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겸(飛箝)
상대를 높여 상대를 제압하라는 뜻으로, 칭찬하고 높이 띄워서 꽉 잡는다는 말이다. 즉 상대가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면서 추켜세워서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말이다.
飛 : 날 비(飛/0)
箝 : 재갈 먹일 겸(竹/8)
항룡유회(亢龍有悔)라 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내려갈 일밖에 없다. 그럼에도 모든 잠룡(潛龍)은 항룡(亢龍)을 추구한다. 직접 겪어봐야 아는 것일까.
주자(朱子)의 "젊은이는 쉬이 늙고 배움을 이루기 어려우니, 촌각의 시간도 헛되이 말라"는 가르침도 늙어서야 탄식으로 깨닫는다.
호호탕탕 흘러가던 장강(長江) 물도 바다에 이르러서야 황진이가 왜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고 했는지 가슴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달도 차면 기운다. 활짝 핀 꽃도 열흘 붉고는 이내 시든다. 정상에 올랐다면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한다. 곧 하산해야 하는 것이다. 머물고 싶어도 더는 머물 수 없다. 바위는 굴러 떨어지고 시시포스(Sisyphos)는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각자의 운명이 아니라, 자연법칙이다.
문제는 미련이다. 어쩐지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박수칠 때 떠나기는 어렵다. ‘커튼 콜’이 계속되면 심안이 흐려진다. 달콤한 착각에 빠진다. 박수는 마약이다. 알면서도 애써 잊는다. 사람은 늘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미련이 남은 게 아니라 미련스러운 것이다.
박수를 조심하라 했다. 과분한 칭찬에는 올가미와 덫이 도사리고 있다. 웃음 뒤에는 번뜩이는 칼이 숨어 있다. 소리장도(笑裏藏刀)이다. 자칫 옴쭉하지 못하고 온몸이 옥죄어질 수 있다. 깨달았을 때는 발 밑이 허공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는 법이다. 높이 올랐다면, 충격도 더 크다.
권력의 민낯은 본디 추한 것일까. 동이 틀 무렵 라스베이거스처럼, 화장이 지워진 거리의 여인처럼. 어쩌면 썩은 단백질을 자양분으로 하는 세균처럼, 부패의 악취 속에서 권력은 성장하는지도 모른다. 그 생존 방식은 ‘비겸(飛箝)의 처세’일 것이다.
비(飛)는 띄운다, 칭찬한다는 뜻이다. 겸(箝)은 쇠사슬로 묶는다, 집게로 꽉 잡는다는 뜻이다. 즉, 사람을 띄워놓고는 꼼짝 못하게 붙잡는 술책이다. 부연하면, 사람의 구미에 맞고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달콤한 말로 은근히 치켜 세움으로써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비겸술은 귀곡자가 가르쳤는데, 꽤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아부에 약하다. 아부가 윗사람에 대한 칭찬이라면, 아첨은 비위를 맞춰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비겸술의 대표적인 인물이 진나라 상앙이다. 그는 효공을 만나 처음엔 요순의 제도(帝道)와 성탕의 왕도(王道)를 설파한다. 태평성대를 이룰 비결이자 바탕이다.
그런데 효공은 인의(仁義)의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러자 힘과 권모술수로 다스리는 패도(覇道)를 건의한다. 구미가 당긴 효공은 크게 만족해 비로소 상앙을 중하게 쓴다.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알고, 민감한 곳을 자극해 기분을 좋게 한 후, 꼼짝없이 자신의 말을 듣게 한 것이다.
이른바 ‘입 속의 혀’를 넘어 ‘뇌 속의 혀’가 되는 것이다. 입 속의 혀는 상대가 원하는 바를 알아서 자유자재로 동시 작동한다면, 뇌 속의 혀는 상대로 하여금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유세하는 자의 생각인지, 본디 자신의 생각인지 헷갈리는 경지이다. “내가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하다니” 하는 식으로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귀곡자는 말한다. 남에게 비겸을 쓸 때는 그 사람의 지능과 재능, 기세를 파악한 후 그의 측근이 되어 따른다. 일단 상태를 칭찬하는 말로 띄워서 환영하고 따라가다 기회를 봐서 꼼짝 못하게 장악하고, 뜻으로써 친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빈 것을 보내도 실질적인 것이 돌아오는” 비겸술의 요체이다.
