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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it!
"안녕하세요. 이번에 인터뷰에 뽑히신 분은 ... ?"
와따시만한 마이크를 잡고 있던 리포터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스태프를 쳐다봤다.
자기들도 황당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 하고는 외면해 버린다.
"죄송합니다... 이번 인터뷰에 뽑히신 분은 '아침점심저녁 언제나 북극이든 남극이든
어디서나 고객님을 찾아가 100%만족 서비스를 해드리는 심부름 센터'에 윤유승씨."
외우기도 힘들어 보이는 요상한 심부름 센터에 주인이 있어야 할 자리를 쳐다봤다.
대체 어떤 XX놈이 이런 이름을 지었냐, 얼굴이나 보자 하는 표정이었지만
리포터와 스태프 모두 나와야 할 타이밍에 나오지 않는 '윤유승'이라는 사장을 찾았다.
"윤유승씨!"
스태프들이 여기저기를 부르며 그를 찾을때, 갑자기 바로 옆 창고 문 앞에 쌓여있던
맨 마지막 나무 상자가 덜컹 덜컹 거렸다.
여자 스태프들은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고, 남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저건 분명 무생물이 아니던가! 갑자기 일어난 괴기스러운 일에 사람들은 얼어붙었다.
하지만 곧...
"아 씨발!! 누가 이거 잠궜어!!!"
정확히 말해선 잠군게 아니라, 니가 들어있는 상자가 맨 밑에 깔려있는 거란다.
하나같이 이구동성으로 이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이제 상자 안에 한 XX놈은
몸부림을 치며 밑에 깔린 상자 안에서 나오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스태프 중 가장 먼저 정신 차린 PD가 스탭들에게
위에 상자를 치워 달라고 명령했고, 다급하게 스탭들이 상자들을 치우자
그래도 제법 봐줄만하게 생긴 또라이가 상자에서 희한한 포즈로 누워 있었다.
"하, 내가 아무리 탐나더라도 그렇지 여기다 납치를 할려고?
이거 진짜 잘생겨도 문제라니까. "
"............."
그러더니 잠시 후 벙쪄있는 한 스탭과 눈이 마주치고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그 남자는 벌떡 일어서며 '짜잔~'하고 외쳤다.
...이미 늦었어 임마....
"아침점심저녁 언제나 북극이든 남극이든 어디서나 고객님을 찾아가 100%만족
서비스를 해드리는 심부름 센터 대표 윤유승입니다!"
....뭐 저런놈이 다 있어?
아마 하나같이 외치고 싶었겠지만 우여곡절끝에 시작된 촬영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도 그럴것이 자기가 튀어나온 나무 상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이제서야 폼 잡는
저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딘가 정상은 아닌것 같았기 때문이다.
배태랑 리포터도 당황하게 만드는 저 능력.
리포터는 잠시후 정신을 가다듬고 능숙하게 멘트를 이어 나갔고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떻게 하다가 심부름 센터를 시작하셨나요?"
"제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너무 많으신것 같아서요."
"아...하하하. 재밌는 분이시네요.
그렇다면 의뢰는 많이 들어 오나요?..아 이건 말씀 해주실 수 없으신가?"
"아뇨. 많이 들어와요. 제 도움이 필요하신분들이 아주 많으시더라구요.
자기 헤어진 애인한테 준 명품들을 모두 갖.고.오라는 정.신.나.간. 훌륭한 분부터 시작해서
3.번.씩 이나 똑.같.은 푸.세.식. 화장실에서 차키를 빠뜨리는 환.자.도 안할 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어쩐지 몇 마디마디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것 같았지만
그는 끝까지 접대용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할말을 잃은 리포터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 그렇다고 그분들이 이상하다는건 아닙니다! 심지어....아, 아닙니다."
그제서야 할 말을 찾았는데 리포터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심지어 뭔가요? 황당한 에피소드라도?"
지금 까지 얘기는 다 황당해!!! 라고 생각했지만 리포터로서의 임무를 끝마치기 위해
매우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고, 유승은 정말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건 안돼요."
"에이, 뭔데요~?"
"... ..."
"이거 말하면 매상 팍 오를껄요. 제가 장담할게요!"
리포터의 말에 눈이 잠시 번뜩였던 유승이 어쩔수 없다는듯 한숨을 크게 셨다.
"...자기대신.... 해달라고."
"네? 안들렸어요,"
"....자기 대신, 바...바바리맨을 "
".....아......"
왠지 어색해져 버린 분위기.
유승은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 없다는듯, 갑자기 화가 나서 주먹을 꼭 쥐었고
이 분위기에 리포터는 다시 할말을 잃었다.
"....그래서...하셨....나요?"
말을 꺼낸 즉시,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는걸 깨달았다.
".............네. 수당이 좋았거든요."
Damn it! 오늘 방송은 망한 듯 싶다.
"'아침점심저녁 언제나 북극이든 남극이든
어디서나 고객님을 찾아가 100%만족 서비스를 해드리는 심부름 센터입니다.
0XX-XXXX-XXXX로 연락해주세요. 무슨일이든 해드립니다!!"
방송 사고 수준에 분위기는 어찌 돼든 말든 자기 홍보에만 바쁜 유승이었다.
Damn it [01]
자동차가 시동을 건다. 부릉부릉부릉. 출발하겠다는 신호다. 언제 멈추는 지는 모른다.
