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스펙 쌓기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얻으려면 유치원 때부터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토익과 토플 점수는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항목이 된 지 오래다. 한국어능력인증시험, 한자급수시험, 컴퓨터자격시험, 전문기술자격시험과 같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자격의 분야도 점점 세분되어가고 있다. 스펙의 문제는 진학, 취업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필수처럼 요구한다는 데 있다. 독서는 책 읽는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명문학교 진학 수단이 되었고, 봉사활동이 점수 따기로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때가 허다하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토셀(TOSEL), 펠트(PELT), 토익 브릿지(TOEIC Bridge), 제트(JET) 같은 영어인증시험도 있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한마디로 학문이 목표가 아닌, 학문이 수단이 된 셈이다.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어떠한가? 자녀의 꿈과 소질은 나 몰라라 하고 오직 공부, 공부만 입에 달고 산다. 너나 없이 똑같은 꿈을 꾸고 똑같은 길을 가라고 한다.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데 우리 아이들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처럼 똑같이 길들여진다. 사교육 부담을 줄일 요량으로 시작한 방과 후 교육조차도 학생부에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한 필수 항목이라고 말하는 학부모까지 있다 하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겠나. 이른 아침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남보다 하나라도 더 스펙을 쌓으려고 허덕이는 아이들에게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바랄 수 있을까. 상급학교 진학만 바라고 살아온 아이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한 다음에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또 어떤 삶을 꿈꾸게 될까? 가장 아름답게 보내야 할 청소년 시기를 갇힌 공간에서 닫힌 사고로만 살아온 우리 아이들이 이 다음 어른이 되었을 때 맞닥뜨릴 삶은 어떨까?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남을 둘러보지 못한 채 좁은 문틈으로 보이는 앞길만 보고 달음박질해온 우리 아이들에게서 `함께'와 `섬김'을 바란다면, 어른들이야말로 도둑 심보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이들에게 앞만 보라고, 진학을 할 때까지는 다 모르는 척 눈 딱 감고 이를 악 물고 행복을 뒷날로 미루자고 말해왔지 않은가. 공자는 논어에서 “제자들은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라. 행실을 삼가고 믿음이 있게 하며 널리 사람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 하라. 이를 행하고서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과연 지금을 사는 부모와 교사들은 이 말에 얼마나 공감할까?우리나라 경제력이 세계 15위라고 한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102위다. 아이들에게 강요한 미래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된 지표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일임을 언제라도 잊어선 안 된다. 교육이 오로지 돈과 힘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인가. 이러한 현실은 교육의 정도에서 벗어나 더욱 허방다리를 재촉하는 법이며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게 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하겠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 어른들한테 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옆사람을 돌아보고, 발 밑에 돋아난 작은 풀꽃을 살필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정의와 평화를 꿈꾸며 이웃을 배려하는 인성을 스펙으로 요구하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오늘 나는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인성이 스펙이 되는 나라를 꿈꾸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