즉, 칭찬을 하면 마음이 풀어진 상대는 본심을 드러내면서 결국 자신을 옭아맬 말을 하게 된다. 이를 놓치지 않고 잘 살피면, 그를 꼼짝 못하게 묶어서 동서남북으로 종횡무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재상에 오른 상앙은 자신의 법을 세운다. 소위 ‘상앙변법’이다. 이를 어기면 왕자까지 처벌하면서 서늘하게 위세를 부렸다. 하지만 그의 종말은 사기열전이 전한다. 그도 그가 세운 법에 의해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에 처해진다. 그런 것이다. ‘비겸술’도 마치 각설탕처럼 잠시 단맛을 취할 수는 있지만, 생명력을 연장하는 본원적 에너지는 되지 못한다.
박수를 치는 자도, 박수를 받는 자도 박수에 속기 쉽다. 달뜬 분위기에 취해 상대를 잊고 자신도 잊는다. 칭찬 역시 그렇다. 진심에서 우러난 칭찬은 요란하지 않다. 무대 위에 선 그대, 일거수일투족 충실무진(忠實無眞)할 일이다. 박수에 취하지 마라. 박수는 이내 잦아들고, 그대의 무대도 치워진다.
비겸(飛箝)
비겸(飛箝)이란 중국 황제들이 몰래 탐독했던 금서(禁書)인 귀곡자(鬼谷子)에 나오는 불패 전략 9가지 중 하나이다. 귀곡자(鬼谷子)는 중국 최고의 전략가인 귀곡자(鬼谷子)가 남긴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는 기술 9가지를 집대성한 전략서로 세상을 어지럽힐 책이라는 낙인이 찍힌 절대 읽어서는 안될 금서로 정해진 책이다.
비겸(飛箝)의 뜻은 상대를 높여 상대를 제압하라는 말이다. 비(飛)는 '띄우다' 즉 '칭찬한다'는 뜻이고, 겸(箝)은 '쇠사슬로 묶는다' 혹은 집게 따위로 꽉 잡는다는 뜻이다.
결국 비겸(飛箝)은 띄워서 꼼짝 못하게 꽉 잡는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무척 강열하여 학자들의 비난을 받은 이유는 그 뜻이 상대방의 입에 맞는 말로 추켜세워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뜻으로, 맹자는 이 말의 위력을 믿는 사람들을 향해 대장부같은 처신을 하지 않는 인간들이라고 맹비난 했다
그 이유로 대장부가 어떻게 남의 입에 맞는 말을 한다는 말인가. 대장부가 어떻게 목적을 가지고 칭찬할 수 있는가. 이것은 바로 간신배들이 하는 짓이 아닌가 하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을 현실적으로 해석해 보면, 상대를 높이는 것이 상대를 잡는 것이다. 여기서 상대를 높인다는 뜻은 내가 비루해진다는 의미가 아님은 자명한 일이다
내가 높은 지위에 있으면 상대를 겸손하게 대해서 마음을 얻고, 내가 지식이 뛰어나면 상대의 지식을 인정하여 그의 경계심을 없애고, 내가 부유하면 상대가 더 부유해질 수 있음을 알게 해주어서 계층간의 괴리를 없앤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지위도 없고, 지식도 없고, 부유하지도 않으나 정직하게 살고 있다면 상대의 깨끗함을 존중해서 그가 나를 더 인격적으로 대하게 한다면 이것이 바로 비 즉 상대를 띄운다는 현대적인 해석이 될 것이다.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귀곡자의 비겸(飛箝)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겨 봄직도 하다.
