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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근금지구역 □■ 30편
난 신발조차 신지 않은 채 집을 나왔고,
그 누구도 내 뒤를 따라 나오지 않았다.
그러실 수 없겠지 ... 무슨 염치로 날 따라나오시겠어..
아줌마도 엄말... 엄마.. 하하... 엄마라... 엄마.. 엄마...
내가 10년 넘은 세월동안 엄마도 아닌 엄마한테 엄마라고 불러 왔다니... 하하.. 하하...
이런 드라마같은 이야기도 나한테 생길 수 있는 거구나..
내 양부모가 내 친부모를 죽이는 것처럼...
“이우린?”
“최... 최강현...”
“이 밤중에 집에서 왜 나와? 뭐 사러 나왔... 너... 울었냐?”
“울긴 내가 왜 울어, 잠깐 바람쐬러...”
“눈이 이렇게 빨간데, 내가 그 말을 믿을 거 같냐?”
한 손으로 내 턱을 꽉 쥐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최강현의 손을 뿌르친 나는,
최강현을 지나쳐 걸었고, 역시나 최강현은 내 손목을 잡아 돌렸다.
그 힘 덕분에 내 몸은 다시 최강현을 향하게 되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안 울었어, 안 울었다고! 내가 왜 그딴 걸로 울어야 돼!?”
“운 거 맞네.”
“그래, 울었다. 울었어. 그래서,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내가 너 하나 기분 못 풀어 줄 거라 생각하는 거냐?”
“내 기분을 풀어 주시겠다? 하...”
“따라와”
억지로 화를 참고 있는 날 건드리는 최강현.
그리고 내 손목을 잡는다.
예상대로 난 손목을 뿌리쳤고,
뒤돌아 있던 최강현은 다시 날 향해 몸을 돌렸다.
“놔, 너한테까지 기분 상하게 하고 싶은 생각없어.”
“이미 기분 상할 데로 다 상했고, 상관안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알아들었냐?
너 이대로 두고 못 가겠다고. 그러니까 그냥 따라와라.“
“이거 놔.”
“아호, 힘으로 해야 알아듣는 애들이 꼭 있다니깐.”
최강현은 급기야 날 어깨에 들쳐 맸고,
놀란 나는 주먹으로 최강현의 등짝을 내려 쳤다.
하지만 최강현을 쓰러뜨리기엔 내 주먹이 턱없이 약해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야!!!!! 이거 안 내려놔!!!?”
“시끄러, 이 밤중에 욕 한 번 호되게 듣고 싶냐?”
“최강현! 이거 노라고!!”
“테이프라도 부쳐 주면 말 들을래?”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도저히 날 놔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난 금새 포기해 버렸고 내가 곧 이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알기라도 했는지,
힘이 빠진 날 확인하고서야 내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지까짓게 뭐라고 사람을 들쳐 메고 난리야, 난리는.
괜히 사람 목만 아프게 ... 아오씨...
“속으로 중얼거리지 말고, 입 밖에 좀 내보이시죠?”
“아무 말 안했어”
“아줌마, 내 귀가 짐승귀보다 더 하거든?”
“까불지마.”
“너 방금 사람 들쳐 멨다고 욕했잖아.”
예상외의 말에 당황한 나는 순간 걸음을 멈췄고,
날 쳐다보는 최강현의 눈빛에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걸었다.
진짜 깜짝 놀랬다. 최강현이 진짜 내 마음을 읽은 줄 알고..
“놀랬지?”
“누가”
“놀랬잖아, 진짜 읽은 줄 알고.”
“내가 뭘”
“다시 들쳐 매줄까?”
“시끄러, 말이 많아!”
“큭큭큭...”
“야!”
계속 날 쳐다보며 놀리듯 말하던 최강현은 결국에 자리에 주저앉았고, 웃기 시작했다.
날 놀리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던 나는
주저앉은 최강현의 등짝을 주먹으로 내려 치며 그만 웃으라고 말했지만,
짐승보다 더 한다던 최강현의 귀엔 모두 비껴 나가듯 하나도 전달되지 않았다.
