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 바비 보고 와서 내가 느낀 점 정리 차 의견 나누고자 감상편을 써봤어.
영화 스포주의!!
사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내가 바비의 세계관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리고 켄을 보는 내 심정은 어떤 걸까
보면서도 난해하기까지 했던 영화라 처음엔 심란 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영화 바비를 어떻게 접근 해야할지 감이 오더라
바비를 그 자체로 '표준', 즉 존재 자체가 권력이고 메리트가 되는 흔한 '남자' 라고 생각해봐봐.
현대 페미니즘 현시점이 참 씁쓸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풍자한 작품인 걸 알 수 있음
일단 주인공 바비를 생각해보자.
바비는 이상적이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걸로 시작해.
의사, 경찰, 대통령, 노벨문학상 작가 등 다양한 특성과 직업을 지닌 다른 바비들과 달리 주인공 바비는 그냥 '바비'일 뿐임.
그럼에도 바비는 행복했고 즐거움. 여긴 바비들의, 바비들을 위한 바비들의 의한 '바비랜드'이기 때문임.
그리고 다른 바비들 역시 그냥 바비일 뿐인 바비에게 뭐라하지 않음.
아무것도 아닌 '바비'임에도,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도,
아무것도 할 필요 없기 때문임.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다른 바비들과 인사하고
즐겁게 춤추고 놀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아닌 바비'임에도 '켄'들조차 바비를 위하며 원하며 애씀
정말 바비는 바비 그 존재 자체로 바비랜드에서 제 가치를 증명되고 충족하기에, 아무 의식없이 삶을 즐길 수 있는 환경 그 자체인 것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게 당연했던 '바비랜드'에서 바비는 죽음 고찰을 하게 됨. 이미 즐겁고 평화롭고, 대우받는 세상인데 오히려 이게 단조로워졌기 때문일까?
음, 어찌보면 참 배부른 투정 같기도 한데.
결국 실제로 발바닥이 땅에 닿는 변화를 느낀 바비는 오랜 연륜의 이상한 바비를 찾아가고,
이상한 바비에게서 '현실'의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됨.
바비랜드와 다른 세상, '현실' 속 나와 밀잡한 연관이 있는 여자애가 죽음의 대한 고찰을 했기에 너도 같은 생각을 하고 변화를 했다고.
그리고 이상한 바비는 바비에게 바비랜드에 모른 척 있을 건지, 아니면 현실로 가서 원인을 찾을 건지 물어봄.
바비는 그냥 바비랜드에 있으려 했지만 이상한 바비는 '굳이' 현실로 가보라고 권함.
그리고 결국 쫒아온 켄과 함께 현실로 가보게 됨.
그러나 현실은 바비의 눈에 너무나도 이상함.
바비(여자)들은 경찰서에도 없고, 공사환경에도 없고, 오히려 켄(남자)들이 자신을 물건 쳐다보듯이 하며 함부로 대하기 때문
그런데 이와 반대로 켄은 자신과 같은 '켄'들이 이끌어 가는 세상, 그리고 가부장제라는 사상에 매료됨.
그리고 이 시점부터 아마 오히려 켄에 모습에 이입되는 여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거야.
가부장제라는 사상을 깨우친 켄은 자신도 바비와 같이 존중받고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고 '바비랜드'로 가서 다른 켄들을 변화시켜.
더군다나 바비랜드가 아닌 켄덤으로 바꾸겠다는 야망까지 선포함.
하지만 이 가부장제를 진행시키려 하는 켄은 어딘가 어설프기 짝이 없음.
집, 하우스, 자택이 다 같은 뜻임에도 같이 묶어서 쓰거나 바비가 보내는 눈길 한번에 황홀해하며 감정을 주체 못하고
거기다 결국 바비들 전략에 넘어가 오히려 같은 켄들끼리 파벌을 나누고 싸우게 됨.
그리고 바비들은 그 틈을 타 원래의 바비랜드로 돌려놓고 지켜내는데 성공해
관객들 입장에선 어찌보면 참 간단명료하게 처리한다 싶을 정도로.
거기다 마지막까지 바비는 켄에 대해 사랑한다거나 켄을 위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비추지 않음. 기껏해야 바비들만의 파티만 있을 필요 없었다는 단순한 말뿐인 위로, 하다못해 대통령 바비는 쿠데타까지 일으킨 켄들에게 하급 직책만을 선심쓰듯 허용함.
생각해보면 끝까지 바비가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게 한 것도, 바비와 진심과 교감을 나눈 것도 같은 바비인 여자들 뿐이었음.
참 어디서 많이 본 구도지?
남자는 남자만을 사랑한다는 문장이 생각나지 않아?
그리고 영화 바비의 '바비'는 코르셋, 성적대상화의 산물이 아니라 영화 세계관의 주체이고 표준일 뿐이야.
