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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밤티재 → 갈림길 → 화악산 → 암릉 지대 → 윗화악산 → 한재 → 아랫화악산 → 안부 → 독짐이고개 → 철마산 → 초현리'의 9km 구간을 4시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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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산[華岳山]
[정의]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평양리·각남면 사리와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의 경계에 있는 산.
[명칭 유래] 옛 기록에 화악산(華岳山)[932m]은 화산, 화악, 둔덕(屯德)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화악산을 둔덕이라고도 하였고, 『대동지지(大東地志)』에 ‘화산은 서남 5리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자연환경] 화악산은 동남쪽으로 철마산[634m], 서쪽으로 요전재, 큰태재를 넘어 배바위산, 천왕산[619m], 남쪽으로 경상남도 밀양시의 형제봉, 북쪽으로는 밤티재에서 낮아지다가 남산[852m]에서 다시 솟아나며 청도천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선상지를 이루며 낮아진다. 화악산 북쪽 능선의 밤티재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한제천이 흐르고, 서쪽에는 부곡천이 흐른다. 화악산 일대의 지질은 중생대 백악기에 주산 안산암질암이 관입과 암상 접촉한 후, 불국사통의 흑운모 화강암이 화악산의 서쪽으로 관입하였다. 주산 안산암질암이 주로 분포하는 화악산과 철마산 일대는 흑운모 화강암이 분포하는 남산 일대와 유사하게 600∼900m의 산지를 이룬다. 화악산의 깊은 계곡에는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마르지 않는 샘인 비수덤이 있고, 과거에는 가뭄이 심하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화악산의 봉우리 중 하나인 신선봉(神仙峰)은 신통력을 가진 신선인 신당 할멈이 살았다고 하여 마을의 무사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모셨다고 한다.
[현황] 청도군 청도읍 평양리와 각남면 사리,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하천의 골짜기를 따라 각북면과 청도읍을 연결하는 지방도 902호선이 지난다. 화악산 골짜기의 맑은 물을 이용하여 재배하는 한재골[상리, 평양리, 음지리, 초현리 일대] 미나리가 유명하다. 화악산은 철마산과 연결된 능선을 따라 오르며, 대표적인 등산로는 중리∼밤티재 갈림길∼화악산∼윗화악산∼아래 화악산∼철마산∼중리로 이어지는 원점 산행이 있다. - 향토문화전자대전
일요일인 1월 14일은 오지 전문 산악회가 계획한 경북 청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는 화악산에 오르기로 했다. 애초 화요 무박 지리산 거대종주, 목요 오지 팀 천고지 인제 한석산 등의 산행이 계속 이어져, 토·일 산행은 쉴 생각이었으나, 청도의 화악산 또한 쉽게 갈 수 없는 오지 중 하나라 기회가 있을 때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체력이 버틸지는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애초 안내산악회에서는 밤티재를 들머리로 하는 청도의 진산이라는 남산 산행이 주고, 그 산행만으로는 성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아, B 코스로 역시 밤티재를 들머리로 하는 화악산행을 덧붙인 거다. 가고 싶은 산에 가면 그만이니, 어느 산이 주인지는 중요하지 않은데, 안내산악회 주인장이 다년간 경험을 토대로 근처의 두 산을 같은 들머리에서 A, B로 나누어 진행하며, 성원을 채우는 건 탁월한 전략이다!
이 산행이 다른 안내산악회 또는 자체 산행의 1+1과 다른 건, 한 산에 오른 후 버스로 다른 산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같은 들머리에서 각자 원하는 산으로 서로 반대로 진행하는 산행이라는 거다. 해서, 두 산을 묶어 달리는 것도 괜찮아 보이나, 그러기에는 당일 산행으로는 코스가 너무 길어, 둘로 나눈 거다. 고로 다음에는 지난번에 오르지 않은 산을 오르는 같은 계획의 두 번째 산행도 진행할 수 있으니, 안내산악회 주인장으로서는 일거양득이다. 대기업 안내산악회라면, 그걸 무박으로 한꺼번에 달리지 않을까? 어쨌든 당일 날씨는 영상 6도에서 영상 12도, 바람은 2~3m/s, 오전은 맑다가, 12시부터 구름이 잔뜩 낀다는 예보라, 조망은 좋지 않을 전망이나, 산행에 좋은 날씨가 예상된다. 그리고 일요산행 신사역에서 출발하는 안내산악회라, 김밥을 구할 수 없어, 점심은 다른 대안을 생각 중이다. 화악산 날머리에 ‘한재초록들농장식당’이 있기는 한데, 워낙 평이 좋지 않아, 걱정이지만, 그래도 영업을 한다면, 당연히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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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0분 강남 신사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산악회를 이용하는 산행 중 가장 늦게 기상해 평소와 같은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애초 김밥집이 다 쉬는 일요일이라, 점심으로 산에서 라면을 끓일 생각으로 평소 가지고 다니지 않던 의자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배낭이 무겁고, 갑자기 라면 끓이는 게 귀찮아졌다. 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연신내역 연서 시장 마약 김밥은 365일 영업한다는 게 기억났다. 그래도 혹시나 해, 준비한 라면과 의자를 배낭에 넣고, 6시경 집을 나서 버스로 연신내역으로 갔다. 그리고 연서시장으로 들어가자, 예상대로 그 김밥집만 문을 열고, 열심히 김밥을 싸고 있다. 이 주변 돈은 다 긁어모은다. 와중에 실수로 한 정류장 더 가는 사이 연신내에서 정상적으로 내린 등산객이 그 집에서 아침으로 국수를 먹고 있다가, 나를 보고는 저 등신은 뭐지 하는 표정이다. 도로를 두 번 건너는 게 귀찮고, 좌회전하자마자 정류장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다음 정류장이 그렇게 멀지 상상도 못 했다!
