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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았으면, 이미 파고 들었을거다."
"너, 너 설마 그 인간을?"
윤키아루는 양상희의 말에 바닥을 길게 긋던 손을 잠시 멈추고, 말도 안된다는 듯이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대답을 재촉하는 듯한 윤키아루의 안달난 표정에 양상희는 짐승같은 손으로 물 병을 그에게 집어 던졌다.
그러자 윤키아루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 병을 짐승같은 반사신경으로 가볍게 낚아챘다.
윤키아루는 자신의 손에 물 병이 들어오자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이해를 하기 위해 물 병을 흔들었다.
"야, 이걸 왜 나한테 줘?!"
"착각하지 마, 대가리가 안 돌아가면 머리 좀 식혀."
은근히 비꼬는 듯한 양상희의 말에 울컥한 윤키아루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물 병을 날카로운 손톱을 꺼내 그대로 꽂았다.
물로 가득한 병은 윤키아루의 날카로운 손톱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흠집이 나 바닥으로 천천히 흘러 내렸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흥분을 하는 윤키아루를 보면서 양상희는 혀를 찼고, 그대로 이 실험실에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양상희가 실험실 문 앞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이미 나머지 아이들은 문에 달라붙어 열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
"아따, 이기 뭔디 승질나게 하노. 확 마 다 조 뿌사뿔라!"
"멍청아, 무식하게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
"이기 지금 내보고 무식하다 캣나? 그렇담 니가 함 해보고 지껄이라마!"
나무처럼 긴 팔을 가진 남자 아이, 서이래는 문을 향해 힘차게 내리찍던 야구 방망이를 저 멀리 내던지고나서 시체같은 남자 아이, 유랑에게 문을 열어보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유랑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난 서이래를 굳이 한 번 더 자신의 손으로 밀쳤다.
기분 나쁘게 밀쳐진 서이래는 눈을 부라리며 유랑을 노려봤고, 유랑은 그의 시선을 모른 척하며 ampule(앰플)을 들이부었다.
ampule(앰플)을 남김없이 다 들이부은 유랑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봤지만, 몇 분이 지나도 반응은 없었다.
"그, 그걸 부어도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
"닥쳐, 멍청아! 니가 뭘 안다고 지껄여?"
"하, 하지만 벌, 벌써 30분이나 지나서."
"빌어먹을, 짜증나!"
연약한 남자 아이, 류제림이 못 믿겠다는 불신의 표정으로 유랑을 쳐다보자, 유랑은 못마땅한 말투와 함께 ampule(앰플)이 담긴 유리 용기를 문을 향해 던졌다. 모든게 자신의 뜻대로 안되자 유랑은 이미 움푹 패인 실험실 문을 발로 퍽퍽 걷어찰 뿐이었다.
아이들의 반응을 멀리서 지켜보던 현실을 부정하는 남자 아이, 조은우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서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을 기분 나쁘지 않게 살짝 밀쳐냈다.
특히 아이들 중에서도 연약한 남자 아이, 류제림만은 들어 올려 조심히 바닥에 내려 놓았다.
옆으로 밀쳐진 아이들은 뭐냐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봤고, 조은우는 손에 들린 붉은 용액을 찰랑거리며 흔들었다.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몇 년이 흘러도 못 나갈 거예요."
"그럼 아까 전에 모수안은 여기서 어떻게 나갔지?"
실험실 벽에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대고 있던 양상희는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말했고, 조은우는 그런 그를 힐끔 보다가
자신의 눈동자를 손가락으로 굽혀서 가리켰다. 그리고는 굽혔던 손가락을 잘 보이도록 확 펼쳤다.
"아무래도 등록된 홍채 인식과 지문 인식으로 나간 것 같아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번호 인식, 연구원들에게는 그게 있나 봐요."
"……."
양상희는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고, 끼고 있던 팔짱도 풀더니 자신을 계속 쳐다 보고있는 조은우에게로 다가갔다.
조은우는 이상하리만치 다른 아이들조차 모르고 있던 사실까지 잘 알고 있다.
이 연구소에 갇히기 전, 조은우가 다른 아이들 보다 머리가 훨씬 뛰어나다고는 얼핏 들었지만 이것은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
양상희, 자신의 질문에 전혀 망설임없이 막힘없이 대답을 술술 내뱉은 조은우였다.
