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3년 미국 국립학술원 선정 최고의 책,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작, PEN/ E. O. Wilson 과학저술상 가작 등을 받으며 교양과학 부문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책. 지은이는 한 뙈기 조각 숲을 관찰하면서 지의류와 이끼, 균류 등 미미한 생물에서부터 꽃과 식물, 나무 그리고 코요테나 사슴과 같은 동물에 이르기까지 자연세계에서 살아가는 구성원의 삶과 진화를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낸다. 작디작은 한 뙈기 숲에도 자연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순환의 질서가 숨어 있으며, 이는 마치 불교의 만다라처럼 하나의 우주와 같다고 말한다.
목차
머리말
1월 1일 결혼
1월 17일 케플러의 선물
1월 21일 실험
1월 30일 겨울 식물
2월 2일 발자국
2월 16일 이끼
2월 28일 도롱뇽
3월 13일 노루귀
3월 13일 달팽이
3월 25일 봄 한철살이 식물
4월 2일 전기톱
4월 2일 꽃
4월 8일 물관
4월 14일 나방
4월 16일 해오름의 새들
4월 22일 걷는 씨앗
4월 29일 지진
5월 7일 바람
5월 18일 약탈하는 채식주의자
5월 25일 물결
6월 2일 탐구
6월 10일 양치식물
6월 20일 얽힘
7월 2일 균류
7월 13일 반딧불이
7월 27일 양달
8월 1일 영원과 코요테
8월 8일 방귀버섯
8월 26일 여치
9월 21일 약
9월 23일 털애벌레
9월 23일 독수리
9월 26일 철새
10월 5일 경보음의 파도
10월 14일 시과
10월 29일 얼굴
11월 5일 빛
11월 15일 가는다리새매
11월 21일 곁가지
12월 3일 낙엽
12월 6일 땅속 동물
12월 26일 우듬지
12월 31일 관찰
후기
감사의 글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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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미국의 생물학자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공부했으며, 코넬 대학교에서 생태학과 진화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업은 자연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관조적 성찰을 통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과학과 시를 넘나드는 자연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라는 찬사를 받은 첫 책 『숲에서 우주를 보다』는 2013년 미국 국립학술원 선정 최고의 책,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작, PEN/ E. O. Wilson 과학저술상 가작, 리드(Reed) 환경저술상 등을 수상하면서 그해 교양과학 부문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2009년 테네시 주 최우수교수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구겐하임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현재 시워니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있다.
역 : 노승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박산호 번역가와 함께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으며,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 『당신의 머리 밖 세상』, 『헤겔』, 『마르크스』, 『자본가의 탄생』,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바나나 제국의 몰락』, 『트랜스휴머니즘』, 『그림자 노동』,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새의 감각』,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 『대중문화의 탄생』, 『위대한 호수』,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생명의 물리학』 등의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017년 『말레이 제도』로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선정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받았다. 홈페이지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들의 정보와 정오표, 칼럼과 서평 등을 볼 수 있다.
책 속으로
겨울의 꼭 쥔 손아귀에서 먹이를 끄집어내어 추위와 싸워 생존하는 새들과 달리, 식물은 몸속에 여름을 만들어내지 않고도 겨울을 이겨낸다. 새들의 생존법도 놀랍긴 하지만, 완전히 죽은 것처럼 보이던 식물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인간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적이다. 죽은 자가, 게다가 얼어 죽은 자가 어떻게 다시 돌아온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돌아온다. 식물이 살아남는 방법은 칼 삼키는 묘기와 비슷하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날카로운 날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물의 생리 구조로는 쌀쌀한 온도까지만 버틸 수 있다. 인간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과 달리 식물의 생화학 반응은 폭넓은 온도에서 작동할 수 있으며 온도가 내려가도 반응이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냉각이 결빙에 이르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얼음 결정은 점점 커지면서 식물 세포의 섬세한 내부 조직을 뚫고 찢고 부순다. 식물은 매해 겨울마다 수만 개의 칼을 삼키되 그중 하나도 여린 심장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42~43)
과학적 모형과 기계 비유는 쓸모가 있지만 한계 또한 존재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에 갖다 붙이는 이론 바깥에는 무엇이 놓여 있을까? 올 한 해, 나는 과학적 도구를 내려놓고 듣고자 애썼다. 가설을 세우지 않고, 자료 추출 체계를 구성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답을 전달할 수업 계획을 짜지 않고, 기계와 관찰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자연에 다가가고자 했다. 나는 과학이 얼마나 풍성한지, 하지만 동시에 규모와 정신 면에서 얼마나 빈약한지 깨달았다. 미래 과학자를 길러내는 공식 과정에 귀 기울이기 훈련이 빠져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귀 기울이지 못하는 과학은 불필요한 실패를 겪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신이 더욱 메마르고, 아마도 더욱 해로운 존재가 될 것이다. 귀 기울이는 문화는 숲에 어떤 성탄절 선물을 줄까?
볕을 쬐는 다람쥐를 보면서 내 머릿속을 스쳐 간 깨달음은 무엇이었는가? 과학에서 돌아서라는 가르침은 아니었다. 동물에 대해 알면 동물에 대한 경험이 더 풍성해지며, 과학은 동물을 깊이 이해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가 깨달은 사실은 모든 이야기가 조금씩 허구로 싸여 있다는 것이다. 통념을 단순화한 허구, 문화적 근시안의 허구, 이야기꾼의 자부심으로 인한 허구 말이다. 나는 이야기를 마음껏 즐기되, 이야기를 세상의 찬란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본성과 혼동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335~336)
추천평
“해스컬은 과학과 시를 넘나들며 자연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의 글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나타나고 작은 것이 커지며 생명의 엄청난 복잡성과 아름다움이 뚜렷이 드러난다.”_에드워드 윌슨(하버드 대학교 명예교수)
“데이비드 해스컬은 컴벌랜드 고원의 조각땅 1제곱미터를 관찰하며 살아 있는 지구 전체를 어떤 저술가보다 분명하게 들여다보았다. 어디를 읽든 배울 점이 있다!”_빌 매키번,『우주의 오아시스 지구』저자
“거창한 대형 동물군이 아니라, 빛나는 지의류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민달팽이에 이르기까지 작고 기본적인 숲의 생물에 초점을 맞춘다. 해스컬은 과학자의 꼼꼼한 주의력과 시인의 언어 구사력을 갖추었다. 그가 작고 평범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 진화에서 기후 변화에 이르는 원대한 주제가 일상의 세계에 펼쳐진다.”_PEN/E. O. Wilson 과학저술상 심사평
“내가 일하고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서울시 한복판에 있는 안산 기슭에 있다. 여기에는 산을 빙 둘러 나무 데크를 깔아놓은 자락길이 있는데, 나는 점심 식사 후 더부룩한 배를 꺼트릴 요량으로 자락길을 걷는다. 하지만 산책을 하면서도 숲에 집중하지 못했다. 내 머릿속에는 온갖 사업과 가정사가 복잡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안산과 자락길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힘차게 팔을 휘두르며 걷는 아리따운 아가씨와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 대신 꽃과 벌레가 보이고 새소리가 들렸다. 낯선 해변이나 사바나를 탐험하는 게 아닌데도 매일 새로운 자연을 관찰하게 되었다. 이 작은 숲이 내게는 하나의 우주가 된 것이다. 안산은 원래 그대로지만 내가 변했다. 나를 변화시킨 책이 바로 『숲에서 우주를 보다』였다.”_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