어쨌든 그 집에서 마약 김밥으로 유명한 김밥을 한 줄 사서 배낭에 넣고, 연신내역으로 가, 오금행 6시 19분 열차를 탔다. 그리고 6시 50분 신사역에 도착했다. 7시 10분 출발 버스라, 지금 4번 출구로 나가봐야 추위에 떨기만 할 뿐이라, 역 구내를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며, 문을 연 가게가 있는지 확인했다. 없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른 후, 4번 출구로 나가자, 예상대로 버스는 아직이나,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해서 늘 그랬듯이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가, 따뜻한 의자에 앉아,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자, 7시 1분경 사거리를 건넌 버스가 산악회 버스가 정차하는 곳에 선다. 해서, 배낭에서 버스 내에서 사용할 것이 든 파우치, 라면 끓일 모든 것이 든 디팩, 그리고 의자를 꺼내 손에 들었다. 물론 배낭은 다른 손에 들고 버스로 갔다. 버스에 도착해 배낭은 짐칸에 넣고, 나머지는 들고 버스에 타, 선반 올렸다. 최대한 가벼운 배낭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다!
의자에 앉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가장 편한 자제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이 안 와, 어쩔 수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 버스가 출발한다. 그리고 죽전과 신갈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웠다. 와중에 죽전에서 승객 한 명이 버스를 보지 못하는 바람에 그 승객이 버스로 달려올 때까지 간이정류장 출구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주유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휴게소로 들어가고, 좀 있으니, 대장이 누군가와 통화하는데, 차를 놓친 또 다른 승객이다. 통화 내용으로 봤을 때, 청도로 가는 중간에 휴식하는 휴게소까지 차를 타고 오겠다는 거 같다. 그러자, 대장은 가까운 다음 휴게소로 들어갈 테니, 그리로 오라고 편의를 봐준다. 주변이 시끄러워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모르나, 이후 버스에 탄 승객은 없다. 자가용으로 휴게소까지 오는 비용이 산악회비보다 더 들지 않을까? 어쨌든 주유하는 동안 할 일이 없어, 대장이 등산 지도와 코스가 인쇄된 안내지를 나눠주고 먼저, 이번 산행 A 코스인 청도 남산 산행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동네 남산은 내 관심사가 아니지만, 그래도 귀를 기울여 주의 사항과 코스 설명을 들었다. 설명이 끝나고, 실내등이 꺼지자, 다들 자는 분위기나 잠이 안 와 책을 읽다가, 어둠 속에서 패드로 책을 봐서 그런지 눈이 아프면 눈을 감고, 3~4분가량 누워 있다가 다시 책을 읽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온다. 휴게소다. 스트레칭도 해야 하고, 눈의 피로도 풀어야 해, 버스에서 내려, 먼저 휴게소의 정체를 확인했다. 화서다. 어는 산행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에 들른 기억은 난다. 일단 볼일을 보고, 식당으로 가 정수기 물을 마셨다. 그리고 식당 옆 출구로 테마 소공원으로 갔다. '캐릭터 테마 공원'이다. 언제 여기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그때도 이 테마공원을 보고 실망했다는 걸 떠올리며, 버스로 돌아갔다. 좀 지나자, 버스가 출발하고, 인솔 대장이 이번에는 B 코스인 화악산행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남산과는 달리, 화악산은 철마산까지 가는 A 코스와 화악산만 오르는 B 코스로 나뉘는데, B 코스는 철마산까지 가는 A 코스 중간에서 하산하는 거라, 먼저 A 코스 설명을 시작했다. 들머리인 밤티재가 해발 400m가량이지만, 첫 전망대인 돌탑봉 삼거리까지 1.5km에서 500m를 올려야 해, 시작이 쉽지 않다고 했다. 돌탑봉에서 이번 산행 A 코스인 남산을 조망한 후 갈림길에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다. 화악산 이후는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게 대장의 설명이다. 가장 높은 화악산에서 내려가는 산행이라 조망도 탁월하다고. 다만, 철마산 이후 날머리인 초현리까지 낙엽 쌓인 급경사에 길도 없으니, 철마산 직전 ‘독짐이재’로 다시 내려와, 음지리로 하산해, B 코스 날머리인 평양1리까지 700여 미터에 불과하니, 그 코스를 권했다. 대장 또한 그 코스로 갈 거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독짐이재’에서 철마산까지 600m니, 왕복 1.2km다. 물론 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
설명이 끝나고, 다시 실내등이 꺼지자, 이번에는 다들 자다가 지쳤는지 핸드폰을 보고 있다. 물론 나 역시 책을 보다가 눈이 아프면, 눈을 감고 3~4분 쉬기를 다시 반복했다. 그리고 버스가 도심을 지나, 고개를 오르기 시작하자, 실내등이 다시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마지막 설명을 했다. 그리고 11시 20분 들머리인 밤티재 도착 예정이라, 이번 산행에 6시간이 책정되어, 남산이 5시 20분 마감, 화악산 A 코스라 5시 10분 마감. 혹시 처음 계획대로 철마산을 지나 초현리로 하산할 산꾼이 있는지 물어 손을 들었다. 나를 포함 너덧 명의 진정한 산꾼이 손을 든 듯하다. 그러자, 초현리 마감은 5시 15분으로 공지했다. 고로 버스는 화악산 A 코스 날머리인 평양1리 노인회관에서 5시 10분 출발해, 5시 15분 초현리 버스정류장을 거쳐, 5시 20분 남산 날머리인 ‘청도그린빌’ 앞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서울로 출발하는 일정이다. 막 대장의 말이 끝나고 조금 지난 11시 22분경 버스가 밤티재에 도착했다.
