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李商隱)-무제(無題)
相見時難別亦難(상견시난별역난) 서로 만나기도 어렵지만 헤어지기 또한 어렵나니
東風無力百花殘(동풍무력백화잔) 봄바람 힘이 없어 온갖 꽃 시들어버렸다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 봄날의 누에는 죽을 때까지 실을 뽑아내기 마련이고
蠟炬成灰淚始乾(납거성회누시건) 촛불은 재가 되어야 비로소 눈물이 마른다
曉鏡但愁雲鬢改(효경단수운빈개) 새벽에 거울 보면 머리칼 희어지는 것이 서글프고
夜吟應覺月光寒(야음응각월광한) 밤 깊어 시를 읊으면 달빛 차가움을 느낀다
蓬萊此去無多路(봉산차거무다로) (그리운 사람 계시는)봉래산 여기서 그리 멀지 않으니
淸鳥殷勤爲探看(청조은근위탐간) 파랑새야 자주 자주 소식 전해주렴
*이상은[李商隱, 812년 ~ 858년, 자는 義山(의산), 호는 玉谿生(옥계생), 河南省 沁陽(하남성 심양) 사람]은 晩唐(만당)의 시인으로 25세에 令狐楚(영호초)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進士(진사)가 되고 校書郎(교서랑), 東天節度書記(동천절도서기), 檢校工部郎中(검교공부낭중) 등 높지 않은 벼슬을 역임했는데, 영호초의 반대파인 王茂元(왕무원)의 사위가 되어 두 정파 사이를 내왕하여 절조를 비난받기도 했고, 서정적인 작품이 많고 修辭(수사)를 중히 여기어 정밀하고 화려하다고 하며, 典故(전고)를 많이 인용했고 시를 지을 때는 참고 서적이 자리를 꽉 차지해 물개가 물고기를 늘어놓은 것 같았다고 하며, 당 나라 말기와 五代(오대)를 통하여 그의 시는 크게 유행하였고 溫庭均(온정균)과 함께 ‘溫李’로 불리웠으며 이들의 시파를 西崑體詩派(서곤체 시파)라 했는데, 그는 일생을 불우하게 지냈지만, 杜甫(두보)의 전통을 이은 만당의 대표적 시인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저서에 ‘義山詩集(의산시집 6권)’과 ‘西崑唱酬集(서곤창수집)’이 있다고 합니다.
*위 시는 문학비평가이신 김희보님의 “중국의 명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인데, 제목을 무제라 한 것은 자기 마음을 분명히 밝힐 수는 없기에 그렇게 잡은 것으로 보이고, 이 시는 애인 사이의 굳은 애정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합니다.
*형식 : 칠언율시(七言律詩)
*東風(동풍) : 봄바람
殘(잔) : 시들다
春蠶(춘잠) : 봄날의 누에
蠟炬(납거) : 촛불
淚(누) : 촛물이 흐르는 것을 눈물에 비유했음
蓬萊(봉래) : 신선이 있다는 선산, 동해 바다에 있다 함, 여기서는 애인을 신선이라 비유함
無多路(무다로) : 먼 길이 아니다
靑鳥(청조) : 서왕모(西王母)의 심부름을 하는 새, 서왕모(西王母)는
‘산해경’에 나오는 신인, 곤륜산에 사는 선계의 성스러운 어머니, 서왕모의 궁전은 곤륜산(崑崙山) 꼭대기에 있고, 그곳은 천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인간이 쉽게 길을 더듬어 오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