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 시집〈그 여름의 끝〉문학과지성사 -
느낌의 생김과 사라짐을 꽃의 개화와 낙화에 빗대고 있다. 감각의 내용이나 마음의 앎을 꽃이라고 표현하니 느낌이라는 것이 생생하고 신선하고 상큼하고 근사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어떤 느낌은 이 시의 두 번째 연에서 감각적으로 읊은 것처럼 기억되는 과정에서 낯설게 뒤틀리기도 한다. 한 편의 시는 대개 단일한 느낌의 내용을 표현하는데, 이 시는 그러한 느낌 자체의 생몰을 대상화해서 바라본, 즉 느낌을 관찰하고 명상하는 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