2 – 2
버스에서 내리며, 등산 앱을 기동하고,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멘 후 주변을 관찰했다. 그리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하려는데, 앱이 반응한다. 응? 뭐지? 어차피 앱을 확인하려던 순간이라, 핸드폰의 화면을 보니, 밤티재 배지다. 결과적인 얘기로 봉우리뿐만 아니라, 주요 고개도 배지를 수여하는 경우가 있으나, 화악산은 모든 고개에 배지가 등록되어 있어, 10km가 조금 넘는 코스에서 받은 배지만, 24km의 지리산 거대 종주[산행기]와 같은 7개라, 이 동네 산꾼의 노력이 가상할 정도다. 어쨌든 확인하는 김에 고도를 보니, 351m로, 400m가 넘는다던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소개한 것과는 50m 이상 차이가 난다. 고로 932m의 정상과 표고 차는 581m로, 한국 산에서는 평범한 높이로, 836m의 동네 뒷산 북한산보다 낮다.
주변 파악이 끝나고, 들머리를 찾았다. 대장이 코스 소개 때, 도로 옹벽을 올라가야 한다고 해, 어디로 올라갈지 적당한 위치를 물색했다. 옹벽이 높지 않아, 어디로 올라가도 문제 될 건 없으나, 옹벽 다음 우거진 잡목을 뚫고 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조금 아래에서 옹벽으로 올라가는 일행이 보여, 그 방향으로 내려갔다. 물론, A 코스인 남산을 선택한 일행은 반대편으로 마을 관통 도로로 올라가고 있다. 일행이 올라간 옹벽에 도착해 보니, 계단으로 사용하라고 동네 산꾼이 가져다 놓은 30cm 높이의 나무 기둥이 들머리라는 걸 알려주고, 옹벽을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무 기둥을 밟고 옹벽을 올라가자, 바로 등산로다. 그런데, 언제 올라왔는지 분명 아래에 있던 일행 대부분이 낙엽 쌓인 등산로로 올라가고 있다. 잠깐 반대편 남산을 관찰하는 동안 후미로 처진 듯하다.
예상보다는 완만한 경사라, 바로 급경사라고 했던 대장의 말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올라갔는데, 작은 언덕을 넘어 고개로 내려간다. 말인즉 본격적인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는 건 밤티재부터가 아니라, 작은 언덕 넘어 고개에서 시작한다. 낙엽 쌓인 급경사로 오르는 게 쉽지 않은 와중에 고도가 높아지자, 눈까지 방해한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동네 산꾼이 설치한 거로 보이는 얇고 짧은 밧줄 구간도 있다. 어쨌든 급경사에 쌓인 낙엽 위에 설상가상 눈까지 쌓여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나 고민하며 올라가자, 바위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그대로 올라가도 될 거 같은데,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우회로로 올라가자, '밤티재 갈림길' 이정표가 반겨준다. 대장이 갈림길까지만 올라가면 산행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한 그 갈림길이다. 현재 시각 12시 15분, 11시 25분 산행을 시작했으니, 여기까지 50분이 걸렸다. 정확한 거리는 모르나, 대장 말에 의하면 밤티재에서 15km로, 예상한 시간에 도착했다.
코스 소개 때 대장이 갈림길에서 벗어난 곳에 남산 최고의 전망대인 돌탑봉이 있는데, 거기서 조망을 끝내고 길을 잘못 잡으면, 전혀 엉뚱한 곳으로 향하니 조심하라고 경고했었다. 해서, 오른쪽 한재 방향으로 봉우리를 찾았으나,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는 게 없어, 10여 미터를 가봤으나, 봉우리는 안 보여 갈림길로 돌아왔다. 그리고 화악산 방향으로 좌회전하는데, 등산로는 왼쪽의 봉우리를 넘는 게, 아니라 그걸 우회한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그 봉우리로 올라가자, 돌탑이다. 그리고 탁 트인 전망대라, 앞에 보이는 남산을 전경을 동영상과 파노라마로 남겼다. 그리고, 되돌아 나오며, 동영상을 촬영할 때는 자세히 보지 않은, 돌탑 정상에 놓인 정상목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확인했다. 정상목이 아니라, '밤티재 1.2km', '정상 0.3km'의 이정표다.
