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숨은 비명이 불쑥 올라오는 사람입니다
구겨진 종이가 멀리 가는 법이지요
세상에는 단순하게 나쁜 사람도 없고
복잡하게 좋은 사람도 없지요’
- 천양희 詩『사람』
- 시집〈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창비 | 2024
“쟤는 나 닮아서 인정이 없어.” 몇 해 전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여태 기억한다. 뜻밖이어서가 아니다. 순순히 인정할 만큼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박절한 성격은 아니어도,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호불호가 명확해 맺고 끊는 바가 분명한 편이기 때문에 그리 말씀하셨으리라 짐작한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한다. 싫은 면이 있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으려 애쓴다. 누구에게나 이와 같은 면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 기준이 높고 분명하다. 도덕적 문제가 없으면 된다고 믿을 따름이다. 그만 익숙해졌는지, 살아오면서 큰 불편함이 없었다. 적어도 서점을 운영하기 전에는 말이다. 여럿을 상대해야 하는 서점에서 나의 성향은 커다란 단점이다. 호오나 기분과 상관없이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그이는 손님이며, 서점 주인에겐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지 못한 나는 꽤 쌀쌀맞은 서점 주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건너 건너 ‘주인 무서워서 찾아가기 어렵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흥. 싫으면 안 오면 되지.’ 나의 성향 또한 하나의 방침이라고 고집스레 믿고 있다.
얼마 전 책을 펴내고 여러 작은 서점을 방문해 행사를 하고 있다. 자연스레 각각의 서점들의 운영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꾸려나가는 다채로움 중에 공통점이 있었다. 서점 주인들은 ‘읽는 사람’ ‘읽으려는 사람’과 기꺼이, 또 친절하게 한편이 되어준다는 사실이었다. 그들 또한 각자의 성향이 있을 텐데, 호오가 있을 텐데 최선을 다해서. 요즘 나는 나의 서점에서 상대를 향해 한껏 웃어주고 있다. 적어도 그가 읽는,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누구든 한편이라는 마음으로.
통영에서 마산을 향해 한없이 이어질 것 같은 아직 초록의 풍경 속을 내달리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천사를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사가 태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보고 들은 것, 그로 말미암아 떠오르는 생각들 모든 것이 ‘천사’이고, 집으로 돌아가 책상 앞에 앉을 때 그들이 내게 찾아온다고. 올 거라고. 용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