▶️ 飛(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가 날개 치며 나는 모양으로, 날다, 날리다, 빠름의 뜻이 있다. 부수(部首)로 쓰일 때는 날비몸이라 한다. ❷상형문자로 飛자는 '날다'나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와 몸통을 함께 그린 것이다. 飛자는 본래 '날다'를 뜻하기 위해 만들었던 非(아닐 비)자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만을 그렸던 非자와는 달리 새의 몸통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飛(비)는 ①날다 ②지다, 떨어지다 ③오르다 ④빠르다, 빨리 가다 ⑤근거 없는 말이 떠돌다 ⑥튀다, 튀기다 ⑦넘다, 뛰어 넘다 ⑧날리다, 빨리 닿게 하다 ⑨높다 ⑩비방(誹謗)하다 ⑪새, 날짐승 ⑫빨리 달리는 말 ⑬높이 솟아 있는 모양 ⑭무늬 ⑮바둑 행마(行馬)의 한 가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상(翔)이다. 용례로는 어떤 일의 영향이 다른 데까지 번짐을 비화(飛火), 공중으로 날아서 감을 비행(飛行), 태양을 달리 일컫는 말을 비륜(飛輪), 빠른 배를 비가(飛舸), 하늘을 나는 용을 비룡(飛龍), 날아 다니는 새를 비조(飛鳥),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비약(飛躍), 날아 오름을 비상(飛上), 공중으로 높이 떠오름을 비등(飛騰), 세차게 흐름을 비류(飛流), 공중을 날아다님을 비상(飛翔), 하늘에 오름을 비승(飛昇), 매우 높게 놓은 다리를 비교(飛橋), 날아서 흩어짐을 비산(飛散), 날아오는 총알을 비환(飛丸), 여름 밤에 불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방을 비아(飛蛾), 날아가 버림을 비거(飛去), 내리는 서리를 비상(飛霜), 바람에 흩날리며 나리는 눈을 비설(飛雪),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호(飛虎), 던지는 칼 또는 칼을 던져 맞히는 솜씨를 비도(飛刀), 띄엄띄엄 넘어가면서 읽음을 비독(飛讀), 날아 움직임을 비동(飛動), 일의 첫머리를 비두(飛頭), 힘차고 씩씩하게 뻗어 나아감을 웅비(雄飛), 높이 낢을 고비(高飛), 떼지어 낢을 군비(群飛), 어지럽게 날아다님을 난비(亂飛), 먼 데 있는 것을 잘 보고 잘 듣는 귀와 눈이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의 넓고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 또는 그 도구의 뜻으로 책을 두고 이르는 말을 비이장목(飛耳長目), 날쌔게 말에 올라 탐을 이르는 말을 비신상마(飛身上馬), 천리까지 날아감을 이르는 말을 비우천리(飛于千里), 날아가고 날아옴을 일컫는 말을 비거비래(飛去飛來), 곧바로 흘러 떨어짐을 일컫는 말을 비류직하(飛流直下), 특히 여자의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이르는 말을 비상지원(飛霜之怨), 성인이나 영웅이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 있음을 비유하는 말을 비룡재천(飛龍在天),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는 말을 비사주석(飛沙走石), 새도 날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성이나 진지의 방비가 아주 튼튼함을 이르는 말을 비조불입(飛鳥不入),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때가 일치해 혐의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오비이락(烏飛梨落), 바람이 불어 우박이 이리 저리 흩어진다는 뜻으로 엉망으로 깨어져 흩어져 버림이나 사방으로 흩어짐을 일컫는 말을 풍비박산(風飛雹散), 넋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지다라는 뜻으로 몹시 놀라 어찌할 바를 모름을 일컫는 말을 혼비백산(魂飛魄散), 새가 삼 년 간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큰 일을 하기 위하여 침착하게 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불비불명(不飛不鳴),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일컫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벽을 깨고 날아갔다는 뜻으로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출세함을 이르는 말을 파벽비거(破壁飛去),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뜻으로 남모르게 활동함을 이르는 말을 암중비약(暗中飛躍), 두 마리의 봉황이 나란히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제가 함께 영달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양봉제비(兩鳳齊飛), 제비가 날아올 즈음 기러기는 떠난다는 뜻으로 사람이 서로 멀리 떨어져 소식없이 지냄을 이르는 말을 연안대비(燕雁代飛),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오뉴월의 더운 날씨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월비상(六月飛霜), 함께 잠자고 함께 날아간다는 뜻으로 부부를 일컫는 말을 쌍숙쌍비(雙宿雙飛), 오는 해이고 토는 달을 뜻하는 데에서 세월이 빨리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오비토주(烏飛兔走) 등에 쓰인다.
▶️ 箝(재갈 먹일 겸)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대 죽(竹; 대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拑(겸)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箝(겸)은 ①재갈을 먹이다 ②입을 다물다 ③끼우다 ④구하다(求--), 탐구하다(探求--) ⑤항쇄(項鎖: 쇄사슬로 목을 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음 또는 언론의 자유를 속박하는 일을 겸구(箝口), 자유를 구속함이나 눌러 억제함을 겸제(箝制), 재갈을 물린 듯이 말을 못하게 하여 내침을 겸척(箝斥), 입을 막고 말을 못하게 함을 겸어(箝語), 말의 입에 재갈을 물림을 겸마(箝馬), 발언을 금지하는 명령을 일컫는 말을 겸구령(箝口令)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