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서강대법학과 왕상한교수(39)와 KBS 변우영아나운서(32) 의 결혼식. 20여년 전했던 법정스님과 왕 교수와의 "약속" 이 지켜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오늘 이주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법정스님은 이 부부에게 두 가지 '숙제'를 냈다.
"한달에 산문집을 2권씩 읽고,시집 1권을 꼭 읽으십시오."
두 사람이 매달초 서점에 가서 각각 산문집을 1권씩 고른 뒤 읽고,서로 바꿔서 다시 한번 읽어보라는 것이다.
"다른이의 삶의 체취가 묻어 난 글이 산문이며, 그 글을 읽는 것은 곧 삶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각자 고른 책을 교환해 읽는 것도 서로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는 일이지요,"
법정스님은 "같이 고른1권의 시집은 함께 소리내서 낭랑한 목소리로
읽으라"고 당부했다. "시는 삶이 메마르지않도록 촉촉하게 적셔주는 역할을 합니다. 거친 삶은 의미도 재미도 없습니다."
두번째 숙제. "쓰레기를 줄이십시오."
신혼 때라 여기저기서 선물이 들어오거나 물건을 집안에 들여놓을텐데,
들여놓는 만큼 '물건의 노예'가 된다는 애기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집안에 두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주십시오,
적게 가지되 풍요롭게 사십시오, 삶의 풍요는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래오래 두고 풀어야 할 이 두가지 '숙제'는 분주한 일상에,헛된 욕심에 메말라 버린 우리 마음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 과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삶의 무게'를 줄이라는 법정스님이 이 부부에게 준 결혼 선물은 스님이 가장 아낀다는 다기와 녹차였습니다. "맑고 향기롭게'라는 뜻을 담지 않았을까. '서로 사랑은 하되 사랑에 얽매이지는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