사귄 시간 일년 하고도 3일.
날짜는 내 생일 1주일 전.
해바라기에게서 해가 떠나갔다.
"김세지이이이인! 나쁜새끼!"
침대에서 한참 누워 있다보니 왠지 갑자기 열이 확 뻗쳐 오른다.
플러스 알파, 슬픔도 덤으로.
...아. 플러스가 너무 컸다. 눈물이 나온다.
정말 눈물을 닦다 못해 이제 닦는것조차 아파서 그냥 줄줄 흐르게 둬버렸다.
난 세진이를 열렬하게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할만큼 진지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쉽게 끝날꺼라곤 생각도 안했다.
단지 다른 여자가 더 좋아져서 헤어지자는데,
군더더기도 없이 너무 깨끗하고 명확한 이유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한대 쳐주고 드라마에 나오는 당당한 여자들처럼
멋지게 말하고 나올껄, 왜 거기서.
더구나 김세진 그새끼의 새로운 여자친구도 있는 그 자리에서 질질 짜고 만걸까.
처음한 이별도 아니었고 그렇게 진지한 사랑도 아닐꺼라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김세진 그녀석은 생각보다 큰 존재였던 것 같다.
기분이라도 전환하려고 TV도 틀어봤지만 어떤 바보같은 남자가 상자에서
나오는 또라이 같은 쇼나 하고 있는게 보이자 더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곧, 이렇게 멍하니 누워 있는 내가 더 바보같다는걸 깨달았다.
아, 빌어먹을!! 김세진 그새끼가 뭐라고!!
.......라고 해도 존나 소중한 존재였다고.
다시 눈물이 나오려는걸 베개에 얼굴을 잠시 파묻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다시 TV를 켰다. 키자 마자 볼륨이 결코 크지 않음에도 쩌렁쩌렁 울리는
아까 그 바보같은 남자의 말이 나왔다.
"'아침점심저녁 언제나 북극이든 남극이든
어디서나 고객님을 찾아가 100%만족 서비스를 해드리는 심부름 센터입니다.
0XX-XXXX-XXXX로 연락해주세요. 무슨 일이든 해드립니다!!"
무슨 일이든?
당신이 정말 무슨일이든 할 수 있다면
세진이와 내가 헤어진게 아무일도 아닌거로 돌릴 수 있어?
아니면 다시 그녀석이 내가 좋아하게 할 수있어?
이렇게 한심한 생각을 하면서 저 번호를 내 핸드폰에 찍고 있는 난 뭐지...
뚜루루-
컬러링이 없는 단순한 신호음이 한번 채 가기전에 다급하게 전화를 받는 한 목소리
[아침점심저녁 언제나 북극이든 남극이든
어디서나 고객님을 찾아가 100%만족 서비스를 해드리는 심부름 센터입니다.
무슨일을 도와 드릴까요?"]
"찾고 싶은게 있어요."
[뭐든 찾아 드립니다! 정글에 바늘 하나를 떨어 뜨리셨더라도 찾아 드리겠습니다!"]
"그것보다...훨씬 어려운 일인데요."
["무슨 일이시죠, lady?"]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북받쳐 오르는
눈물에 전화를 붙잡고 처음보는 사람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추태를 보였다.
늘 세진이가 장난을 치며 했던말, lady.
그녀석의 습관 적인 말 한마디에도 이렇게 눈물을 쏟아버리다니.
앞으로 외국영화 보는건 꿈에도 못 꾸겠구나...
["힘드시면, 만나 드릴까요?"]
사뭇 진지해진 그 남자의 다정한 말에 나는 왠지 더 코 끝이 찡해졌다.
하지만 만나고 싶든, 만나기 싫든 지금 이 상태로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간신이 울음을 참고 '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 말이 내 고생 길이 열리는 소리였다는걸 알게 되었다.
이런일을 하는 여자나 남자는 모두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나였지만 내가 그녀석을 찾기위해 심부름 센터에 전화를 하다니
나도 참 황당했지만, 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단지 그게 평범한 지푸라기가 아닌, 윤유승의 손이었다는 건 실수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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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it은 그냥 입버릇 같은 말인데, '제기랄' 이나 '씨X'같은
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그렇다고 제목을 '제기랄!'이라거나 '씨X!' 이렇게 할수는 없어서
살짝 영어로 바꿔 봤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갑자기 써보고 싶어서 시작한 소설입니다.
즐거운 한가위를 맞아 기분좋게 보시고 추석 잘 지내세요~
그럼 잘부탁드립니다( ..)
첫댓글 외계인베레님 너무 재미있어요! 코미디랄까?ㅎㅎ 이거보고 막 웃었어요ㅎㅎㅎ 특히 제목이 좋은것 같네요!ㅎㅎ 열심히 써주세요>_< 제가 쓴 소설도 있는뎅 외계인베레 님 보다 못한 소설이지만 보러와주세요ㅠㅠ 댓글이랑 조회수 올라가는게 너무 보고파용ㅠㅠ
웃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소설 꼭 보러갈게요~
오우 재밌네요 윤유승같은 똘끼있는 듯한 캐릭터 좋아해요~ ㅋㅋ
똘끼ㅋㅋ 왠지 정확한 말 같네요<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what do you speak english? i read it cuz of da title and now im just like wht the heck, but i'll be waitin for the next ones so write more, aitte? lol finally someone w/ english, l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