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이탈리아 국민, 심판 강력 비난
이탈리아 밀라노의 팬들이 경기가 끝난 직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국민들은 에콰도르 주심이 이탈리아의 8강행 티켓을 '강탈해갔다'고 비난하고 있다.
화요일 월드컵 공동 개최국 한국과의 16강전에서 이탈리아가 2-1로 패하자 이곳 국민들은 일반 시민들부터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경기 전부터 8강 진출을 따 놓은 당상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연장전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면서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는 격침되고 말았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보통 자국 대표팀의 패배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리곤 하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이탈리아의 패배 원인이 심판 판정에 있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연장전에서 이탈리아 팀의 영웅 프란체스코 토티가 퇴장당하고 이탈리아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자 이날 경기를 맡은 바이론 모레노 주심에 대해 강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공공사업부 장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날 주심의 판정은 치욕스럽고 분명히 수치스러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이런 경기는 본 적이 없다. 마치 테이블에 앉아서 우리를 탈락시키기로 담합한 듯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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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한글뉴스
월드컵 특집
이탈리아 유명 축구 해설가인 브루노 피줄은 이탈리아 국영 RAI TV와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이는 완벽한 강탈행위"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전역의 광장과 카페 등지에 모여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탈리아 팬들은 팀의 패배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조용히 서로를 부둥켜안거나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학생인 칼라 피에르매니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너무나도 슬프다"고 말했다.
이날 로마 현지는 섭씨 38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다. 연장 후반 골든골이 터지자 이곳의 많은 축구팬들은 패배에 분노하며 물병을 걷어찼고 낙담한 표정으로 광장을 떠났다.
수백만의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에서 빠져나와 경기를 지켜봤고, 여행객들도 기차역이나 공항에 멈춰 서서 스크린을 통해 선수들의 동작을 주시했다.
로마의 초대형 광장 피아짜 델 포폴로에서 친구와 함께 앉아있던 올해 26세의 로살바 피트로네는 "나는 당연히 승리 할 것이라 생각해 실망도 무척 크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탈락이 결정된 직후 로마에 모인 시민들이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이 세계에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저런 심판들로는 더더욱 그렇다."
대형 TV화면으로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로마 중심가에 몰려든 수백여명의 축구팬들은 "심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골이 네 차례나 인정되지 않는 등 이번 월드컵 본선 기간 내내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자국 대표팀이 손해를 입어왔다고 여겼다.
이탈리아 주요 스포츠지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지는 화요일자 일면으로 이탈리아 대표팀의 사진과 함께 "우리를 배신하지 말라"는 헤드라인을 실은바 있다.
하지만 경기 직후 라 리퍼블리카지의 웹사이트에는 "토티의 퇴장과 토마시의 득점 불인정은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회부되어야 할 최대의 사건"이라는 글이 올랐다.
한국은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동점골을 터트렸으며 이는 이후 이탈리아 팀의 패배로까지 이어졌다.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은 이탈리아가 한국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라파토니 이탈리아 감독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많은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한국팀 선수들이 매우 열심히 뛰었다"며 "매우 멋진 경기였지만 승자는 이탈리아가 됐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골든골이 나온 직후 눈물을 흘리는 이탈리아 축구팬들.
"안타깝게도 이탈리아는 이번 월드컵기간 내내 일이 안 풀려왔다. 우리팀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판정들을 몇 차례나 지켜봤다. 우리는 선전했다."
"고개를 치켜들고 당당히 떠나겠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리 팀 선수가 왜 퇴장 당했는지 알 수 없다."
한편 한국은 열광적으로 이날 승리를 자축해 큰 대조를 이루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승리를 축하하며 손을 맞잡고 운동장 바닥에 줄지어 다이빙 세레모니를 했다.
이날 경기 직후 한국 전역의 축구팬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폭죽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부터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여기까지 올라오게 된 것은 아주 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OME, Italy (CNN) / 오병주 (JO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