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재산권 침해 아냐"..재판관 5대4 의견, 합헌 결정
"사정 고려없이 일률적 수급권 박탈"..헌법불합치 의견도
공무원의 배우자가 사실혼을 포함해 재혼을 할 경우 유족연금 수급권을 상실하도록 한 공무원연금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공무원연금법 조항에 대해 위헌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 헌재에 따르면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옛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 중 유족연금에 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2012년 10월 법률이 개정되고 2016년 1월 법률 개정 이전의 옛 공무원연금법 59조 1항 2호는 유족연금이나 순직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재혼한 때'(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 포함) 연금을 받을 권리를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은 공무원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생계를 위협받게 된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되는 급여를 뜻한다.
◇ "한정된 재원으로 유족 효과적 보호위한 것…재산권 침해 아냐"
헌재는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했다고 해도 이는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부양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유족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공무원연금법은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혼 배우자도 법률혼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서로 동거·부양·협조의무가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우자가 재혼을 통해 새로운 부양관계를 형성하고 재혼 상대방 배우자를 통한 사적부양이 가능해지면,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으로서 보호받을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헌재는 유족연금이 연금 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고려해 이혼 시 연금을 정산·분할하는 분할연금과는 제도의 목적과 취지가 다르다고도 짚었다. 헌재는 "배우자의 혼인기간 연금형성에 대한 기여를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구체적 사정 고려없이 수급권 박탈, 합리적 입법 아냐"…반대의견도
이석태·이은애·이종석·김기영 재판관 4명은 반대의견을 내고 "해당 조항의 위헌성은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영구히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박탈시키는 데에 있다"며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 재판관 등은 "배우자는 혼인 기간 공무원의 성실한 근무를 조력하고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함께 구성하면서 연금형성에 기여한 사람"이라며 "배우자의 재산적 기여를 정당하게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의 유족 지위를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인 입법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공무원과 혼인관계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이혼 시 퇴직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을 받는 배우자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데도 유족연금을 받는 배우자만 재혼을 수급권상실 사유로 인정한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김 재판관 등은 "유족연금은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급여"라며 "공무원의 사망 이후 유족연금이 유족의 생계보호에 기여하는 역할을 고려해야 하는데 실제 배우자가 재혼으로 부양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보장의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