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2 때 바뀐 인생행로, 장래희망 ‘농업공무원’에서 ‘서울대 진학’으로
김태호(48) 국무총리 내정자의 고향인 경남 거창군 가조면 부산마을은 가야산과 비계산이 사방을 빙 둘러싸고 있는 분지에 있었다.
낙동강의 지류가 인근에 있고 논과 밭이 넓게 자리잡은 농촌 마을이다. 한때 400호가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70여호만이 남아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2~3년 터울의 4남매 중에서 셋째인 태호가 가장 공부를 못했어요. 태호가 중학생이던 때 평소 반에서 16등 정도를 하던 녀석이 시험을 잘 봤다면서 8등의 성적표를 내놓더군요. 대견스럽기는 했지만 1~2등을 하던 그의 형과 동생에 비하면 부족했죠. 그래서 태호를 농업고등학교에 진학시키고 곁에 두려고 했던 겁니다. 첫째, 둘째가 이미 대학생이 된 뒤라 사실 태호를 대학에 보낼 형편도 못됐습니다.”
김 내정자는 우직한 노력형 인간이다. 서울대 진학부터 경남지사에 당선될 때까지 이른바 인생의 전환점을 통과할 때마다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했다는 평가다
1977년 4월 거창농고 입학 후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IQ 98(보통지능)을 받았지만 김 내정자는 3년 내내 학업 우등상을 단 한 차례도 놓친 적이 없다. 담임 교사가 작성하는 종합평가 항목에는 ‘사려깊고 근면하다’ ‘착실하다’ ‘성실하고 타의 모범이 된다’고 기록돼 있었다. 학창시절 김 내정자는 근면과 성실성을 인정받은 전형적인 노력형 인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학지도란을 보면 그는 1학년 때까지 농업직 공무원을 희망했으나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동일계 진학’으로 바뀌었다.
아림고등학교 한광수 교장은 “내가 직접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를 가르친 적은 없다. 하지만 당시 담임 선생님들을 통해 전해 들은 바로는 학창시절 김 내정자는 매사에 꼼꼼하고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한 교장은 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생년월이 같다. 그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정치인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한편으론 김 전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정치에 대한 꿈도 키웠다. 최형우 전 장관,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 등 당대의 걸출한 정치인들과 인연을 맺고 그들의 정치스타일을 몸으로 체득했다. 김동영 전 의원의 선거를 도우며 현실정치에 대한 감각도 익혔다.
실제로 거창군은 유력 정치인들을 여럿 배출했고 현역 정치인도 상당수 있다. 대표적으로 YS의 측근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불곰’ 김동영 전 의원과 4선을 지낸 이강두 전 의원이 모두 거창 출신이다. 여성 국회의원으로 4선에 오른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과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거창에서 태어났다. 한나라당 초선인 이종혁 의원과 박민식 의원은 지역구가 부산이지만 모두 거창 출신 정치인들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선산이 거창군에 있으며 그의 부친이 이곳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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