얘는 기분을 풀어 준다는 거야, 아님 더 달군다는 거야!
아씨, 괜히 얼굴만 후끈거리잖아.
그냥 이대로 가버릴까? 그러면 안 웃으려나? 한 번 해봐?
나쁜 자식,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큭큭큭.... 야야, 어디가~ ... 큭...”
“입닥치고! 거기서 웃다가 늙어 죽어라, 나쁜놈아.”
“유치하긴, 으이그. 으이그. 어떻게 애들보다 더 하냐?”
“내가 뭘!”
“알았어요, 알았어요. 이우린 어린이~”
“최강현 너 진짜~!!! 야!!!!!!”
다리가 긴 최강현은 휘적휘적 벌써 저만치 뛰어가서
양 볼에 엄지손가락을 집곤 메롱모션을 하고 있었고,
그에 비엔 짧지만, 짧지 않은 다리를 가지고 있던 나 또한 최강현을 뒤쫓아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뛰어봤자, 최강현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걸...
숨이 목까지 차오를 때서야 난 깨달았다.
분해, 분해, 분하다고!
어떻게 근처에 가 볼 수도 없는 거냐고!
뭐 저딴 인간이 다 있어! 저게 사람이야!!!?
잡고 싶어!!!!!
체력적으로나 많이 뒤떨어져 있던 나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최강현에게 돌진했고,
최강현은 그런 내 표정에 놀란 것인지 눈에 동그래 진채로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럴수록 내 발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최강현이여!!!! 기다려라, 이 우린양이 간다!!!!!....
‘텅-’
“우린아!!!!”
내가... 최강현을 잡은 건가?...
**
앞은 까만데, 귀에서 무슨 소리가 계속 들린다.
익숙한 목소리 인 것은 같은 데...
누구지...?
“얘.. 괜찮은 거래니?”
“걱정마, 잠깐 기절한 거 뿐이래.”
“뇌진탕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니... 그나저나 집엔 전화 했어?”
“뭐하러 전화해, 그냥 우리집에서 재우자. 응?”
“미쳤니!? 우린인 여자야, 여자!”
“아니, 남편이 여기 있고, 시어머니가 여기 있는 데 뭐가 문제야?”
“... 그렇긴 하다만...”
“엄마, 엄마. 여기서 재우자~ 응?”
“그,그래... 호호호... 옆에서 우린이 간호해 줄 수 있지?”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누군가 했더니만, 최강현이랑 아주머니셨다...
평소 같았으면 눈을 번쩍 뜬 채 최강현의 뒷통수를 갈기며,
‘누가 니네집에서 잔대!?’라고 할 나였지만,
이런 저런 이유도 집을 나온 이상,
다시 들어갈 자신이 없었던 나는 차라리 잘됐단 생각에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최강현이 밤에 나한테 무슨 짓을 하겠어,
그딴 짓 했다간 내가 가만히 안 있지, 그럼 그럼.
그냥 잠자코 최강현네 집에서 며칠 밤 머물다가 들통나면
그때, 그때 집에 돌아가면 되는 거야.
그래, 편하게 생각하자. 이우린.
**
“아함~.... 헙!!!!....”
눈을 뜨자마자 내 눈앞에 있는 건... 다름아닌 최강현.
큰 소리 냈다간 괜히 해방만 놓는 것 같아서 일치감치 입을 틀어 막은 나였다.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자고 있는 최강현.
그래도 같이 자진 않았구나,
밤새 간호 하느라 수고 했다, 최강현. 짜식.
난 기특함 반, 고마움 반으로 최강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최강현이 깨지 않게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으나 침대에서 몸을 때려고 하기도 전에
내 손목을 붙잡는 최강현의 행동에 난 다시 침대에 눕는 꼴이 되버렸다.
난 내 손목을 주시했고,
그리고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최강현의 팔에서부터 어깨, 목, 턱, 입술, 코... 그리고 눈...
