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의한 활동지원은 포퓰리즘이다[성명]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11월 27일)
올 11월 1일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과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가족에 의한 장애인활동지 원 한시적 운영이 시작됐다. 정부는 활동지원사가 연계되지 못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 던 장애인에게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을 허용하여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취지라 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6년 10월 30일까지 운영하고 제도의 적정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그럴싸하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이 조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이하 지원사) 연계의 어려움에 대한 개선책이 아니라 후퇴다. 미연계의 원인은 지원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부실 한 제도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편 해 당 사업은 정부가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하겠다면서 4월에 ‘대국민 투표 이벤트’를 통해 선정한 한시적 규제유예 대상이다. 하락하는 지지율을 잡아보려는 윤석열 정부의 몸부림일 뿐이며. 이 국민투표 참여자는 겨우 2,313명이다.
제도개선, 월급제 도입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지원사를 찾지 못하는 경우는 최중증장애인과 희귀질환자만이 아니다. 시간이 짧고 하루에 여러차례 나눠 써야 하는 경우에도 지원사를 구하기 힘들다. 그런 한편 지원사들도 이용자 를 연계받지 못해서 실직상태로 대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 노조는 미연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월급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직접운영 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것을 주장해왔다. 특히 월급제는 정부 직접운영이 아니라 민간이 운영하는 상황에서도 도입이 가능하다. 월급제가 도입될 경우 이용자와 지원사의 합의가 아니라 이 용자와 제공기관의 계약에 의해 업무 전반이 운영될 수 있다. 지원사를 구하는 일이 더 이 상 장애인 개인의 부담이 아닐 수 있고, 지원사는 노동공백으로 인한 임금손실을 없앨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눈앞에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가족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단지 장애인 가족의 요구 때문인가?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투입할 정부예산이 아까워 가족지원이라는 미봉책을 선택한 것이다.
가족지원 허용은 장애인활동지원 기본정신의 후퇴다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장애인이 지역 사회 안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공하 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둔다. 집과 시설에 갇혀 살아야 했던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은 장애인활동지원 제도가 갖고 있는 기본정신의 공이 크다. 그리고 이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통해서 실현된다. 부실한 제도 속에서도 장애인 이 자립생활 권리를 실현해 가고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이 아닌 지원사가 이 ‘당사자주의’를 근무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일하기 때문이다. 가족에 의해 활동지원을 받게 될 경우 장애 인의 선택권과 결정권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과 희귀질환자에게만 가족지원을 허용한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투쟁해 온 당사자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장애인활동지원 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앞장서 온 것이 최중증장애인들이다.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로 장애인 가족의 경제적 부담 경감, 지원사의 해고를 부추긴다
정부는 ‘국민이 선택한 한시적 규제유예’에 선정된 사례를 발표하면서, 가족지원의 효과에 대해서 “장애인 가족의 돌봄 어려움 해소 및 경제적 부담 경감”를 들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장애인활동지원 제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장애인활동지원은 경제적 지원에 목적이 있지 않다. 활동지원 전달방식으로 선택한 바우처 는 지원사의 노동과 활동지원기관의 운영에 대한 급부 외 어떤 금전적 이익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이런 - 3 - 정부의 무지는 지원사의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아마 60일 이상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만 해당한다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 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지원이 발표된 후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있는데도 의도적 으로 기피하는 보호자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이다. 정부는 가족지원 운영으로 인해 실직하는 지원사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제도개선으로 장애인과 노동자 모두의 권리 보장하라
제도가 만들어진 지 17년(활동보조서비스 포함)이 되도록 아직도 서비스 공급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제도개선을 외면한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무능하고 무책임했다는 것의 방증 이다. 장애인활동지원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족지원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악습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결정권과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뿐 아니라 제도를 계속 후퇴시키는 행위다.
지원사 미연계 문제는 월급제 도입, 직접운영 등 전달체계 개편과 제도개선을 통해서 해결 해야 한다. 그것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에게는 질좋은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사회서비스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고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