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위원회 상벌 위원님들께 드립니다.
저는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긴 저의 대학생 시절부터 해외에 살
고 있는 지금까지 프로야구를 항상 사랑해온 팬입니다. 임창용
선수의 근래 사생활에 대하여 언론에서 시끄러웠고 또한 상벌 위
원회가 열린다고 하기에 몇 자 적습니다.
임창용 선수의 문제가 공인으로서의 윤리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
고 꿈을 심어 주어야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쳤
다는 것이 언론들의 주장이자 상벌 위원회가 모인 이유라고 생각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조국을 사랑하는 교포로서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자부심과 긍지
를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 가장 가슴 아픈 것은 “한국은 안되
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는 나라” 라는 인식입니다. 원칙보다
는 즉흥적인 감정의 조류에 휩쓸리는 우리 민족의 약점을 봅니
다. 동방예의지국이란 용어가 무색하게 눈만 돌리면 러브 호텔이
며 눈만 돌리면 탈선을 조장하는 수많은 업소들이 기다리고 있습
니다. 어떤 경우는 정상적인 이발소를 찾기 위해 아홉 번씩이나
실패하며 무안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잠시 누구를 만나는 사이
저의 승용차 앞유리와 운전석 문에는 스포츠 마사지라는 문구와
함께 나체의 여성 전단이 수북이 쌓여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
다. 여러 이메일 구좌중 유독 한국 것을 사용할때는 수없는 성
인 광고를 지우느라 싸우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우리나라를 이
렇게 만들었고 누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
이 땅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문제 있다면 이 젊은이들은 외계인처
럼 갑자기 등장한 존재란 말입니까 ?
저는 이번 임선수의 징계와 함께, 그동안 프로야구팬을 우롱했
던 야구 관계자들도 함께 옷을 벗기를 바랍니다. 엄연히 다연 계
약을 불허하던 시절, 공공연하게 다년 계약을 하고 눈감아 주
고, 관광비자로 임시로 들어와 있는 용병의 출전을 눈감아주
고.. 비활동 기간에 자율훈련이란 명목으로 선수들을 묶어 두었
던 사람들...비교적 가벼운 사안만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그동
안 규정은 엿처럼 휘어질대로 휘어져 있습니다. 21년간 프로야구
를 가까이 하면서 (해외에서만도 15년) 이런 부분에서 가슴 아팠
던 부분이 한 두 분이 아닙니다. 투자하지 않는 구단은 또한 프
로야구 흥행에 지장을 주는 구단은 퇴출하겠다고 공인으로 공언
을 했으면 임선수를 징계하기에 앞서 먼저, 두산 구단부터 포기
하는 용기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러나 근래의 침묵은 마치 두
산이 꼴찌로 내려앉을지 차마 몰랐던 것으로 밖에 추측되지 않습
니다.
스포츠 신문에 대해 직접 상관은 없으시겠지만, 한 마디 쓰겠습
니다.
꿈을 준다는 프로야구 기사를 취급하는 신문 1면을 보시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 임선수의 강력 처벌을 주장한 기사가 실렸던
그 신문들도 선정적인 기사, 반나의 여자의 사진들을 싣고 있습
니다. 아마 광고들도 전화방과 성인 비디오를 비롯한 성적 자극
을 유발하는 내용들로 가득찼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보다 더
한 코메디는 없습니다. 자동차로 20여분을 달려 이틀뒤에 고국에
서 날아오는 스포츠 신문을 읽을때도 행여라도 딸이 볼까봐 가슴
졸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며 인터넷으로 스포츠 신문을 보
는 지금도 번쩍거리는 여자들의 사진과 자극적인 성적 문구들 때
문에 여간 불쾌한게 아닙니다.
근래의 국제 경기였던 시드니 올림픽과 부산 아시안 게임을 현장
에서 일하며 지켜본 저는 죄송하지만, 스포츠 기자들의 실력을
대단히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많은 이야기
를 할 수 있지만, 이 글의 요지가 아니므로 생략합니다. 5개의
스포츠 신문이 있다지만, 이틀정도의 간격을 가지고 기사들을 조
사해 보면, 스포츠 기사들의 대부분은 거의 같은 이야기뿐입니
다. 작년 갈베스 선수가 올 때부터 빈볼 이야기 하더니 그가 등
판만 하면 해설자들은 여지없이 빈볼이야기 뿐이었습니다. 그리
고는 스포츠 기자들도 본연의 임무보다는 연예기자로 둔갑해 버
린 느낌입니다. 이것은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습니
다. 사생활, 뒷 이야기등은 양념과 같은 역할에 그쳐야 합니다.
물론 외국 신문사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인 것
은 압니다. 하지만, 최소한 몇 개라도 스포츠에 대한 진지한 심
층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아니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숨
겨 놓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이라도 찾아 내십시오, 그럼 국
민들의 박수라도 받을 것입니다. 29만원 있다는 사람이 골프를
치며 호화 식당을 돌아 다니는 것은 공인으로서 젊은이들에게 꿈
을 주는 것입니까 ?
저는 근래 일어났던 임창용, 조성민 선수등의 가정사를 잘 모릅
니다. 하지만, 이들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예
상보다 더욱 큰 상처를 받게 된 것은 언론의 공로가 지대합니
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기 보다는 사
람들의 화제거리 취굽에만 바빴던 언론입니다. Die Hard 시리즈
에 나오는 언론인보다 더 가혹합니다. 저는 어느날 신문에서 이
런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아무개 선수가 이혼직전에 있었지
만, 취재하던 기자의 중재로 건강한 가정으로 회복되었다”
짧은 시간에 쓰는 졸필을 마치려고 합니다.
저는 임선수의 소식에 누구보다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저에
게도 절대로 용납되지 않은 행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둘러
싸고 나타나는 여러 반응들을 보면서 정말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임선수의 징계가 대한민족의 윤리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만 있다면, 프로야구를 우롱했던 관계자들이 양심 선언하고 옷
을 벗고 새출발하는 기회가 되고, 스포츠 신문 사장들도 양심 선
언하며 총 사퇴를 하고 공해없는 신문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기회
로 삼는다면, 그렇다면 제발 임선수를 강력 징계해 주시기 바랍
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임선수도 징계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
며 프로야구의 팬으로 기뻐할 것입니다. 삼성 구단이나 팬들도
임선수가 빠진 몇 경기를 진다해도 정말 대한민국과 다음 세대
를 사랑한다면 기꺼이 감수할 것입니다. 프로야구가 아무도 손대
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윤리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으니까
요. 그러나, 내가 외도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윤이라는 식의
잣대를 가지고 만만한 선수 하나를 내리치지는 마시기 바랍니
다. 상벌 위원회에 모인 위원들부터 먼저 죄가 없는지 살펴보고
죄없는 자가 돌을 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