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는 어디에 깃드는가?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인 참새에 대해서 글을 써 본다.
가장 흔하다고 했지만, 과연 서울 도심에도 참새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먹을 것도 없고 살 집도 없는 그곳에 참새가 있겠나 싶다.
혹 있다하여도 촌 지방 만큼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참새라는 이름도 한번 살펴보자.
이름 앞에 ‘참’이 붙으면, 좋은 것, 맛있는 것이 된다.
참깨, 참꽃, 참살구, 참나물, 참개구리, 참당귀, 참미나리 등등이다.
참새도 여기에 속한다.
반면에 거기에 못미치는 것들은 이름 앞에 개나 돌을 붙이니, 개꽃, 개당귀, 개살구, 개복숭아, 돌콩, 돌대가리, 돌미나리 등이다.
그러니 참새는 ‘맛이 좋은 새’라는 뜻이고 (행실이 좋은 새는 아니니까), 우리가 오랜 동안 참새를 잡아먹어왔다는 뜻도 된다. 과문(寡聞 - 보고들은 것이 적음)한 탓있지 몰라도, 다른 나라에서도 참새를 잡아먹는지는 알지 못한다.
네발 달린 것은 책걸상과,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놓고 다 먹는다는 중국에서도 참새요리가 메뉴에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연전에 중국 동부지방에 여행갔을 때, 야외가 아닌 실내 식당인데도 유리창 안으로 참새가 날아와서 테이블 밑으로 다니며 먹이를 쪼는 참새들을 보았고, 호주에 갔을 때는 참새가 바로 코 앞에서 날아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참새는 잡아먹힐까봐 겁을 낸다.
그만큼 우리가 궁핍하게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
6,7십년대만 해도 포장마차에서 참새구이를 술안주로 팔았다. 그러다가 산탄총도 단속이 이루어지면서 참새 안주가 사라졌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 만한 참새에 왕소금 두세알을 뿌려서 연탄불에 구우면, 가히 그 맛은 상상하기 어렵다. 참 소고하고 맛있다. 먹을 게 없어서 그렇지.
참새는 한자로 작(雀)아라 하고, 고리 짧은 새를 뜻하는 추(雀에서 少가 없는 글자) 역시 참새류를 뜻하는데, 이 새들은 떼를 지어서 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나무 위에 여러 마리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모을 집(集)자가 생겼다.
集의 초기 글자는 나무 木자에 사방으로 새 추자를 써놓고 있다. 여러 마리의 새가 ‘모여’있는 모습을 그렸다.
새는 밤눈이 어두워서 해가 지면 날아다니지를 못한다.
따라서 밤눈이 어두운 병- 비타민 A결핍증- 야맹증(夜盲症)을 다른 말로 작목(雀目)이라고 하니, 이 역시 참새의 눈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일 중의 하나는 참새는 둥지를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초가지붕이 있어서, 그 이엉 틈을 헤집고 들어가서, 거기서 잠을 자고 알을 낳고 살기가 좋았겠지만, 콘크리트로 도배가 된 오늘날엔 참새가 살 곳이 없다.
우리 약국 앞에는 가로수로 심어놓은 은행나무가 있는데, 해가 질 무렵이면 수 십, 수 백마리의 참새가 푸른 은행잎 사이로 날아와서 한참을 지절거리다가 어두워지면 조용해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을이 와서, 은행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많던 참새는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만다.
허수아비가 사라진 들판, 참새는 더 이상 유전자 변형으로 맛이 변해버린 벼이삭을 탐하지 않는다.
허수아비도 없고 새 쫓는 깡통도 없다.
먹을 것도 없고, 깃들 집도 없는 참새는 올 겨울은 어디서
날까?
甲辰年 處暑가 지나도 덥다.
豐 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