조은우의 앞에 선 양상희는 자신의 짐승같은 손을 들어 올려 조은우의 단단한 목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너 어떻게 그리 잘 알고 있지?"
"……."
"대답해, 조은우."
"크윽! 오해가 있었나 봐요, 당신들이 죽인 연구원들 기억하죠?"
조은우는 서서히 자신의 목에서 느껴지는 양상희의 손 악력에 숨을 헐떡이며, 그의 짐승같은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러자 양상희는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조은우의 목에서 자신의 짐승같은 손을 재빨리 거두어 갔다.
양상희가 손을 치우자마자, 조은우의 단단한 목에는 마치 짐승이 할퀴고 간 듯한 붉은 손 자국과 푸른 멍이 선명하게 자리 잡았다.
조은우는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와 함께 질척한 침을 손등으로 대충 닦았다.
"하아, 저는 그때 함우영이라는 남자한테 물었어요."
"뭘 말이지?"
"이 곳에서 나갈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내가 잠시 착각했나 보군, 미안하다."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양상희의 말에 조은우는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눈동자는 고요하게 밑으로 가라앉았다. 조은우는 양상희에게서 몸을 돌려 실험실 문에 붉은 용액을 천천히 부었다.
그러자 10여분 후, 실험실 문은 천천히 녹이 슬기 시작하면서 문 사이로 틈이 생겼다.
아까 전에 아이들은 문을 열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지만, 조은우는 붉은 용액 하나만으로 실험실 문을 여는데 쉽게 성공했다.
"오메, 환장하겠구마이! 그기 뭔디 거짓부렁처럼 쉽게 열린당가?!"
"처음에 볼 때는 재수 없었는데, 제법 쓸만하네."
서이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을 했는지 팔을 들어올려 눈을 아무렇게나 비볐고, 그 옆에 있던 윤키아루는 정신을 차리라며 서이래의 젖살도 제대로 빠지지 않는 부드러운 볼을 세게 꼬집으면서 말했다.
갑작스러운 윤키아루의 돌발 행동에 서이래는 자신의 볼을 놓으라며 버둥 거렸지만, 윤키아루는 예상치 못한 피부 감촉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자신의 날카로운 두 손으로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다.
잠시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던 조은우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고, 아까부터 ampoule(앰플)에 대해 마음에 안 들었던 유랑은
조은우의 손에서 붉은 용액을 빼앗듯이 휙 낚아채 자신에게로 가져갔다.
"멍청아, 이건 뭐야? 어떻게 문을 열 수 있었던 거야?"
"이건 Hydrofluoric Acid라는 불화 수소산이예요."
"이렇게 단단한 문을 녹일 만큼 대단한 용액인가?"
"원래는 부식되려면 몇 주일은 기다려야 하는데, 제가 ampoule(앰플)을 섞었어요."
유랑은 분하지만, 자신의 궁금증이 풀리자마자 붉은 용액에 대해 흥미가 떨어졌음을 느끼고는 조은우에게 다시 돌려줬다.
조은우는 건내 받은 붉은 용액을 바닥에 살포시 내려두고, 이내 문 앞에서 왔다 갔다 반복하는 류제림에게로 재빠르게 다가가
연약하지만 남자인 류제림의 몸을 너무나도 쉽게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뒤에서 멀뚱히 조은우와 류제림을 지켜보는 아이들에게로 조은우는 웃으면서 말했다.
"안가요? 여기서 탈출해야죠."
*
"모수안 군, 전부 다 알았겠구만?"
"바, 박사님!"
모수안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박사님의 등장에 바닥으로 떨어진 USB 장치를 다시 주울려고 했지만, 자신에게 한 발자국씩 가까이 다가오는 박사님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모수안은 가까이 다가오는 박사님을 피하기 위해 뒤로 점점 물러났지만, 이내 자신의 등이 벽과 닿았다는 것을 느끼고,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공간이 없어 결국 포기했다.
박사님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USB를 손으로 집었고, 그것으로 모수안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래, 모수안 군. 몰래 파일을 훔쳐보니 어떻던가?"