최강현은... 깨어 있었다.
“뭐,뭐야. 놔줘, 씻어야돼.”
“모닝키스~... 음...”
“시끄러, 모닝키스는 무슨. 놔, 아악!!”
최강현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일어나려 했으나,
내 손목을 아직 최강현의 손에 붙잡혀 있었고, 결국 난 뒤로 나자빠졌다.
침대가 덜컹 거렸고, 너무 많이 잔 탓일까, 어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윌 알리 없는 최강현은 계속해서 내 손목을 붙잡고 늘어 졌다.
“글쎄, 왜 내가 너한테 모닝키스를 해야 하는 거냐구!!!”
“그럼 고마움의 뜻으로다가... 요기요기...”
모닝키스 따윈 자기가 억지로 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건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볼에다가 손가락질을 했고,
고맙게도 아까보다 너그러워진 최강현의 행동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곧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자고 일어난 최강현의 모습은 귀여웠지만,
내 입술을 넘겨주기엔 너무 .... 미.웠.다.
“그만해, 너.”
“아, 진짜!!! 좀 해주면 안되냐!!?”
“어”
“왜 안되는 데!”
“싫어”
“뭐?”
“싫다고.”
“.....”
순식간에 잠잠해져 버린 최강현의 목청.
잠시 후에 다시 발광을 할 꺼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꽤 오랜 시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최강현을 보고 있던 나는
조금씩 최강현에게 미안해짐을 느꼈다.
내가 좀 말이 심했나?..
그래도 나 좋다고 옆에 같이 다니던 앤데...
싫다고 한 건 좀 그랬나?...
에이씨... 이놈의 주둥아리가 빌어먹을 놈이지.
“저기...”
“.....”
“최강현...”
“....”
“최강현아...”
“........불러줘...”
“응?..”
“이름... 불러달라구...”
“에?..”
내가 이름을 불러 주고 나서야 열린 최강현의 입에선...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만 쏟아져 나왔고,
어떻게 해서든지 최강현의 마음을 풀어 주고 싶었던 나는
경청하듯 귀를 가까이 대며 귀 옆에 손을 갖다 대는 모션까지 취했다.
하지만 정작 최강현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어깨만 들썩거리며 말을 이었다.
“맨날 최강현, 최강현 그러지 말고! 나도 이름 불러 달라고!...
송훈한테도 훈이, 김우정한테도 우정아, 우정아 그러면서!
왜 나한텐 맨날 최강현이라고 그래?“
“응?”
“나도 좀 다정하게 강현아, 라고 불러 달라고... 나 ... 은근히 질투 잘한다고..”
“.... ?.... 풉... 푸훕....”
“왜 웃어!”
“푸흣...”
내 웃음에 최강현이 고개를 들었지만, 내 시선은 이미 최강현을 떠난지 오래였다.
최강현의 시선은 내게 있었지만, 난 천장만 바라보며 웃을 뿐이었다.
뭐야, 그럼 저번에 그렇게 말한 것도 그거 때문이었던 거야?
아, 진짜 최강현. 생긴 거 답지 않게 애기 같다. 큭큭...
얘 귀엽네~ 웃긴다, 진짜.
내가 자기한테는 최강현이라고 맨날 부르다가 송훈한테는 훈이라고 부르니까
그게 질투가 나서 그 때 그랬던 거 였어?
푸핫.... 진짜 가지가지 한다, 최강현. 크윽...
“웃지마, 너!”
“웃긴 걸 어떡하냐?”
“난 자존심도 없는 줄 알아? 자존심까지 굽혀 가면서 말했더니, 웃어!?”
“그래, 웃는다. 왜”
“너!”
“하하... 너 진짜... 귀엽다, 풋...”
“뭐...?”
“너 진짜 귀엽다구, 어떻게 그런거에 질투를 다 하시고 그러세요~ 강현씨,
너무 섬세하세요~ 하하...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