인사하게 할 것인지를 놓고 뜨겁게 논쟁을 벌였다. 각 교단의 총회장단은 다른 교단의 총회가 열릴 때 서로 방문해 인사를 하는 관례가 있다. 예장합동 총회에도 기장, 예장대신, 예장 미주총회 등에서 총회장과 총무 등이 방문했다.
이들이 가고 나자 전 총회장 최기채 목사가 "다른 교단 총회장단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면서 "회무를 처리하는 아래쪽에서 인사하게 하지말고 총회장석으로 올려 맞이하자"고 제안했다. 그 동안 경직된 장자교단 의식을 벗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교단 총회장단을 맞이하자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교단 총회장단에 대한 예우 문제에 대해 갖가지 의견들이 쏟아졌다. 다른 교단의 경우 다른 교단장이 찾아오면 기립박수를 한다면서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의견, 절대 총회장석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립을 이뤘다. 법이 어떻게 정의하는지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고, 잔치에 초대를 받으면 말석에 앉으라는 성경 구절을 예로 들며 총회장석에 올릴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사하러 들렀던 기장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감정들을 쏟아냈다. 부총회장 서기행 목사는 "고신과 통합의 경우는 기쁘게 환영할 수 있지만, 기장에서 오는 것은 껄끄럽다"고 했다. 김혁석 목사도 "불쾌한 교단에서 와서 인사했다"면서 "그들이 여기 와 자기 교단 광고하는 것도 문제 있다. 또 우리 교단을 추켜세운다고 우리가 달가워할 줄 아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총대들도 "기장은 거르자", "강단교류가 금지된 기장 같은 교단에서 오는 것은 별로 반갑지 않다"며 기장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기독신문> 사장·주필·실행위원·임원 해임안
26일 총회가 끝나기 한 시간 전 <기독신문> 사장·주필·실행위원·임원 해임에 대한 긴급동의안이 상정돼, 총대들끼리 멱살을 잡고 고성이 오가는 싸움 끝에 총회 임원과 기독신문사 이사회가 선임한 7인특별감사위원회가 공동으로 이 안건을 처리하기로 결론 내렸다.
총회 기간 중에 이신 장로 외 49명은 <기독신문> 사장·주필·실행위원·임원 해임에 대한 긴급동의안을 총회에 올렸다. 이 장로 등은 이들의 해임 이유로 △공문서 변조와 이사회 기만 △규정에 없는 상여금 수령 △주무국장의 허락 없이 공금을 개인 여행 경비로 사용 △<기독신문> 노조 결정 방치 △주필의 지나친 행정 간섭과 파행적 운영 △원칙 없는 경영과 감독 소홀 등을 들었다.
<기독신문> 이사들을 비롯해 대다수 총대들은 신문사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인정했다. 이사장 변우상 목사가 총대들 앞에서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고, 이사 김동권·이경원 목사도 총대들에게 "<기독신문>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총회가 이 안건을 임원회에 맡기기로 결정하자 <기독신문> 실행이사들이 주축이 된 40여 명의 이사들이 회의장 앞으로 몰려나와 총회 스텝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발언대를 차지하려는 이사들과 이를 막으려는 스텝들이 멱살을 잡고 거친 욕설들을 주고 받았다.
30여 분간 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 총회의 결정을 번복하고 임원회와 <기독신문> 이사회에서 선임한 7인특별감사위원회가 공동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결론지었다.
은급재단 20억 대출 건 내용 확인 없이 기각
'은급재단 문제'는 총회 전까지만 해도 이번 총회를 뜨겁게 달굴 문제로 평가받았다. 은급재단이 낙골당 사업을 1년 간 중지하라는 작년 총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당시 부총회장 임태득 목사가 은급재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이 모든 일을 직접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회 첫날 임태득 목사는 특별한 반대 없이 총회장에 올랐다. 한 총대가 "은급재단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라"고 요구해 작은 소동이 벌어졌지만, 대세를 바꾸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임 목사가 총회장에 오르자 은급재단과 관련된 청원들도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고 넘어갔다. 동평양·서대전·서울·평남노회는 은급재단이 20억 원의 은급기금을 유용했다며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청원을 총회에 올렸다.
권영식 장로는 "임 이사장이 20억 원을 모두 가져왔다"면서 "은급재단 건은 이미 종결된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남상훈 장로도 "현 총회장과 관련된 것이다"면서 "없던 일로 하자"고 말했다. 사회를 보던 부총회장 서기행 목사는 총대들의 별다른 반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 청원 건을 기각하기로 동의, 제청을 받았다.
