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알아낸 사실이라곤 도무지 이학교에는
정상인 사람이 없다는 것뿐.
서영은 답답함을 느낀다.
사실 모르고 있던 쌍둥이의 대역을 제안받았을때
호기심도 느꼈었다.
딸이라는 이유로 자식을 버린 부모도 보고 싶었고..
특히 아들때문에 앓아누운 엄마라는 사람.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인 척하는 딸을 알아볼까 못알아볼까..
게다가 남학교라니!
그런데..
이제는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이였다.
더 있다가는 같이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때문에.
도대체 어떤 놈이냐..
빨리 좀 나타나라..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현우가 하품을 하며 말한다.
"알바 쉬었으면 좋겠네~"
"알바?너 알바도 하냐?"
"응.학원비 벌어야지."
자식..좋은 면도 있네?
"학원비라니?"
"사교댄스 배우려고."
"네가 왜 그런 걸 배워!"
"사교에 힘 좀 쓰려고 그러지~"
그래..깊이 생각하지 말자..
"무슨 알바하는데?"
"꽃배달."
우헉!
"꽃배달?"
"응.노래도 불러준다.
어제는 춤도 췄어~
어떤 아저씨가 프로포즈하는데 용기가 없다구 그래서
꽃배달함서 청혼가도 불러줬지~"
서영은 현우를 훑어보며 상상한다.
빡빡이 머리의..귀걸이 다섯개의 양아치가
꽃을 주면서..청혼가를 부른다..물론 열라 음치다..
댄스도 곁들인다..물론 열라 몸치다..
열라 재수없다..--;
"그래서 잘됐어?"
"이상하더라~
그여자,아저씨한테 전화해서는 막 소리지르더라구."
"뭐라구?"
"그래,내가 떠나줄께!"
당연하지..
"알바..금지 아니냐?"
"우리 학교엔 그런 거 없어.
자립이 교훈 아니냐?
거의 다 할걸?
민철이 알바가 젤루 죽이지~"
앞자리에 앉은 민철이등을 툭 치며 현우가 웃는다.
돌아보는 민철.
훔...오렌지머리에 하얀 얼굴..
사진보다 실물이 나은데?
"죽이지도 않아,야~
어제도 자꾸 손님이 술먹이는 바람에 깼어,정말."
말투가 왜 저러냐...
서영은 민철의 나긋나긋한 말투에 소름이 확 돋는다.
현우도 그런지 얼굴을 찡그린다.
"얌마! 평소대로 해!"
"미안,버릇이 됐다."
"무슨 알바인데 술을 마시냐?"
서영이 묻자 민철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응,룸싸롱."
"뭐,뭣이라?룸싸롱?"
"응."
"네가 왜 그런 곳에 몸담냐?
여자애들이라면 모를까.."
"얘가 좀 반반하잖아.
여장하구 알바하는거야."
크억~여장까지...
"수입이 짭짤하거든.한번 들어가면 못헤어나."
이건 웬지 너의 대사가 아닌거 같오~--;
"안들키냐..술취하면 막 더듬고 그러는데.."
"들키지 않게 해야지."
"어떻게?"
"그거 있잖아.여자들 가슴 키우는 거,
그거 실리콘이라 안보면 만져도 감쪽같거든.
화장하고 가발쓰면 아무도 몰라~"
현우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이자식이 삐(삐가 뭘까요^^;) 숨기는 것두 알려줬다.
나두 해봤는데 진짜 감쪽같아."
눈을 빛내는 서영.
"어떻게 하는데?"
서영의 재촉에 민철이 신이 나서 설명한다.
"그러니까 삐를 엉덩이쪽으로 붙이고
여자팬티를 입은 다음 꽉 끼는 거들을 입는거야.
그러면 납작한게 정말 삐 표시가 안난다니까!"
반짝반짝 광채를 내는 서영의 눈.
"우와~신기하다~"
"그렇지?너도 한번 해봐.
너도 여장하면 감쪽같겠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래?
나도 한번 해볼까?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빛을 잃는 서영의 눈...
물론 안되겠지...왜냐하면
난 삐가 없으니까!
뒷문쪽에서 승현이가 큰소리로 말한다.