정상까지 300m에 불과한 거리라,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가는데, 대장 말대로, 갈림길을 지나자, 거의 경사가 없는 평지 산책로다. 그 산책로로 200여 미터를 가니, 앱이 화악산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동영상 촬영을 중지했다가, 다시 촬영을 시작하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23분 도착했다. 정상에는 대여섯의 현지 등산객이 쉬고 있다가, 내가 도착하는 걸 보더니, 급하게 자리를 피해준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중간에 모자를 분실했는지, 그걸 찾으러 돌아가겠다고 해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바람에,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약간의 애로가 있었다. 모자를 찾기 위해 되돌아가려는 한 명을 남겨 두고, 그들 주력이 떠난 후 정상석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막 도착한 일행과 상부상조해 인증도 남겼다.
정상에서 해야 할 을을 끝내고, 다음 목표인 '윗화악산'으로 향해, 10여 미터를 가자, 왼쪽으로 또 정상석으로 밀양에서 세운 거다. 앞의 정상석은 청도!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앞에서 상부상조한 일행과 다시 상부상조해 밀양 정상석을 배경으로도 인증을 남겼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왼쪽이 낭떠러지다. 말인즉 가끔 조망이 트인다는 거다. 마을을 가운데 두고, 좌는 남산, 오른쪽은 화악산 줄기다. 제일 아래가 철마산, 그 위가 '아래화악산'이다. 그런데, 화악산은 등산 앱에 모든 고개와 봉우리를 배지로 등록하더니, 이름을 가진 모든 봉우리가 봉(峰)이 아니라 산(山)이다. 이것도 동네 산꾼의 노력 덕인가? 결과적인 얘기지만, 윗화악산을 통과할 때까지 보이는 조망은 좌 남산, 우 화악산 능선으로 각도만 약간 달라질 뿐 같다. 그런데, 사진의 끝에 보이는 능선이 영남알프스 같은데, 제대로 보이지 않아, 확언할 수는 없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 파노라마로 좌 남산과 우 화악산 능선을 기록으로 남긴 후, 윗화악산으로 향하는데, 배가 고프다. 현재 시각 12시 33분이니 당연한가? 사실 배는 돌탑봉으로 올라올 때부터 고팠으나, 김밥을 먹으며 미끄러운 급경사를 올라갈 수는 없어 무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평지의 산책로나 다름없고, 주변 숲속에는 무언가를 먹고 있는 일행을 볼 수 있어, 연서시장표 마약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김밥을 다 먹은 후 새벽에 다시 뜨겁게 끓여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차로 입가심하고 가, 12시 42분 불당골 갈림길을 지났다. ‘윗화악산 1.5km’, ‘아래화악산 2.8km’ 남았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10여 미터를 가자, 점심을 먹고 있는 한 쌍 옆으로 비록 나뭇가지가 방해하기는 하나, 화악산 능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가야 할 능선이라, 어려움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자세히 관찰했다.
거기서 3분가량 가자, 아래부터 철마산, 아래화악산, 그동안 보이지 않던 윗화악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물론 왼쪽으로는 남산이다. 앞 전망대와 대동소이 하나, 윗화악산부터 뻗어가는 화악산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게 큰 차이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건 영남알프스가 틀림없어 보인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윗화악산을 향해 300여 미터를 가자, 이번에는 뒤의 화악산이 보이는 전망대다. 물론 나뭇가지가 방해하기는 하나, 정상의 모습은 뚜렷이 보인다. 당연히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50여 미터를 가니, 운주암 갈림길이다. 아래화악산까지 남은 거리는 2.3km 그럼, 불당골 갈림길에서 500m가량 왔다. 그런데, 설치 주체가 다른 거로 보이는 나무와 철의 두 종류 이정표의 ‘아래화악산’ 표기가 다르다. 나무는 아'래'화악산이라고 표기하지만, 철은 아'랫'화악산이라고 ‘래’ 아래에 '사이시옷(ㅅ)'을 넣었다. '위'화악산이 아니라 '윗'화악산이라 표기하는 걸 보면, 사이시옷을 넣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산 이름조차 통일하지 못했다.
다시 길을 재촉하자, 뒤로는 화악산과 남산 능선을, 앞으로는 윗화악산부터 철마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거기서 앞뒤의 능선을 파노라마로 남기고 바로 앞, 윗화악산으로 향하자, 능선에 우뚝 선 바위를 우회하는 갑판 계단이다. 당연히 그 계단을 무시하고 바위로 올라가, 저 멀리 영남알프스를 보며 사진을 찍었다. 물론 앞에서 찍은 사진과 대동소이 하나, 왼쪽은 그동안 보이지 않던 화악산 정상에서 시작하고, 오른쪽은 욋화악산에서 시작한다는 큰 차이가 있다. 이후 바위를 네발로 기어 내려와 등산로로 들어가, 계속 가니 이번에는 암릉이 앞을 가로막는다. 물론 등산로는 그걸 왼쪽으로 우회하고 있지만, 암릉의 즐거움을 버릴 이유가 없어, 등산로를 무시하고 올라갔다. 역시 암릉 정상은 전망대라, 지금까지 본 것과 별 차이가 없는 주변의 경치를 감상했다. 이후 바로 앞에 있는 윗화악산 정상을 향해 암릉을 내려가, 정규 등산로로 다시 합류했다.
