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은유
봄내 최미봉
답답한 병실에서
한참만 에 친숙한 글이 카톡에 떴다
빵빵 또 터진다
개그 콘서트에서나 볼만한 유머스러움
워낙에 말도 없었던 친구라
너그러워지는 것은 세월 탓일까^^
다이빙은 수영장에서나 하지
고작 데크에서 다이빙!!
그것도 1미터
카톡으로 주거니 받거니
웃음을 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한 하루를 열었다
내 심 보름 동안 저려오던 중
태양도 그립고
밝은 표정들도 만나고 싶었다
싱그러운 공기 마시고 싶고
수다쟁이도 되고 싶었다
자유로는 시간이 소중하기도 했기도 했다
퇴원하는 날 난 아홉 살이 되었다
야호!!
소리를 거듭할 때
옆 침대에서 함께 기뻐하며 균형을 맞추어 주는
활기차 보이는 웃음
그도 하룻만에 퇴원이다
어젯밤에 얼마나 코를 골든지
남자들만 코 고는 줄 알았다
겨울 초입
경매에 낙찰된 듯한
남가연 꽃 같은 예쁜 가을 햇살에
단풍이 조금씩 익어간 곳곳은
맑고 개운하다
며칠째
퍼 붙는 해 살을 고마워하면서
집 뜨락을 걷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며칠 후
늘 해왔던 것처럼
40분을 휘청거리면서
걷는 감사가 있어 뛸 듯이 좋다
군데군데
단풍으로 물든 산새가 반갑기도 하고
발가락이 물집이 생기고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해발 365미터 토타라 산을
거뜬히 걷던 내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뿌리까지 뒤엉켜 땅 위로 나와
맨질맨질 해진
몇백 년 넘은 대수롭지 않던 나무들이
오늘따라 감사함이 일렁이는지
평화롭게 보이는
초롱한 파란 하늘이
회복을 주듯
대안 없이 쏟아낸 햇살이
여물어 보이기도 하다
그리움으로
색소를 넣는 담채화에
주인공이 된
뜨문뜨문 보이는 단풍나무
주님은 경이롭다
베풂도 경이롭다
또 하나 나에게 온
토해낸 소스라친
내 삶의 표현마저도
풍미하는 언어들
흩어진 사람들이 힘들 때 찾아오니 고맙다
정다움 가득 찬 끈질긴 이야기들
달콤 새콤 알록달록 사랑 바구니에 채웠던 웃음
기도로
사랑을 담아 걸쭉하게 쒀 왔던
찹쌀 강낭콩 호박죽
올리브기름에 절어지도록 노릇노릇 구워
언니 좋아하는 배추 부치기 보냈던 정성
못처럼
삼선 해물밥
삼선 짜장 대접에 허물없는 너스레가 더 좋았던 시간
닷새 동안 먹어도 질리지 않는
들통 한가득 끓여 온 푸짐하고
엽엽한 마음에 구수한 배춧국
보암직도 먹음직도 한
토씨마저 예뻤던 웃음
적당히 짭조름하고
달달한 맛깔스러운 에레이 갈비
비릿한 바닷 냄새가 흠뻑 나는
참치 연어 광어 몇 마리가
배 한 척에
고스란히 담겼던 과분한 사랑
아플 땐 영양 보충이
최고라며 바비큐 통이 휘어지도록 베풂도
눈물겹도록 고맙다
글 쓰다 주제넘게
즐거우면 웃음으로 오갔던 정다움
때론 툴툴거리는 내용을 쓸 때도
노을은 쿨하게 짠 내를 들어낸다.
또
주님 앞에 무릎 꿇어앉으며
허둥지둥 회개의 자리에 있기도 하면
다음줄엔 어미 마음 처럼 푸근하다
어느때인가
두 아들을 키우면서 때론 힘들었다가도
그들을 바라보면서 평온함을 찾았을 때가 있었다.
고맙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해 기도 덕분에
감사하며 쉼 하고 있습니다
카페 게시글
설봉문학 좋은시 선정
설봉문학 2022년 12월 18일 좋은 수필 선정 / 삶은 은유 / 최미봉
AZH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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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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