"저, 절대 훔쳐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자네가 모르는 게 있어, 사실 이 USB에는 그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네."
박사님은 모수안의 턱 부근에서 USB를 치워 냈고, 연세에 걸맞은 주름진 손으로 은밀하게 모수안의 얼굴을 훑었다.
모수안은 박사님의 농밀한 손 놀림에 턱까지 차오르는 가뿐 숨을 애써 들이 마시며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박사님은 피가 옅게 흐르고 있는 모수안의 단단한 팔을 잡아채 붉은 혀로 길게 말아 올렸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수안의 팔에는 박사님의 끈적한 침으로 범벅이 되었고, 모수안은 자신을 능멸하는
박사님의 은밀한 행동에 수치심을 느꼈다.
"박사님, 지금 뭐하시는 행동입니까?"
"자네, 그 나이를 먹고서도 모르는 건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충분히 압니다, 험한 꼴 당하기 싫으시면 당장 비키시죠."
"앙탈을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네, 모수안 군."
모수안은 견디기 힘든 수치심에 이를 악 물고 말했지만, 박사님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주름진 손으로 모수안의 엉덩이를
향해 파고 들었고, 탄력적인 엉덩이가 한 움큼 잡히자 가뿐 숨을 내뱉으며 주물럭 거렸다.
당장이라도 모수안을 범하려는 것처럼.
박사님은 모수안의 엉덩이를 만지는 것으로 성에 차지 않는지 황급히 모수안의 바지 벨트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모수안은 자신의 바지 벨트 쪽으로 주름진 손이 다가오자 그대로 박사님의 손을 붙잡아 뒤로 확 꺾어 버렸다.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박사님은 관절과 뼈가 뒤틀리는 느낌에 비명을 내질렀고, 모수안은 박사님의 품에서 벗어나
자신의 긴 다리로 박사님의 사타구니를 향해 세게 걷어찼다.
"아악! 자네가 나한테 이렇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건가?!"
"그럼 괜찮지 않을 건 뭡니까?"
"어, 어디 한 번 두고 보게나, 이 연구소에서 어떻게 버틸지 말일세!"
모수안에게 세게 걷어차인 박사님은 바닥에 추하게 뒹굴면서도 건방지게 꼿꼿이 서 있는 모수안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수안은 무심한 얼굴로 바닥에 엎어져 있는 박사님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 앞에 쭈그려 앉았다.
박사님은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모수안의 섬뜩한 얼굴에 순간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헛수고였다.
모수안은 아까 아이들이 한 눈을 판 사이에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몰래 챙겨놨던 mes(메스)를 꺼내 박사님의 목으로 들이댔다.
"이게 뭔지 압니까?"
"지, 지금 나에게 mes(메스)를 들이미는 건가!"
"아, 망할 영감 주제에 더럽게 시끄럽네."
"여, 영감?! 어디서 그런 망측한 말을!"
박사님은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모수안의 건방진 태도에 뒷 골이 당길만큼 화가 났지만, mes(메스)를 무기로 삼아
위협하는 모수안에게는 쉽게 덤벼들지 못했다. 박사님은 지금 이 상황에 이가 부득부득 갈렸지만, 참아야만 했다.
박사님은 지금 여기서 벗어나게 된다면, 결코 모수안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깊이 다짐을 했다.
모수안은 그런 박사님의 안일한 생각을 눈치 챘는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검버섯이 군데군데 피어난 박사님의
목에 mes(메스)를 쥐고 있는 손으로 더 더욱 힘을 가하며 깊숙이 찔러 넣었다.
"내 엉덩이는 백만불짜리 엉덩이거든."
"자, 자네! 나와 거래를 하지 않겠는가?!"
"거래? 거래를 할 정도로 다급했나 보지?"
박사님은 자신의 목에서 한 방울씩 흘러 내리는 붉은 피에 유난히 호들갑을 떨면서 재빨리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모수안은 나름 흥미가 있는 제안인지 씨익 웃으며 들이밀었던 mes(메스)를 나른하게 떼어냈다.
순식간에 숨통이 트인 박사님은 차오르는 숨을 겨우 내뱉으며 자신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떨리는 손으로 문질렀다.
