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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완도군 장도 청해진 유적지(2009. 4. 5.)
이제 오늘의 마지막 여정이 되는 완도의 '장보고 기념관'과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는 장도의 청해진 유적지만 둘러 보면 또다시 전쟁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행은 여행 그 자체보다 떠나기 전의 설렘과 기다림의 시간들이 더 행복한지도 모른다. 여행이 끝나갈 시간이 다가오면 언제나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꿈꾸기 시작한다.
먼저 장보고 기념관부터 둘러 보고 장도로 가기로 하고 모두들 해설사님의 뒤를 따라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순간, 앞뒤로 펼쳐진 장보고 기념관과 넓은 갯벌을 사이에 두고 잠시 갈등했지만 역시나 나의 발길은 갯벌로 향하고 있었다. 기념관은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지만 지금 이 시간의 하늘과 바다와 갯벌과 꽃들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으니까...
썰물 때라서인지 장도까지 차와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고 드넓은 갯벌에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무언가를 잡으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래서 발 아래를 보니 잔돌과 비틀이고둥이 반반일 정도로 사방이 갯벌생물 천지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제철이 아니라서 먹을 수 없다는 감태가 마치 잔디처럼 갯벌을 연초록으로 물들이고, 왜가리와 갈매기가 평화롭게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갯벌 탐험을 마치고 다시 기념관 입구로 돌아와 안내판들을 읽으니 인공으로 조성한 '장보고 습지'까지 만들어 놓았단다. 물론 역사적 인물에 대하여 기념하고 유적을 보존하는 것은 나도 대찬성이지만 이렇게 억지춘향식으로 유적지 비슷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요즘 각 지방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슨무슨 축제들을 만들어 자치단체장이 광고매체에 직접 출연하여 홍보를 하는가 하면 지역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고 또 그런 일들을 위해 서울에 출장소까지 두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고증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기념물 등을 만들어 내는 도에 지나친 행태는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휴~! 여기에서도 어쩔 수 없는 반골 기질이...ㅠ.ㅠ 보길도 부용동에 가서도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순간, 바로 떠오르는 생각이 '그래도 사림들은 귀양을 가거나 낙향을 해서 은거해도 가진 것이 많으니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놓고 노복을 부리며 풍류를 즐길 수 있었지만 아무 것도 없는 민초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양반님네의 폭정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으니...'하는 것이었다는...그러면 나는? 조선왕조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 왕손이랍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청해진 유적을 보기 위해 물 빠진 갯벌을 도보로 건너 장도로... 복원해 놓은 청해진의 외성문을 들어서기 전에 먼저 바다를 통해 침입하는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바닷물 속에 설치했다는 목책의 흔적도 찾아보고, 지금도 물이 차 있는 우물로 가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손도 씻어 보고 난 후에 성문을 들어섰다. 여기에도 동백꽃과 유채꽃이 피어 있었고, 길들은 그래도 황토빛 시멘트로 포장을 해 놓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있는 경주의 황룡사터나 개심사의 심검당을 볼 때와 같은 감동은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감상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품어왔던 청산도에서의 아름다운 시간들과 구계등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느낌과 처음 또는 두 번째 여행길 동행이었지만 살갑게 대해 주시던 길동무님들이 있어서 참 아름답고 행복한 여행이었다...(올해부터는 여행 후기를 쓰지 않기로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또 어줍잖은 후기를 쓰고 말았네요...^^;; 개인적인 감상에 많이 치우쳤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 일탈카페 회원 중에서도 일탈회원인 멀미 대장에 한눈팔기 대장인 저를 그래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운영진 여러분과 길동무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
♣ 물 빠진 갯벌 너머 멀리 보이는 섬이 청해진 유적지인 장도
♣ 비틀이고둥과 조그만 조약돌들이 정말 반반이다!
♣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왜가리와 갈매기, 바닥의 녹색 해조류는 감태다.
♣ 장보고 기념관
♣ 바닷가의 돌을 들추면 재빨리 달아나던 칠게, 이 잘생긴 손을 모델로 빌려주신 분이 빌보드님 맞나요?
♣ 적선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바닷물 속에 설치했던 목책의 일부, 애석하게도 소금물 속에서만 오래도록 보존이 가능해서 그대로 둘 수 밖에 없다고...
♣ 옛 우물 터에 복원한 우물, 신기하게도 물이 차 있었다.
♣ 청해진의 첫 관문인 외성문
♣ 외성문의 성곽을 따라 조성된 동백나무 숲, 다른 곳에 비해 꽃의 크기가 작았다.
♣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뿌듯함과 피곤함과 아쉬움이 뒤범벅...
♣ 물 빠진 갯벌에 정박해 있는 빈 배는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 장도에서 나오는 길에 어느 집에 피어 있던 복사꽃...
♣ 나주를 지나치며 버스 안에서 본 영산강변의 유채밭, 유채꽃 축제 플랭카드가 걸려있는 걸 보니 나주시에서 공들여서 조성한 유채밭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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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ㅎ 나주 유채꽃밭이 아주 환상이였습니다. 어떤분은 산수유꽃이냐고 물으시고 ㅎㅎㅎ
저도 사실 산수유 이야길 하고 싶었지만 참았는데...
개나리라고 하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ㅋㅋ
그 어떤 분께서 이 글들 보시면 다음 여행 때 우린 다 주거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