1시 17분 앱이 윗화악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시 20분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고, 윗화악'봉'이 아니라, 정상석까지 가진 윗화악'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정상석 표기는 '(윗)'화악산으로 '윗'을 괄호 안에 넣었다. 과거에는 이 봉우리가 '화악산'으로 불렸을 거다. 청도의 화악산에 맞선 밀양의 화악산! 그러다 여기저기 말이 많아, 화악산 청도 정상석 옆에 밀양 정상석을 세우고, 여기는 아래화악산에 맞춰 '위'를 붙여 윗화악산으로 개명했을 거라는 게 내 추측이다. 그럼, 왜 봉우리마다 산으로 불리는지도 설명이 된다.
어쨌든 정상은 '퇴로마을' 갈림길로, 1.3km 거리의 아래화악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좌회전해야 한다. 그런데, 그 좌회전은 우회로라, 직진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끝으로 가봤다. 앞으로는 이번 산행 남은 능선이, 뒤로는 지나온 능선과 일행 중 몇이 올라간 A 코스인 남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낭떠러지 전망대라,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정규 등산로로 돌아갔다. 그리고 급경사를 내려가며 앞을 보니, 아래화악산 정상이라 생각되는 암봉 갑판전망대에 일행으로 보이는 몇 사람이 있다. 대단히 빠른 일행이라고 감탄하며 가자, 또 바위로 그걸 우회하는 갑판 등산로다. 물론 바위로 올라가, 주변을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자, 앱이 반응을 보인다. 응? 아직 아래화악산은 멀었는데? 해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한재' 반경 50m 내란다!
배지가 달린 모든 고개가 한재로 향하는 화악산에서 진정한 한재는 철과 나무 두 이정표가 같이 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중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나무 이정표는 쓰러졌다. 고로 밀양에서 세운 철 이정표는 꼿꼿이 서 있고, 밀양만 '위'와 '아래'에 사이시옷(ㅅ)을 넣었다. 두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500m 거리의 아래화악산 등산로는 칼등 능선의 소나무 터널이라, 혼자 감상하기 아까워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올랐다. 와중에 길목 전망대에서 남산의 전경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가자, 1시 47분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다시 동영상을 찍었다. 그런데, 거대한 바위가 가로막고 있다. 멀리서 보고 암봉이고, 그 정상에 갑판 전망대가 있으니, 당연히 정상으로 오르는 갑판 계단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등산로는 우회하고 있다. 그리고 희미하게 암봉으로 향하는 인적도 있어, 혹시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우회로를 무시하고 바로 아래까지 가봤다.
앞에 있는 거대한 바위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봤다. 오를 수 있다. 한가지 유감이라면 암봉에 흥분해, 동영상만 촬영했지,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거다. 어쨌든 가끔 가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뒤로 돌아, 지나온 능선을 감상하기도 하며 암봉에 기어오르자,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갑판 전망대다. 혹시 거기 정상석이 있나, 전망대로 올라갔다. 없다! 그럼에도 오른 기념으로 윗화악산과 철마산으로 보이는 쌍봉 사진 몇 장 찍고 전망대에서 내려오며 보니, 왼쪽으로 산악회 리본이 잔뜩 달린 나뭇가지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예상대로 정상석이다. 정상석을 가진 '산'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역시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가야 할 철마산의 모습을 관찰했다. '쇠 말'이라는 뜻인데, 기차는 아닐 거고, 마이산처럼 쌍봉이 말의 귀를 닮아서? 그럼, 철은? 그런데, 말, 귀보다는 개구리의 튀어나온 눈을 더 닮았다. 고로, 철마산(鐵馬山)이 아니라, 철와산(鐵蛙山)이 맞지 않을까? 혹시 ‘철와’가 ‘철마’로 변한 건가?
철마산 관찰을 끝내고, 철마산으로 가기 위해,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나와, 전망대 입구에서 능선을 따라가자, 옥교산 갈림길로 나무와 철 두 개의 이정표가 서 있다. 좌는 철마산, 우는 옥교산인데, 밀양 이정표는 철마산까지 2.3km, 청도는 2km로 두 이정표 사이에는 0.3km의 차이가 있다. 산꾼이야, 짧은 청도 이정표가 맞기를 바라며, 좌회전해 철마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낙엽 쌓인 급경사 등산로라, 철마산 전 평지마을 갈림길까지의 하산이 쉽지 않고, 겨울답지 않은 완연한 봄 날씨라, 입술이 바싹바싹 타, 가던 길을 멈추고 따뜻한 차로 입술을 축였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는데, 아래에서 낙엽 쓸리는 소리가 들려 유심히 살펴보니, 화악산 정상에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준 일행이다. 한참 앞서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바로 앞이다. 정확히는 조심스러운 하산으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거다. 그 뒤를 따라가 가다가, 도저히 더위를 참을 수 없어, 2시 7분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확실히 말이 아니라, 개구리를 닮은 철마산의 모습을 나뭇가지로 사이로 감상하며 내려가, 2시 14분 무덤가에 있는 '한재 평지마을 갈림길'에 도착했다. 철마산까지 남은 거리는 1.3km로, 청도 이정표 기준 아래화악산에서 700m 왔다. 화악산행을 선택한 산꾼 중 B 코스는 여기서 좌회전해 평지마을로 하산하면 된다. 해서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해 봤다. 483m, 아래화악산의 높이가 755m니, 270m가 조금 넘게 내려왔다. 철마산의 정확한 높이는 모르나, 500m가 조금 넘었던 거로 기억하니, 조금만 올리면 된다. 해서 남은 구간도 별거 없다고 생각하며, 능선을 따라 계속 가, 언덕을 하나 넘어 다시 고개로 향하자, 앱이 반응을 보여 확인했다. 인솔 대장이 철마산 갔다가 다시 내려오라고 한 '독짐이고개'다. 해서 울창한 숲사이로 난 등산로로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 2시 28분 독짐이재에 도착했다. 직전은 철마산 0.6km, 좌는 한재 음지리로 2km 거리다.