"야,오늘 최시우 본 사람 있냐!"
"최시우?안온 것 같은데?"
"오늘 결석이지 않냐?"
"어제도 결석이었을걸?"
"엊그제도~"
아이들의 말을 들은 승현이 복도밖의 누군가에게 말한다.
"들었지?결석이란다.쭈~욱."
얼핏 여학생의 모습이 보인다.
(경반고교는 남녀 각반이다.)
서영이 현우에게 묻는다.
"최시우가 누구냐?"
"너 정말 기억상실증이구나?
최시우를 모르다니."
"사설은 빼고 그냥 알려줘."
"우리 학교 스타 아니냐,걔가.
모델일 하는 앤데 여자애들이 죽어 넘어가지.
근데 짜식이 결벽증이 있어가지고 말야.
여자애들만 보면 인상부터 써."
흠...뭔가..느낌이...
"걔랑 나랑 사이가 어땠냐?"
현우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사이가 어땠냐구?
물론 안좋았지~
한놈은 여자기피증이고 한놈은 왕매너인데
사이가 좋을 리 있냐?"
호~그러셔?
용의자 등장이군..
"시우 좋다고 목매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시우녀석이 면전에다 그랬어."
"뭐라구?"
"너 열라 추하게 생겼다."
심하다..
"그래서?"
"걔가 너랑 친했거든.
너 기억안나? 3반 안성희라구.."
"몰라."
"암튼 걔가 너한테 죽고 싶다 그러면서 하소연을 한 모양이지?
네가 시우한테 뭐라 그랬지.
그러면 안된다,소연이 상처받았으니 사과해라..
그랬더니 시우놈이..하하하...미안.."
"시우놈이?"
"추한 애 너 가져,그럼..
그랬어."
"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냐.."
왜 기분이 나쁘냐..
나한테 한 말도 아닌데...하..하...
여자를 가져서 뭣에 써?..
종례를 마치고 교실을 나가려던 담임이 서영을 부른다.
"서진후,나 좀 보자~"
담임이 나가자 아이들이 휘파람을 불어댄다.
"휘유~서진후,담임이 러브콜하네?"
"역시 담임의 미소년 밝힘증에 불을 댕기는구나,서진후~"
"진후 없는 동안 담임이 좀 외로워 보였어,그치?"
천천히 일어선 서영이 현우에게 조용히 말한다.
"지현우,쟤들 이름 적어놔."
"뭐,뭐하려고?"
"응징해야지."
"장난인데?"
"나도 장난으로 답을 해줘야지.
어디를 부러뜨린다거나 피를 쏟게 한다거나..
아주 가볍고 친근한 장난말야."
현우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서영이 나가자 휴 한숨을 쉬는 현우.
저녀석..어떻게 된거야...
층계참에서 기다리던 담임이 서영이 가자 손을 덥썩 잡는다.
"오늘 힘들었지?"
"나 코후볐는데.."
후다닥~
손을 놓는 담임.--;
약한 모습 보이는군.
"흠..어떠냐.
문제 없겠어?"
"문제가 없냐구요?
하..이거 왜 이러셔?
문제가 아닌 게 없는데..
휴~어차피 시작한 거 끝을 볼테니 걱정마십쇼."
"다행이군..."
휙 돌아서 가려던 서영이 다시 돌아서서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말할테니
아는척 말아요."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다니..내가 뭘 어쨌다구..흑.."
"바로 그런 말투가 싫다는 거야!"
쓸쓸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담임.
"그래..네가 원한다면 그쯤이야..
하지만 언제라도 돌아올 마음이 생기면 말해줘.."
"이봐,이봐~오버하지마."
"늘 네곁에 있을테니까..혹시 성전환해서 나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싶어지면 날 찾.."
퍽!
결국 한대 맞은 담임...
씩씩거리며 가는 서영의 뒷모습을 보며 꿈꾸듯 말한다.
"역시..너는 잘못 태어났어...
저 터프함...강력한 펀치...
아...가슴이 터질 것 같아...
넌 왜 여자인 거지...?
왜 남자인 내가 사랑할 수 없는 여자인거지..?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을거야.."
말도 안되는 넋두리를 하고 있는 담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