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고 사연
서울 지하철의 어느 역사 화장실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다.
지하철 7호선 기관사가 안내방송을 잘해서 승객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이야기다.
그는 여느 때처럼 <깜빡 두고 내린 물건은 무임승차 죄목으로 유실물센터에 구류되오니
잊은 물건 면회 가는 일 없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방송했다고 한다.
또 청담대교를 지날 때는 <오늘도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해 보시죠.
옆에 계신 분에게 전염될 수 있도록 미소를 지어 보시기 바랍니다.
아 참, 웃을 때는 느끼한 눈빛은 삼가 주십시오. 바쁜 출근 시간에 자칫하면 오해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멘트를 날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뒤 운전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다음 역에 정차했을 때 문을 열었다고 한다.
문 잎에 서 있던 30대 여성은 방송이 재미있었다며 핸드백을 뒤적거리더니 엉뚱하게도 반창고를 주고 갔다.
감사의 표시로 뭐라도 주고 싶은데 마침 가진 게 없으니 반창고를 내밀었던 것이다.
그 기관사는 지금도 반창고를 옆자리에 놓아둔 채 근무하고 있다.
아까워서 쓰지 못하는가 보다.
그는 이 반창고를 출퇴근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려는 의미로 받아들여
재미있고 멋진 말을 궁리해 내고 있다 한다.
임철순/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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