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노동자라 하더라도 사용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근로계약 갱신에 합리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해고사유에 이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분별한 사용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행정법원(제12부 재판장 정종관)은 계약기간 1년의 기간제 노동자로 서울 신림동 마을버스회사에 취직한 마을버스 노동자들이 회사가 재계약을 거부했다며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마을버스 회사와 운전기사 사이에 1년의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나 운전기사들은 마을회사의 중추적인 노동자 집단이며, 사업이 존속하는 이상 인력수요에 변동이 크게 없을 것이므로 운전기사 전부를 1년의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은 비정상적 구조”라며 “때문에 소속 운전기사들은 1년의 근로계약기간이 지나면 근로계약이 대부분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게 하고, 실제로도 대부분이 근로계약 갱신이 이뤄져 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근로계약 갱신거절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것이 재판부의 입장으로, 앞서 노동위원회에서 2차례 기각당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또한 “해고제한의 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만을 가지고 고용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고용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용기간이 만료되었다고 사용자는 언제든지 아무런 제약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때문에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 연쇄적으로 계속하여 체결될 것이 예상되는 상항에서 기간제 근로자에게 기간만료 후 계속 고용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계약 갱신을 거부하기 위하여는 합리적인 갱신거절의 사유가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만 이 같은 경우라도 근로계약의 갱신거절이 바로 통상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해고 자체는 아니므로 갱신거절의 사유는 해고사유보다는 다소 넓게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