독짐이재의 고도 400m가 넘고, 철마산의 정확한 높이는 기억이 안 나나, 지도에서 힐끗 본 바로는 500m가 약간 넘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러니, 대장이 600m에 불과하니, 다시 내려오라고 했겠지, 어쨌든 왕복은 1.2km고, 고개와 표고 차가 100m가 채 안 돼, 유유자적 철마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그런데, 아니다! 가끔 길도 흐릿한 낙엽 쌓인 급경사로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렇게 오르다가, 숨을 고르기 위해 잠깐 쉬면서 뒤돌아본 남산과 비슷한 높이까지 올라온 듯하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목도 타는 듯해, 따뜻한 차 대신 지난 산행 때 휴게소에서 산 시원한 생수의 반을 들이켰다. 그리고 죽을 둥 살 둥 오르자, 등산 앱이 반응을 보인다. 현재 시각 2시 46분, 정상이 멀지 않았다. 해서 마지막 힘을 내,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2시 52분 일행 둘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철마산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50m를 올라오는데, 6분이 걸렸다. 도대체 앱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
독짐이재에서 철마산 정상까지 600m를 24분이 걸려 올라왔다. 그런데, 정상에 있는 두 명의 일행 중 한 명은 화악산에서 서로 상부상조로 인증을 남긴 산꾼으로 아래화악산에서 내려오는 중 다시 만나, 철마산까지 왔으니, 나보다 약간 빨리 정상에 도착해 주변을 기록하고 있는 게 당연한데, 다른 한 명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려, 철마산 정상 도착이 꽤 됐을 텐데, 아직 철마산에 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따질 것도 아니고, 어쨌든 화악산에서 서로의 인증 남긴 산꾼과 다시 철마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줬다. 그리고 정상석을 자세히 보니, 500m가 조금 넘는 높이가 아니라, 634m다! 고로 독짐이재부터 철마산까지 600m 거리에 수직으로 200m 정도를 올려야 하니, 밤티재에서 화악산 올라가는 거보다 경사가 더 심하다. 왜 힘들었는지 이해되는 순간이다.
일단 정상에서 할 일을 다 한 후, 각자 어디로 하산할 건지 얘기를 나눴다. 철마산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일행에 따르면, 대장 말대로 등산로가 중간에서 없어진다는 거다. 고로 일찍 도착해 길을 찾아 정상 주변을 돌아다녔다는 얘기다. 그리고 누군가 길을 찾아 내려가면, 같이 가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린 거다. 이어 상부상조한 산꾼은 볼 것도 없이 독짐이재로 내려가겠다며, 내 의향을 물었다. 나야 당연히, 길이 없으면 만들며 내려가겠다고 했다. 해서 상부상조 산꾼은 독짐이재로 내려가고, 먼저 도착했던 산꾼은 나를 따라, 초현리로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가며 보니, 길이 없는 게 아니라, 못 찾은 거다. 띄엄띄엄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을 못 보고, 쌓인 낙엽 위의 희미한 인적을 구분하지 못한 거다. 어쨌든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왼쪽은 낭떠러지다! 와중에 등산로가 석축 위로 간다. 등산로를 정비했을 리는 없고, 산성의 흔적이다.
언제, 누가 쌓은 건지 모를 산성 위로 난 등산로로 5분가량 가지, 다시 위로 올라간다. 화악산 능선에서 철마산을 봤을 때 쌍봉이었으니, 두 번째 봉우리로 올라가는 거라, 당연하게 생각하며 올라가자, 생각지도 못한 정상석이 반겨준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뒤따라오던 일행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계속 내려가자, 바위 전망대라, 왼쪽으로 보이는 남산과 그 주변 능선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그리고 내려가려고 보니, 낭떠러지라, 뒤로 돌아가 바위 전망대를 우회하자, 다시 암릉인데, 오르는 게 쉽지 않아, 일행은 암릉을 우회하고 난 암릉으로 기어올라, 암을 따라가자, 앞에 말 그대로 칼날이다. 그리고 중간에 뛰어넘어야 하는 구간도 보인다. 어떡할지 잠깐 고민한 후 건너가기로 했다. 동영상을 찍으며 통과했는데, 나중에 동영상을 보고, 미처 내가 모르던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어쨌든 암릉 끝에 도착해 보니, 직벽 수준의 암벽이라, 내려갈 수 있을지 주변을 둘러보다, 다행히 아래로 늘어트려진 밧줄을 발견했다.
