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이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만큼 당권주자들이 연금개혁 해결책을 어떻게 내놓는지도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국회 연금개혁안 처리 문제가 여야 간 공방을 넘어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을 두고 여당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여당 내부에선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엔 협조 하지 않아도 22대 국회와 전당대회 국면에선 연금개혁이 핵심 어젠다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 윤상현 의원 등은 “모수개혁이라도 시급히 받자”는 주장을 펼쳤고,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은 “구조개혁 없는 연금개혁은 개악”이라고 각을 세우며 메시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당권을 잡으면 연금개혁과 관련한 여당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관련 입장을 내지 않았다.
● 일부 당권주자 입장 선회
당초 당권 주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이 23일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안 처리 주장을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모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재명이 “여당이 제안한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내놓은 뒤 연금개혁 처리 무산 책임론을 놓고 여당을 향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당권 주자들 간 입장이 갈리기 시작했다.
입장 선회 포문은 나 당선인이 열었다. 나 당선인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며 “구조개혁을 올해 한다는 조건 아래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높이는 그 합의를 가져가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합의에 나선 것으로 보고 21대 국회에서 첫 단추라도 꿰자는 취지다. 나 당선인은 23일 “이재명이 또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원 역시 이날 “소득대체율 44%, 이렇게라도 합의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며 “28일 본회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이재명이 (소득대체율 44%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부터 첫 안건으로 처리하자”고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 대신 22대 국회 처리를 제안했다.
여당 지도부가 “구조개혁 없는 모수개혁은 없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당권주자들이 잇따라 찬성 입장을 내보인 것을 두고 당내에선 “정책 측면에서 당권주자들이 차별화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연금개혁은 미래세대 문제에서 노후문제까지 전 유권자를 아우르는 문제”라며 “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일방적 요구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데, 다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역공 기회를 못 잡고 있으니 당권주자들이 말을 덧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 연금개혁 당권 이슈로
반면 국민의힘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구조개혁 병행 및 22대 국회 처리” 입장을 고수했다.
안 의원은 이날 이재명의 제안에 대해 “뜬금포에는 세 가지 노림수가 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부담을 쌓자는 계산, 거대 야당이 왜곡해서 밀어붙였던 연금개혁 실패에 대한 면피, 특검, 탄핵만 남발하는 이재명 민주당의 이미지 제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 의원은 “21대 마지막 국회의 무책임한 결정 대신, 22대 국회 시작부터 연금개혁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도 현 시점의 연금개혁 논의를 “이틀 후 폐업세일”로 규정했다. 유 전 의원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40%에서 44%로 올리면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것이냐”며 “구조개혁과 재정투입을 모수조정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주자들의 갑론을박과 무관하게 당 지도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한 뭉텅이로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시간에 쫓겨 밀어붙이지 말고, 이틀 뒤 22대 국회에서 진짜 연금개혁 추진에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