"자, 자네에게 3년이라는 시간을 주도록 하겠네."
"그래서 어쩌라고?"
"3년 안에 그 아이들을 증후군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하겠네."
"만약 내가 3년 안에 해내지 못한다면?"
"그럼 자네는 나의 실험체가 되는 것일세."
모수안은 나름 박사님의 제안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거래 성납을 외쳤다.
그러자 박사님은 잘 생각 했다며, 경직된 얼굴로 겨우 입꼬리를 올려 가식적인 웃음을 만들어냈다.
모수안은 박사님의 앞에 쭈그렸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결리는 자신의 어깨를 두 어번 주먹으로 치더니 뒤를 돌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길겠지만, 그 3년만 어떻게든 참아내면 저 아름다운 모수안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며
박사님은 훤칠한 키와 각이 잡혀있는 모수안의 몸을 욕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길게 핥았다.
그리고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박사님은 자신의 바지 벨트로 손을 뻗었다.
*
한편, 자신들을 143년 동안 감금을 해둔 지독한 실험실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연구소의 지리를 몰라 허둥지둥 거렸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실험실에서 벗어난 시간이 자정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연구원들은 극히 드물었다.
연구원이 드물다고 해도 아이들은 경계심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저, 저기 이제 그, 그만 내려줘도 되는데."
실험실에서 벗어난 이후로 계속 조은우의 품에 여자처럼 가만히 안겨있던 류제림은 연약한 팔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류제림의 팔을 무심히 내려다보던 조은우는 아무 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시선을 다시 앞으로 고정 시켰다.
한 순간에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한 류제림은 울컥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뼈와 관절이 약한 류제림의 몸에서는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에 당황한 조은우는 자신의 품에서 류제림을 내려놨다.
"당신, 괜찮나요?"
"괜, 괜찮아. 그러니까 신, 신경 꺼!"
류제림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조은우의 행동이 부담스러워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지만, 조은우는 아까와 달리 웃고 있던
얼굴을 지우더니 마치 류제림에게 경고를 하는 것처럼 잔혹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요."
"내, 내가 괜찮다잖아!"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난 안 괜찮아."
한 순간에 조은우에게 꾸지람을 들은 류제림의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 내릴 것처럼 그렁그렁하게 맺혔지만
조은우는 마치 자신은 못 본 것처럼 류제림의 눈가를 손으로 스윽 닦아주면서 다시 류제림을 품으로 안아 올렸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손 발이 오글 거린다며 당장이라도 흉기를 찾아와 둘 사이를 가르고 싶었다.
한참 후, 넓디 넓은 연구소를 미로같이 헤매기만 하던 아이들은 지쳤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연구원들의 눈에 띄면 안된다는 개념도 잊어버리고, 딱 한 놈만 걸리라는 심보로 섬뜩하게 눈을 빛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아이들의 바람대로 사람으로 보이는 검은 인영이 아이들의 앞으로 훅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얌전히 있던 윤키아루가 빠른 순발력으로 인영을 바닥으로 짓 누르고는 날카로운 손톱을 꺼냈다.
"야, 야! 당장 손 치워!"
윤키아루는 뒤에서 들리던 유랑의 다급한 외침에 의아함을 느끼고는 날카로운 손톱을 다시 집어 넣었다.
그러자 밑에 깔려있던 인영이 자신의 위에 몸을 포개고 있는 윤키아루를 거친 손으로 밀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야, 나 모수안이라고."
"니가 왜 여기에 있어?"
"너희들 찾으러 다녔는데, 마침 잘 됐네."
모수안은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털면서 말했고, 윤키아루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 역시 몸을 일으켰다.
윤키아루는 아이들 중에서 나름 큰 키에 속했지만, 성인인 모수안의 178cm의 큰 키에는 비하지 못할 만큼 아담했다.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한 윤키아루는 모수안의 어깨를 빠르게 낚아채 자신의 눈 높이와 같을 정도로 밑으로 끌어 내렸다.
영문도 모를 만큼 허리를 굽히게 된 모수안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윤키아루는 그제야 흐뭇하게 웃었다.
"건방지게 내려다보지 마, 인간아."
"야, 일단 이 손 좀 치워줄래? 허리가 무지 아프거든."