뒤로 돌아 지나온 암릉의 옆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밧줄을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암벽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기고, 오른쪽 낙엽 쌓인 급경사 중간에 멈춰 무언가를 하는 일행에게 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정표를 앞에 두고 지도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등산객은 고사하고 산꾼도 오지 않을 여기에 '한재 을지리 갈림길' 이정표라 놀랐다. 능선을 따라 계속 가면, 독짐이재에서 내려가는 한재 음지리다. 독짐이재는 계곡으로 여기서는 능선으로 내려가는 차이다. 그리고 오른쪽은 화악산행 A 코스 날머리인 초현리로, 남은 거리는 2.2km다. 해서 어느 길을 원하는지 일행에게 물었다. 전적으로 내게 맡기겠다고 해, 볼 것도 없이 초현리 방향으로 우회전했다. 그리고 가끔 인적이 사라지는 낙엽 쌓인 급경사로 내려가다, 바위에 쌓은 돌탑 두 개를 발견하고, 어느 순간부터 흡혈귀의 검정 파이프가 같이 가고 있는 것도 발견했다. 제대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끔 등산 앱의 지도에 의지해 길을 찾아 내려가다가, 오지 산행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 '국제신문 근교산 취재팀'의 리본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록으로 남겼다. 그 리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자, 멀지 않은 곳에 또 예상치 못한 이정표다! '초현·유로리 갈림길'로, 초현리는 직진으로 1.7km를 가야 한다. 당연히 직진해 가는데, 뒤따라오던 일행이 앞을 보더니, 임도라고 외친다. 그리고 자신이 본 지도에 임도가 있었다는 말을 추가했다. 뭐 그러려니 하고 계속 갔는데, 임도가 아니라 산사태 지역이다. 그 사태 지역에 도착해 보니, 잡목이 우거진 너덜을 건너야 하는데, 잡목을 뚫고 가는 건 지옥행을 자처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건너는 걸 포기하고, 너덜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잡목이 거의 없어진 곳에서 너덜을 건넜다. 결과적인 얘기나 그게 큰 실수다! 계속 너덜을 따라 내려갔어야 했다.
너덜을 건너자, 무덤이다! 그리고 그 무덤 아래로 난 길을 따라, 10여 미터를 가자 임도다! 분명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계곡으로 내려와 버렸다. 너덜을 건너지 말고 계속 가다가 능선을 탔어야 했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고, 당시는 내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애초 산악회 코스 계획은 지금 따라온 게 맞다. 능선으로 올라가면 전혀 딴 곳으로 간다. 임도에 도착해 위에 뭐가 있나, 살펴봤다. 이 정도 임도를 그냥 유지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역시 생각대로 '홍해사'라는 절이다. 그걸 확인하고, 임도로 날머리를 향해 가며, 아쉬운 마음에 계속 오른쪽 능선을 주시했다. 그리고 3시 57분 날머리인 초현리 버스정류장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 앞, 이번 산행 유일의 '철마산/화악산 등산 안내도'를 사진 찍는 거로 사실상 이번 산행을 마감했다. 현재 시각 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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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등산화 내 낙엽과 나뭇가지 등을 털어 내고, 현 위치의 고도가 궁금해 등산 앱으로 확인했다. 62m, 그럼, 철마산이 634m니, 572m의 표고 차다. 밤티재 351m와 화악산 932m의 표고 차 581m보다, 9m 낮을 뿐이다. 화악산, 철마산 연계 산행이 쉬운 게 아니다. 현재 시각 3시 59분, 초현리 버스정류장 마감 시각 5시 15분, 마감까지 1시간 16분 남았다. 무언가로 그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주변이다. 해서, 같이 내려온 일행에게 여기가 버스 대기 장소가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버스가 위에서 내려오는 지도. 그럼, 반대편이 번화가라는 얘기다. 그리고 저 아래로 바람에 흔들리는 광고 풍선이 보인다. 해서 그 방향에 뭐가 있을 거 같아, 내려가려고 하자, 일행도 그 방향이 번화가라고 말은 하는데, 같이 갈 생각은 없어 보여 혼자 갔다.
버스정류장에서 150m가량 내려가자, 왼쪽으로 익숙한 간판이 보인다. 한재 초록들 농장 미나리 판매장이다. 그리고 그 앞에 주차한 차량도 몇 대 있다. 산행 전 검색해서 찾은 식당이다. 안내산악회에서는 여기에 식당이 없다고 했지만. 그런데, 앞에 있는 건 미나리 판매장이고 식당은 좌회전 들어가야 한다는 이정표가 있어 좌회전해 밭 가운데 건물로 갔다. 식당이다. 그리고 영업 중이다. 기쁨에 들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식당 식구들이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을 먹고 있다가, 혼자 왔는지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주문하란다. 해서 메뉴를 보니, 혼자 먹을 게 없다. 없어, 주인장의 눈치를 보자, 주인장이 혼자니 특별히 생삼겹살 2인분과 미나리 한 접시를 주겠단다. 난 삼겹 1인분으로 듣고, 달라고 했다.