이 안건이 처리되자 임태득 목사는 총회장석에 올라와 총대들에게 "감사하고, 또 미안하다"고 운을 뗀 뒤, "(20억 원 대출 건은) 은퇴한 목사들에게 돈을 조금 더 주자는 뜻에서 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총회신학원 총신사회교육원에 위탁교육하기로
대구노회 등 11개 노회에서 헌의한 '대신대·칼빈대 신학대학원(M.Div) 졸업생의 총회신학원 재교육 건' 등은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이사장 길자연 목사)로 넘겨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대구노회 등은 대신대·칼빈대 출신 학생들이 서울에서 1년 간 공부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면서, 방학기간을 이용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했다.
그러나 무리가 있다는 여론이 우세했고, 김의원 총신대 총장도 무리라며 손을 내저었다. 결국 이 문제는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에 맡기기로 했다.
한편 총회보다 하루 이른 9월 22일 열린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적을 받고 총신대에서 분리한 총회신학교를 총회신학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총회신학원 학생들을 총신대가 운영하는 총신사회교육원에 위탁교육하기로 결정했다. 운영이사회는 총신사회교육원에서 목회자 전문과정 3년을 이수한 학생에게 총회장 명의로 졸업장을 수여하고 강도사 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
<기장> 총회회관 건립과 헌법개정 문제 '뜨거운 감자'
선거결과
첫날 열린 임원선거에서는 관례대로 부총회장 김옥남 목사가 총대들의 기립박수로 총회장에 선출됐다. 이어진 목사 부총회장 선거에서는 김의용 목사(해남중부교회), 김동원 목사(성은교회), 임광의 목사(남문교회), 서재일 목사(영강교회) 모두 4명이 출마한 결과, 김동원 목사가 당선됐다. 김동원 목사는 1차 투표에서 199표를 얻어 203표를 얻은 임광의 목사와 2차 투표에 들어갔다.
그 결과 김동원 목사가 361표를 얻어 304표에 그친 임광의 목사를 따돌리고 목사 부총회장에 당선됐다. 장로 부총회장 선거에서는 단독 출마한 고동식 장로(동암교회)가 찬성 338표, 반대 268표로 과반수인 310표를 가까스로 넘겨 당선됐다.
총회회관 건립 원점에서 다시 시작
기장 총회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총회회관 건립문제였다. 총회 마지막 날 정치부(부장 전병금 목사)는 7개 노회가 공동으로 제출한 '총회회관 건축 일시중지' 헌의안에 대해 20명의 건축추진위원회를 새롭게 구성, 처음부터 논의를 다시 하자는 안건을 올렸다.
정치부는 건축추진위원회 구성을 모두 20인(감사 2인 제외)으로 하되, 총회유지재단이사회 6인, 총회대표 5인, 건축전문인 9인과 감사 2인을 두어 건축추진위원회에서 총회회관 건립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일부 총대들은 "유지재단이사회 6인이(건축추진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 많다"면서 "지금까지 총회회관 건립에 관련되어 있던 분들은 빠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병금 목사는 "유지재단이사회 6인이 참여하는 것은 회관 건축의 연속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다"며 "모두 20인 중에 유지재단이사회가 파송한 위원을 제외한 14인이 모두 교체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총대들은 정치부에서 다시 회의해 새로운 안건을 올릴 것을 결의했다. 이에 정치부는 오후에 속회된 회의에서 건축추진위원회의 구성을 현재 20인에서 40인으로 늘려 구성할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총대들은 "건축추진위원회 참여 인원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라 유지재단이사회의 참여 인원을 줄이라는 것이다"고 반발했다.
이에 한 총대가 "건축추진위원회를 20인으로 하되 참여인원을 유지재단이사회 2인, 총회대표 13인, 건축전문가 5인으로 구성하자"고 밝혔다. 결국 이 안건을 두고 투표 한 결과, 찬성 275표, 반대 125표로 유지재단이사회에서는 2인만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전병금 정치부장 역시 "이 안건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법 제55조 5항 노회에서 다시 찬반 투표 실시
사상 초유의 총회장소 점거 농성 사건을 촉발했던 헌법 제55조 5항 문제는 '24개 각 노회에서 다시 찬반 투표를 실시하되 투표가 이뤄지기 전까지 헌법 제55조 5항의 시행은 보류한다'로 결정났다.
헌법 제55조 5항은 '노회의 노회장, 시찰장, 정치부원은 조직교회의 담임목사이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장 소속 일부 목사들이 대책모임을 만들고 "기장의 정체성에도 맞지 않고 통과되는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며 총회장소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했던 법제부(부장 이종률 장로)는 논란을 의식한 듯 법제부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본회의로 넘겼다. 이에 일부 총대들은 "직무유기 아니냐"며 강하게 따지는 등 고성이 오가자 김옥남 총회장은 "이 조항은 다시 각 노회에서 재수의할 수 있도록 돌려보내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일부 총대들은 "재수의는 말이 안 된다"며 "왜 법제부에서 이 문제를 기피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총회장의 간곡한 만류와 대다수 총대들이 다시 노회로 돌려보내 재수의할 것을 박수로 결의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