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Sindbad, Old and Not Always Succeeding-기철형의 행운을 빌며
가끔씩, 요즘 뭐하고 지내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질문은, 어떻게 지내느냐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래, 나 요즘 어떻게 지내지? 뭐 하면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니, 분명한 대답이 떠오른다. 나 요즘 드러누워 있다. 드러누워 지낸다. 정말이다. 나가서 점심을 사 먹고는 수영장에 간다. 그 이외의 시간은 침대 머리맡에 책을 쌓아놓고 읽다 자다 한다. 요즘은 기타도 안 친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수영을 좋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 그렇게는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렇게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누워서 지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집에 들어앉아 있을 수가 없고, 일없이 빈둥거릴 수가 없다. 하긴 평생을, 나로서는 이름도 생소한 먼 나라를 찾아다니며 일을 벌여 왔으니...... 그 일이라는 것도, 일의 내용에 있어서나 스케일에 있어서나 나로서는 꿈도 꾸어보지 못한 것들이었으니, 나는 듣고도 기억하지 못한다. 항상 성공하였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조직의 일원으로 일할 때에는 일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지만, 독립하여 자기 이름으로 일할 때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최종 계약서를 쓰려고 하기만 하면, 러시아건, 미얀마건, 전쟁이 일어나거나 구테타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나가리’되는 것이다.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알아보면, 그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추진되곤 하였다고 한다. 아이디어만 빼앗긴거지. 그래도 이 친구는 끄떡없다. 별로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고 프로젝트의 기획안은 머리속에 수없이 많이 들어있으니까.
최근에는 인력사무소도 개설해보았다고 한다. 심지어 택배일까지 한번 해 보았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가 몸소 배달일을 해보았다는 말이다. 그러더니, 이 친구, 내일 모레 아프리카로 떠난다고 한다. 케냐라고 하던데. 한 5년 잡는 것 같더라. 기철옹 이야기이다.
우리 친구들 중에는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에서도 기철형은 독보적이다. 희랍인 조르바? 정력이 강하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조르바는, 일을 벌이는 정열에 있어서는 기철형을 따라오지 못한다. 파우스트? 기철형이 그렇게 심각한 사람은 아니고. 페르귄트? 기철형이 그렇게 방탕하게 산 사람은 아니고. 노래로 치면, ‘솔저 오브 포천’이 생각날까? 나는 기철형이 조용필의 ‘꿈’,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하는 노래를 남한산성에서 불렀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더 맞는 것은 ‘마이 웨이’이다. 이 이야기도 기철형에게서 들었던 것 같은데, 프랭크 시나트라가 실의에 빠져 은퇴를 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폴 앵카가 작사하여 헌정하였다고 한다. 다시, 이야기 속의 캐릭터를 찾아보면, 역시 신밧드가 제일 맞는 것 같다. 뱃사람 신밧드도, 일곱 번인가 항해에 나섰지만, 싣고간 물건을 제대로 팔아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이아몬드라거나 공주라거나 뜻하지 않았던 것을 싣고 돌아오곤 하지 않았던가?
기철형의 행운을 빈다. 나같이 누워서 지내는 사람과 달리 기철형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잘 헤쳐나가겠지만, 아무래도 이제는 나이도 있으니, 그 부분 만큼은 행운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한다. 거기에서도 카톡이나 문자가 된다고 하지만, 조금 자세하게 소식을 전하려면 역시 우리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착해서 자리가 잡히는 대로 카페로 소식을 전해주게나. 연재를 하듯, 일기를 쓰듯 크고 작은 일들을 써 달라는 것이지. 그러는 중간중간에, 신밧드처럼 젊었을 때의 일들, 즉 성공한 프로젝트건, 실패한 프로젝트건, 추진하였던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좀 써주고 말이야. 그러다가 저녁 나절 홀로 숙소에 돌아와 외롭고 쓸쓸한 김에 그럴 기분이 나면, 마이 웨이를 쓰듯이, 인생을 돌아보는 글도 좀 써주고 말이야. 하긴, 자네는 이미 우리 카페에 그런 글을 많이 썼지 않은가? 이것은 지금 처음 생각난 것인데, 나중에 그런 글들을 모아 책을 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실, 기철형 만큼 책을 내기에 적절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친구는 우선 쓸 재료가 많다. 부딪치는 것을 겁내지 않아 다닌 곳, 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이 친구는 자기의 소신, 자기만의 관점이 분명하다. 지나칠 정도로 분명하다. 그 소신이나 관점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친구의 소신과 관점을 존중해줄 정도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친구는 젋었을 때부터 보고서를 써왔고 박사학위논문을 비롯한 학술 논문을 써와서 그런지, 글 쓰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물론 문제도 있기는 하다. 그것은, 이 친구는 글을 쓰는 것보다는 행동을 하는 데에, 돌아보는 것보다는 저지르는 데에 더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하니, 한번 기대해 본다.
다시 한번 먼 길에 행운을 빈다. 자주 보지도 않았으면서 서운한 마음도 든다. (끝)
첫댓글 아니 기철형이 내일 모레 아프리카 케냐로 떠난다고라고라고라라~~~
한 5년있다가 온다고라고라라~~
까페에서 글로만 접한 냥반이라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건강하셔
영태교수 부탁처럼 여기다가 그쪽 야그도 전해주시고~~~~
나이 들어서 어디 간다니까 좀 섭섭하네 ㅠㅜ
여튼 어디가던 승질 죽이고 사분사분 알랑거리며 돈 마니 버셔 ㅎㅎ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