주방으로 주문을 전하는데, 삼겹살 2인분이다. 응? 1인분이 아니라고? 주인장에게 다시 묻자, 1인분은 안 된다고 해, 차림표를 자세히 봤다. 1인분 130g이다. 180g이 아니다. 비록 다 먹지는 못하겠지만, 2인분을 주문해도 무리는 아니라, 그렇게 주문하고 배낭을 식탁 옆에 두고 화장실에서 씻고 왔다.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냉장고에서 '좋은데이' 한 병과 잔을 들고, 자리를 잡고 앉아, 막 나온 밑반찬과 무사 산행을 기념하는 건배를 했다. 이후 주인장에게 미나리와 삼겹살을 어떻게 먹는 건지 물었다. 미나리 서너 개를 뭉쳐, 쌈처럼 먹는 방법, 미나리를 불판에 올려 약간 데쳐서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해서 두 방법으로 다 먹어봤는데, 쌈처럼 생으로 먹는 게 더 좋아, 그렇게 '좋은데이' 한 병을 비우고 나자, 4시 50분이다.
마감 시간은 가까워져 오는데, 약간 부족하다. 그렇다고 마감까지 한 병을 다 마실 자신은 없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어, 좋은데이 한 병을 더 주문했다. 그리고 맥주잔으로 한 잔을 마시고, 생미나리를 깔고 구운 삼겹살, 쌈장 묻힌 마늘, 고추 등을 얹은 안주를 먹고, 남은 술은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5시 2분경 계산하고, 식당 밖으로 나와, 마지막으로 식당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정류장 앞에 공용 차량으로 보이는 작은 트럭이 서 있어, 깜짝 놀랐다. 철마산에서 초현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오는 길이 약간 위험한 구간도 있었는데, 뭔 일이 생겼나? 아무 일 아니기를 빌며, 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그사이 도착한 일행 두 명 포함 세 명, 동네 노인장 네 명, 그리고 '청도군 산불 감시원'이라 새긴 빨간 조끼를 입은 요원 한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화 내용은 동네와 산에 관한 일상적인 얘기라, 궁금해서 할머니 네 분에게 버스 기다리는 중인지 묻자, 이 시간에 어디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냐는 답이 돌아왔다. 심심해서 마실 나왔다가, 등산객을 보고 자리 잡은 거다. 그리고, 요원에게 무슨 일 있는지 묻자, 예방 차원이라고 한다. 역시 심심해서 자리 잡은 거다. 기존 멤버에 나까지 끼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산악회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예상대로 5시 15분이 지났음에도 버스는 안 보이고, 5시 20분경 예상치 못한 일행 한 명이 반대표에서 뛰어온다! 지금 능선으로 하산한 건가? 미쳐 그걸 묻기도 전에 위에서 버스가 내려오는 바람에, 할머니와 요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버스에 탔다. 5시 21분 초현리 버스정류장을 떠난 버스는 5시 35분경 청도 시내로 들어가더니, 빌라촌에서 남산을 다녀온 나머지 일행을 태웠다. 청도 남산도 마치 서울의 관악산처럼, 아파트 단지를 지나야 들머리자 날머리다.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버스의 실내등이 꺼져 잠을 청했으나, 거의 12km 산행에, 철마산부터는 오지 중 오지를 달렸고, 좋은데이를 한 병 반이나 마셨는데, 올 때와 같이 잠이 안 와, 책을 봤다. 물론 눈이 아프면 3~4분가량 눈을 감고 누워있는 거 또한 같았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버스 실내등이 들어오고, 대장이 안내 방송을 한다. 급한 승객이 있어 좀 일찍 휴게소에서 10분 쉰다는 공지다. 버스 타기 전 볼일 봐, 급한 건 없으나, 그래도 다시 쉬자고 말하기 민망해 볼일을 보려고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선산휴게소다. 역시 익숙해, 어느 산행 때 왔는지 궁금해 산행기를 찾아봤다. 2023년 4월 마산 무학산 갈 때다[산행기]. 급한 볼일 보고 난 후, 다시 달린 버스는 신갈과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9시 28분 아침에 떠났던 신사역에 도착했다.
버스가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신사로 향할 때, 선반에서 디팩과 등산 의자를 꺼내 의자 앞에 뒀다. 신사에 도착해 급하게 서두르다가 놓고 갈 확률이 높아서다. 신사에 도착해 아침과는 반대로 파우치, 디팩, 의자를 들고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그것들을 배낭에 넣었다. 이후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열차로 집으로 향해, 10시 30분경 도착해, 먼저 배낭을 정리하고, 깨끗이 씻은 후 스테이크와 좋아하는 미역쌈, 달래간장 등을 안주로 늦은 저녁 겸 하산주 2차를 했다. 마지막은 달래간장 비빔밥!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청도 화악산 A 코스 계획대로 ‘밤티재 → 갈림길 → 화악산 → 암릉 지대 → 윗화악산 → 한재 → 아랫화악산 → 안부 → 독짐이고개 → 철마산 → 초현리'의 11.7km(램블러) 구간을 4시간 35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4시간 25분, 휴식 10분!
전국적으로 흐리다는 예보와는 달리, 맑은 날씨라 가까운 곳의 조망은 좋았으나, 미세먼지의 영향인지, 영남알프스는 뚜렷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몰랐던 '아래화악산'과 철마산 하산 길의 암봉과 암릉이 산행 재미를 더해, 화악산행의 만족도를 배가시켰다.
화악산과는 달리 주변 등산객도 찾지 않아 보이는 철마산에서 오지 산행의 묘미를 마음껏 즐긴 산행이다.
첫댓글 하고싶은 것 맘껏하니 얼굴에 여유가..ㅎ
부럽다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