윤키아루는 고집스럽게 모수안의 어깨에서 자신의 손을 떼지 않았고, 모수안은 허리에서 급격히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에 신음 소리를 낮게 뱉으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어디선가 분명히 12살의 아이라고 들었는데, 나이에 비해 달라 붙는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게 느껴졌다.
모수안의 허리가 더 이상 지탱을 하지 못하고, 점점 밑으로 추락하려는 순간에 양상희가 나타나 그의 몸을 붙잡았다.
"너 그렇게 멍청한가? 아까 전에 분명히 꺼지라고 돌려서 말 했을텐데."
"그래, 나 멍청해서 말귀 못 알아들어. 그러니까 너희들 옆에 있어야겠어."
"왜 그렇게 우리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말했잖아, 증후군을 다 없애 버리겠다고."
모수안의 진심 어린 말에 양상희는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일렁일 정도로 흔들거리는 두 눈동자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짐승같은 손에 단단히 붙잡힌 모수안의 허리를 강하게 움켜쥘 뿐이었다.
그러자 모수안은 아픔을 느꼈는지 양상희의 짐승같은 손을 겨우 뿌리쳐서 벗어났고, 자유로워진 몸이 된 모수안은 여섯 명의
아이들 얼굴을 한 명, 한 명씩 각인을 시키고는 말을 했다.
"지켜줄게. 진심이야, 이번 만큼은."
"오메, 징글징글할 정도로 끈덕지게 들러 붙구마이!"
"더 심하게 붙을 수도 있어."
"아따, 사지 멀쩡한기 대굴빡이 뺑뺑 돌았당가?"
서이래는 마치 거머리처럼 자신들을 옭아매는 모수안의 행동에 그나마 남아있던 정도 떨어졌다며 씩씩 거렸다.
그러자 모수안은 좋을대로 생각하라며 너무나도 편안한 얼굴로 아이들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아이들의 대답이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을 한 모수안은 하루종일 서 있었던 자신의 몸을 바닥으로 밀착 시켰다.
하지만, 모수안이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랑은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있잖아, 생각을 해봤는데."
"좋은 쪽으로 생각하길 바랄게."
"우리가 143년 동안 이 연구소에 갇혔던 건 알지?"
대답할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는 유랑의 속사포같은 말에 모수안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랑은 활발한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씁쓸한 표정으로 모수안의 모성애를 자극 시켰다.
마치 행동을 미리 계산한 것처럼.
"이 연구소에서 벗어나 100일 동안만 바깥 생활을 하고 싶어."
"잠깐만, 지금 그 말은?"
"그래, 우리들은 이 시간 이후로 각자 헤어질 거야."
"……."
"그러니까 그 동안 니가 우리들을 찾아야 해."
*****
여섯 얼라들의 반란입니다.
위기에 처한 모수안.
그리고 이번 편은 왠지 모르게
달달달달한 느낌? *.*
아참, 혹시 업데이트 쪽지 원하시는 분 계시나요?
있으시다면 대...댓글에 ★ 별을 달아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꾸벅
첫댓글 진짜재밌다ㅋㅋㅋ진짜정말재밌어요!
진짜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진짜 정말로 재미있다니 저로써는 너무나도 감격이 큰 나머지 큰 절이라도 올리고픈 심정이네요. 사실 증후군이 반응이 없어서 정말로 내용이 재미가 없는지 저로써는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새벽에 글을 쓰기 위해 이렇게 들어와보니 바가지소녀님의 댓글이 저에게 큰 힘을 주시는 것 같았어요. 댓글 하나 하나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고, 앞으로 더욱 더 잘하라는 의미로 게을리하지 않고 소설을 최대한 빨리 쓰고 올릴 수있도록 노력하는 제가 되겠습니다. 새벽에 소설을 쓰려고 들어왔는데, 예상치 못한 댓글에 정말로 기뻤어요~ 그럼 증후군 6화를 빨리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박사님 정체가 궁금하네요. 이번 편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라이라님! 박사님의 정체가 궁금하시죠?ㅎㅎ 저 역시 박사님에 대해 알고 싶네요! 박사님의 정체는 나중에 밝혀지겠죠?*ㅇ*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