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雜詠추석잡영’
-고향 횡성에 띄우는 편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해마다 우리가 즐겨 쓰는 추석 명절 덕담입니다. 모두가 먹고살기 힘든 시절, 그래도 잠시 허리를 펴고 웃는 날이 있었으니, 고운 빔을 입고, 맛있는 송편을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 하는 추석 명절이지요. 아무리 가난해도 새로 나온 과일과 곡식으로 상을 차려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했으니, 세월이 변해도 한가위만 같기를 소망합니다.
중국속담에 ‘사람은 고향을 떠나면 천해지고, 물건은 고향을 떠나면 귀해진다(人離鄕賤 貨離鄕貴).’고 했습니다. 객지 생활 50여 년이고 보면, 제게는 언뜻 속 상하는 말인 듯도 싶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맞는 말입니다. 아니다. 어쩌면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네. 횡성이 고향입니다.”라고 말하면, 열이면 열 “아, 한우(韓牛) 횡성이요?” 문답은 제 천(賤)함을 명우(名牛)로 보상받습지요.
고향이 그립습니다. 고향 산천이 그립습니다. 고향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기쁠 때는 기뻐서 슬플 때는 슬퍼서 고향을 노래합니다. 고향을 찿습니다. 한가위를 찿습니다. 고향이 극락(極樂)이라도 되는가요? 석가부처님께서 고향 땅 카필라성을 다녀오는 길에 잠시 고사목(枯死木) 아래에 쉬고 계심에, 일행이 나무 그늘 아래를 권하니, “말라 죽은 나무일망정 고향의 나무 밑은 시원하구나!” 하셨다고 합니다.
코로나가 유별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듯싶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안부를 전하는 한가위’일 듯싶구요. 귀성객의 마음도 그리 편하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그렇다고 ‘고향=한가위’의 설레는 그리움까지 막을 수야! ‘뒤란에 흐드러지게 피던 도라지꽃/달 오르는 저녁이면/ 청보라빛 물결이라니/추석이면 애들 나이보다 오랜 도라지를/꼭 저보고 캐라고 하시던 어머니’...그립습니다.
=월간 횡성의꿈(2021.09월호)=
♬~ 가족사진/ 첼로댁
https://youtu.be/XkGiGVOT-o0
草堂三五夜(초당삼오야) 초당의 보름달밤
地白一愁寒(지백일수한) 달빛 부셔 한시름 찬데
樹影西風動(수영서풍동) 나무그림자 서풍에 울어
從心不肖嘆(종십불초탄) 칠십 불초 한숨이네
십오야 밝은 달
달빛 부서지는 밤이면
천지가 새하야니
그리 교교하던
도라지밭 하며
산뽕나무하고는
지금이야 상전벽해
‘오래된 未來’려니,
추석이면 어김없는
다정도 병인 것을
이 시름을, 이 슬픔을
뉘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