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美 공화당 '잠룡', 왜 吳 아닌 김동연 만났을까
입력 2023. 5. 1. 05:03
https://v.daum.net/v/20230501050300822
서울 한복판서 오세훈 아닌 김동연 만난 美 잠룡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공들이는 김동연
각국 주한대사들 너도나도 김 지사에 '콜'
'김동연 프리미엄' vs '윤석열 리스크'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나 양 지역간 협력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지난주 미국의 '거물'이 한국을 다녀갔다. 미 공화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다음으로 강력한 대권 주자인 론 드샌티스(Ron DeSantis·45) 플로리다 주지사다. 그는 한국에서 '딱' 두 사람을 만났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때마침 미국을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한 총리를 예방한 것은 그렇다 쳐도, 김 지사를 만난 것은 의외였다. 그것도 같은 보수진영의 오세훈 서울시장이 머물고 있는 시청사와 5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를 의식한 듯 서울시측도 부랴부랴 경기도를 통해 경위 파악에 나서는가 하면, 주지사측과의 연결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 시장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美 대권 '잠룡' 드센티스, 오세훈 아닌 김동연 만난 이유
'미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가 왜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닌 김동연 경기지사를 만났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자매도시인 양 지역간 경제 협력 증진이다. 지난 26일 플로리다 무역사절단을 맞은 경기도는 조찬을 겸한 '무역·투자 파트너십 행사'를 가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날 행사가 성사되기까지 상당 기간 협의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와 자매도시인 플로리다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류 재개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지난 2월 투자협력을 위한 웨비나(웹 세미나)를 개최하며 교류를 재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자매도시라고 해서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드샌티스 주지사는 '경제 리더'를 내세울 정도로 경제를 중시 여기고, 김 지사 역시 '경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어 자연스럽게 지사간 만남이 성사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나 양 지역간 협력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드샌티스 주지사와 김 지사 역시 이날 만남에서 두 지역의 투자 환경을 공유하고 경제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 공감했다.
특히 김 지사는 미 유력 대선 후보인 드샌티스 주지사의 첫 방한에서 유일하게 관계를 맺은 인물이 됐다.
보수 성향 일간지인 조선일보는 드샌티스 주지사가 한 총리와 김 지사만 만난 것을 두고, 전직 외교부 고위 간부의 말을 인용해 "내년에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드센티스 인맥'을 찾겠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유력 대선 주자와 네트워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공들이는 김동연
이처럼 김 지사는 유독 글로벌 리더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해 취임 이후 역대 어느 도지사들보다 주한 대사들을 많이 만났다. 지난해 주한영국대사(7월27일, 11월30일)를 시작으로, 주한독일대사(8월9일), 주한라트비아대사(8월31일), 주한캐나다대사대리(9월5일), 주한중국대사(11월22일, 12월14일), 주한미국대사(11월30일)에 이어 올해 주한호주대사(2월13일), 주한인도대사(3월7일) 등 8개국 대사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경기도 문턱을 넘나들었다.
이외에도 김 지사는 경기도를 찾은 해외 기업 CEO들뿐만 아니라 최근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과 일본에서 만난 CEO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도 공을 들였다.
홍상우 경기도 국제관계대사는 이와 관련 "지사와 대사들과의 면담은 먼저 각국 대사관들이 요청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각국 대사들도 김 지사 정도의 유력 정치인과의 네트워킹은 본국에 보고할 정도로 중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앞선 지사들과는 달리 김 지사가 대사들과 흔쾌히 만나고 환대한다는 사실이 입소문처럼 퍼지면서, 대사들이 김 지사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프리미엄' vs '윤석열 리스크'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주지사와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 지사는 이번 드센티스 주지사와의 면담에서도 "미래의 리더로서 미국, 한국 그밖의 우방 국가 간의 미래 지도자 네트워크에 함께 관심 갖고 힘을 모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윌라드 벌러슨 미8군 사령관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을 관람한 사실을 거론하며, 드센티스 주지사에게도 "다음에는 경기도에 있는 미군 부대와 DMZ 일대를 둘러보자"며 재방한을 제안했다.
경기도 실무자들은 각국의 여러 CEO들과 투자 유치 협상을 벌일 때도 김 지사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예상치 못하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른바 '김동연 프리미엄'이다.
어쩌면 대외 관계에 있어 '윤석열 리스크'에 대비되는 대목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국내 한 중견기업의 간부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발언'이나 '대만 관련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 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중국과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은 죽고 살 수 있다."
'대통령 프리미엄'이 아닌 김 지사의 지적처럼 '리더십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