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이슬 맺혀요/김호삼
1
날숨에도 흔들리는 목숨이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무엇을 찾고 있나요
그곳은 오직 엄마의 나라
나는 딸이 되어 자꾸만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아빠를 찾아요
기저귀 흥건하게 지리고 말 없는 당신
나의 양수를 퍼드릴게요
채송화도 봉선화도 한창인 꽃밭에서 아이와 함께 놀아주세요
무럭무럭 살면서 이야기 들려주세요
2
아빠는 땅을 일구고 아이는 화단에 오줌을 누고 울지요
아빠의 손에서 나는 꽃이 되어요
습관적으로 하늘을 보는 아빠
내겐 멀기만 한데 하늘만 보니 속상해요
그럴 때면 커다란 입은 말이 없어요
그래도 신이 나요
날마다 일궈놓은 화단에서 아이는 따스하게 품어지고
꽃씨는 여물어 자궁은 새롭게 생명을 잉태합니다
3
조각난 햇살마저 잘려나가면 하얗게 닦여진 겨울 산 넘어
엄마의 나라로 가겠지요
나도 엄마의 나라를 더듬어요
축축하게 젖어드는 손에 잡히는 睾丸
이제야 아빠를 찾았어요 잘려진 햇살에 아빠를 말려요
눅눅해서 아이가 살지 못하잖아요
여기는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이 아니에요
죽음을 파종하는 노인병동
나는 밤새워 새끼줄로 아빠의 걸음을 칭칭 묶어두어요.
첫댓글 꽃밭에 맺힌 이슬 햇살맞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