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슨 얘기죠? 기쁘다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기쁜 정도가 아니라 행복합니다. ㅋㅋ 드디어 ‘더 가까이’ 제작진의 횡포에 맞서 여성, 그것도 우리 탱구…. 아니, 태연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정 아나운서
그렇게 좋으십니까? 좋아하는 이유는 태연의 뛰어난 미모 때문인가요?
김홍범 PD
아. 아닙니다. 저는 음악인 태연을 좋아합니다. 저를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물론 미모도 미모지만- 쿨럭, 저는 태연이 갖고 있는 목소리를 좋아하는 겁니다.
그것도 보컬 스킬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평상시 말하는 톤을 포함해서 그냥 태연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음색’ 자체를 좋아하는 거죠. 오디오를 크게 틀고 들으면, 호흡 하나 목소리의 작은 변화를 다 듣거든요…. 너무 변태 같나?! 어쨌든! 저는 그냥 태연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목소리가 좋아서 소개하는 겁니다.
고민정 아나운서
거의 뭐, 태연의 있는 그대로 모든 게 다 좋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ㅎㅎ 태연 목소리의 어떤 좀이 좋다는 건지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김홍범 PD
고민정 아나운서 화났어요? 오늘 뭔가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 느낌이 드네요. 질투하세요? ㅎㅎ
음, 일단 태연의 목소리는 아주 투명하죠. 뭔가 아주 깨끗한 느낌? 살짝 섞인 비음마저 그 투명함을 방해한다기보다 돋보이게 만들죠. 이렇게 투명한 목소리만의 장점이 있어요. 장르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거.
특히 아까 베스트로 소개한 'I'를 들었을 때, 저는 정말 깜짝 놀랐거든요. 마치 영국의 엘리 굴딩의 ‘Love Me Like You Do’ 같은 곡을 듣는 듯한 원초적인 아름다움도 느껴졌다고나 할까…. 물론 둘의 음색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곡을 소화해나가는 감각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함을 느꼈더랬죠.
고민정 아나운서
뭐 거의 극찬이네요. 알고 있는 형용사를 다 동원하는 거 같아요?
김홍범 PD
태연을 칭찬하기엔 형용사가 모자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랐던 것은 태연이 첫 솔로 미니앨범을 내면서 모던록 계열 스타일을 들고 나왔다는 것과 그걸 또 완벽하게 소화해낸 능력 때문이었죠.
최신 스타일을 받아들여서 그것을 자신과 어울리게 만드는 능력, 이건 아무나 가진 게 아니거든요. 재능입니다. 재능!
물론, 새로운 유행을 창조해내는 소녀시대에서 메인 보컬로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소화해냈기 때문에 이런 것 갖고 특별하다고 생각 안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혼자서도 이렇게 다채롭게 공간을 풍부하게 채워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이제 태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컬 중 하나라고 불릴만한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요. 특히 완성도가 높은 목소리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고민정 아나운서
그렇군요. 완성도가 높은 목소리라니…. 정말 큰 칭찬을 하시네요?
김홍범 PD
네, 근데 아직도 칭찬이 더 남았습니다. 제가 이번에 이 방송을 준비하면서 아주 유심히 곡을 들어보니…. 태연이 목을 사용하는 방법이 아주 유연하더군요. 호흡도 그렇고요. 좀 전문적으로 얘기하면 목을 개방시킨 뒤 한순간에 조여주는 능력이 가장 돋보였어요.
그리고 진성과 가성을 아주 부드럽게 넘나들죠. 대부분의 사람은 진성에서 가성으로 거칠게…. 그러니까 연출을 넣어 티 나게 넘어가는 것이 어려운 기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일 어려운 기교는 ‘자연스러움’에 있습니다. 듣는 이에게 아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테크닉을 갖고 있는 게 태연이라는 얘기죠. 미니앨범 1집에 있는 ‘쌍둥이 자리’같은 곡에서 그런 기교가 아주 잘 드러나니까 찾아들어 보셔도 좋겠네요. 참, 참고로 저도 쌍둥이 자리입니다. ㅋㅋ
고민정 아나운서
그런 건 태연에게 얘기하세요~ 자, 그럼 여기서 히든베스트 한 곡 듣고 갈까요? 설명을 듣고 나니 더 기대됩니다.
김홍범 PD
오늘은 태연이 발표한 두 개의 미니앨범 중에서만 곡을 뽑았어요. OST에서 히트한 곡도 좋지만, 제가 볼 땐 온전히 ‘태연 그대로의 태연’의 본연의 모습은 이 솔로 미니앨범들에 들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고 싶은 음악이 담겨있으니까요.