현실에서 바비를 이루는 악세사리, 하이힐, 화장 등 꾸밈이라는 노동 자체가 영화 바비에서는 시간 낭비, 쓸데없는 게 아닌 그냥 당연한 것임.
때문에 바비의 옷차림, 몸매, 스타일, 생활들도 평가하지 않음. 그저 옷이고, 건물이고, 하트 무늬, 파스텔 톤의 다자인들이 평범하고 그게 끝일 뿐임.
사치도 아니고, 유치한 것도 아니고, 눈요기 것도 아니야.
모든 게 정당하고 누구도 의의를 걸지 않아.
이러한 세계관에서 여성 관객들이 바비랜드에서 제 권리를 위해 반란을 도모한 켄들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걸보는 여자 관객들은 정작 바비가 아니라 켄이거든.
그리고 영화는 그걸 노렸을 테고, 그걸 성공했기에 바비란 영화는 페미니즘의 여운을 여남 성별 관계없이 끼치는데에 성공한 영화인 거.
자 마지막 장면을 다시 생각해보자.
다시 평화를 되찾은 바비랜드의 기득권층인 '그냥 바비'는 자신에게 편안한 바비랜드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겪은 다른 세상, 즉 현실의 바비인 여자들을 위해 바비랜드를 떠나 자신도 사람, 여자가 되는 선택을 하고
자신이 가부장제가 만연한 현실 속 '여자'가 되었는지 확인하려는 모습을 끝으로,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수많은 부조리함을 겪을 각오, 그리고 '그냥 바비' 보다 그 이상이 되기 위해 앞으로의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해나갈 걸 예고함.
굳이 바비랜드에서 이루지 못한 '켄'들의 '가부장제'가 그나마 실현되고 있는 '남자'들의 '현실'에서 말이야.
끝까지 켄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바비에게 없음.
계속 여자, 바비를 위할 뿐.
난 현재 그나마 목소리를 내고 있는 페미니즘 관련 매체를 매도하고 없애려는 것에 거리낌없고, 또 그것이 성사되버리기도 하는 지금의 현실을 참 아이러니하게 비유했다고 느껴지더라
정말이지 1부터 10까지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꽉 채운 영화 그 자체야 영화 바비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런 글은 언제나 환영 잘 읽을게!!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달글이 있었구나 땡큐땡큐
너무 좋은 글!!!!! 고마워
와 ㅇㅣ 해석이 진짜 맞는거같아 잘읽었어
나만 점점 뒤로갈수록 켄한테 감정이입되는게 아니었구나 켄한테 현실의 '여자', 나의 모습이 보이더라 마지막에 다같이 화합할 때도 켄이 그럼 자기도 높은 위치 직책 가질수있냐고 하니꺼 바로 바비가 그건 안되지, 하급 직책이라면 모를까 하는데 '변한게 없구나'라는 생각들었어
완전 동감! 나두 바비보다는 켄에 감정이입되더라... 바비랜드가 오히려 현실같달까... 남여만바뀐
오 영화보러 가야겠다. 너무 좋은글 고마워. 넓게 보고 즐길수있을것같아.
진짜 이 의도로만든거면 명작이네
이동진은 남자의 한계로 이 해석까진 못간거고
이 영화 진짜 좋은게 페미니즘을 장치적으로 이용해서 코미디적으로도 너무 좋고 메세지도 너무 좋았어 진짜 생각해볼 여지가 너무 많아. 영화보기 전엔 바비가 꾸미는 게 불편했거든? 근데 그거는 내가 켄덤에 사는 바비기 때문에 켄의 눈길을 사기 위해 꾸미는 바비들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던 거야. 애초에 바비월드였다면 바비는 뭐든 원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비들끼리도 전혀 비교하지 않고 그냥 그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텐데 이미 우리 켄덤에서는 코르셋으로 작용하는 걸 아니까 거부감이 일었던거지. 현실 세계에서 켄이 여자의 입장인 걸 아니까 더 바보같아 보이더라 바비가 찾아왔다고 집안에서 소리지르고 어떡해어떡해!!! 하는 모습이.. 그리고 바비와의 사랑을 결말로 맺고 싶어하는 모습도 너무 등신같고ㅜ 제발 여자라면 이러지말자 이런 생각도 하면서 봤어
바비가 현실세계에 도착해서 여자 파워 느끼려고 공사장 갔다가 성희롱 당한 것도 𝙅𝙊𝙉𝙉𝘼 현실같았고 근데 바로 뒷 장면에 할머니 나오는 장면에서 너무 힐링이됐다 이 영화 꼭 봐줘 진짜
켄으로 극대화된 내 현실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질 거 같아서 보기 무서워
와 영화보러간다
해석너무좋다ㅠㅠ
내가 슬펐던 이유가 이거구만…
맞아..켄이 어디 사는지 관심도 없던 바비보고 나는 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또보러가고싶어ㅠㅠ
해석 좋다ㅜㅜㅜ 다시 한번 더 생각해봐지는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