그래서 우선은 첫 번째 미니앨범에서 골라봤습니다. 제가 말한 투명한 보컬이 살아있는 발라드곡이죠. ‘U R’
고민정 아나운서
정말 맑고 깔끔하네요. 군더더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김홍범 PD
거봐요. 제 말이 맞죠?^^ 이 곡 베스트로 들으신 ‘만약에’와는 조금은 다른 발라드인데요. 그 곡이 좀 보컬 적으로 연기를 많이 한 곡이었다면, 이 곡은 음을 깔끔하게 끌고 나오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 곡이죠.
후반부를 들어보셨다면 무슨 의미인지 잘 아셨을 겁니다. 그래서 태연의 조금은 다른 보컬 매력을 볼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고민정 아나운서
그렇군요. 오랜만에 이 질문 드려볼까요? 태연과는 어떤 추억도 없으신가요?
김홍범 PD
오.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질문이네요. 근데…. 아쉽게도 저하고는 별로…. 몇 번 출연했을 때 말고는…. 별로…. 슬프네요.
아, 갑자기 안타까운 일도 떠오르네요. 예전에 제가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를 막 담당하게 됐을 때- 그때까지는 태연이 고정게스트였거든요. 근데, 제가 담당하자마자 MBC DJ로 가버렸다는 슬픈 사연이…. 그것도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를 맡는 바람에, 경쟁자가 된 적이 있죠. 그래서 더 얼굴도 못 보고…. 아. 슬프네요.
고민정 아나운서
뭐가 그리 슬픈 일이 많나요... 어쨌든, 다시 음악 이야기로 돌아가죠. 태연의 매력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홍범 PD
아까 제가 태연이 갖고 있는 목소리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는데 - 이런 것들이 모두 상당히 많은 노력으로 이뤄진 거라는 느낌도 많이 받게도 됩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소녀시대의 음악 변화의 폭도 매우 컸거든요.
데뷔곡인 ‘다시 만난 세계’와 ‘Gee’, ‘Run Devil Run’, ‘소원을 말해봐’, ‘I Got A Boy’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표했던 ‘Lion Heart’까지…. 같은 스타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걸 메인보컬로 소화해 내려면 재능은 물론이고 분명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또 태티서의 ‘Twinkle’도 물랑루즈를 떠올리게 하는 뮤지컬 스타일의 곡이었고요. 그래서 지금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태연이 있을 수 있던 거고요. 고품스러운 스타일부터 아주 현대적인 장르를 다 소화해내고 있죠. 그런 이유로 다양한 드라마의 OST 음악도 빛을 발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음악이라는 게 뭔가 인생의 경험도 많고 성숙해야 하는데- 태연은 그런 느낌을 아주 잘 연출해내게 된 거죠.
고민정 아나운서
김홍범 PD, 오늘 완전 칭찬 일색이네요.
김홍범 PD
그럼 어떡합니까? 칭찬할 것밖에 없는데. ㅎㅎ 참, 이 곡도 들어보세요. 디지털 싱글 ‘Rain’이란 곡에서 재즈적인 색깔도 잘 표현했고 2016년에 낸 솔로 미니앨범에 수록됐던 ‘starlight’라는 곡을 들으면 요즘 대세인 딘(dean)과 함께 한 곡인데, 이런 곡들 들을 때면 이제는 태연이 당당한 뮤지션으로 일어선 느낌마저 듭니다. 소녀시대의 태연이 아닌, 솔로 태연으로 말이죠.
뭐,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솔로 성공 가능성을 가장 높이 본 보컬이긴 하지만요. 최근에도 디스코, 하우스,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결합된 최신 유행스타일도 잘 표현해내고 있죠. 솔로 콘서트도 성공적이고 말이죠. 한 번 가봐야 하는데…. 표가 없네요. ㅎㅎㅎ
고민정 아나운서
표 구하면 저와 함께 가도록 하시고요. ㅎㅎ 이제 마지막 히든베스트 소개해주세요.
김홍범 PD
네, 이번에는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에서 골라봤습니다. ‘Fashion’이라는 곡인데요. 방금 말씀드렸던 최신 스타일의 곡입니다. 보컬도 아주 세련되게 나왔습니다.
소녀 같은 이미지의 태연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몽환적인 분위기도 잘 연출해냈고요. 높은 음에서 이뤄지는 태연의 다양한 보컬 기술도 볼 수 있으니, 한번 잘 들어보세요. 앞으로도 솔로 가수로서 더 많은 곡도 내주길 바라면서~ 저는 여기서 안녕~
스토리텔러 김홍범 : KBS 라디오PD.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 <데니의 뮤직쇼>, <홍진경의 두시>, <이현우의 음악앨범>, <김C의 뮤직쇼> 등을 연출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네이버 이주의 발견>, <굿모닝 팝스> 등 여러 곳에 부족한 글을 끄적거리며,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뭔가 잘 해볼려해도, 뭔가 잘 안풀리지만 마음만은 긍정적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