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팔월의 아침》
- 김영남 -
덥다고 너무 덥다고
저리 가라고 밀어 보내지 않아도
머물고 떠날 때를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잠깐 머물다 금새 떠날 것을 알면서도
호들갑을 떨며 아우성을 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정색을 하며 가을을 반기겠지~~~
짧디짧을 가을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그림자처럼 사라질 것을 모르지도 않으면서
마치 가을이 영원히 있어 줄 것처럼 칭찬하다가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고
어느샌가
입김 호호 불면서 또 다시 추위를 나무라며
문지방너머 목 길게 빼고 봄이 오기를 마냥 기다릴거다.
그러면서
나이만 먹는다고
세월이 너무 빠르다고 투덜거려도 보고
용기없어
하지 못했던 것에 미련도 되씹어 보며
커다란 나이테 하나를 또 끙끙 둘러 메고 앉아
문 밖 건너 진달래 붉은 향기 가슴에 밀려들면
혹 서러워 눈물 흘릴지도 모르겠다.
빨리 지나 가기를 바라지나 말고
어여 오라고 손짓이나 말지.
그냥
혼자 조용히 흐르는 세월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만큼
가만히 놓아두고 때를 즐기며
덥던 춥던 깃털처럼 가볍게
하루 또 하루를
즐겨 살아주면 그것이 행복이고
참살이가 아니련가?
망개 열매를 따 먹고 살아도 이승이 낫다는데
지금 살아 숨쉬고 머무는 여기 산천이
천국이고 낙원이 아니면
그 어드메가 무릉이고 도원인가?
창너머 수세미 꽃에 벌이 드나드는
늦 팔월의 아침이다.
🧡 우리 앞에 남은 세월
https://m.cafe.daum.net/dreamt/TFjc/18057
어느새 햇빛에도
가을 기운 듬뿍
이제
햇살은 오곡 속에 녹아 들겠지
아침 여섯시부터 마을 울력
시골에선 명절을 앞두고 마을 대청소를 하려고 울력을 부친다
오늘은 꽃심고 풀베기 작업한다며 남자들은 예초기 여자들은 호미를 들고 나오란다
예초기 들고 마을회관 앞으로 나가니 벌써들 나와 화분을 옮기고 있다
좀더 빨리 나올 걸...
난 예초기로 마을로 들어오는 농로 주변을 베었다
노열 재백 동생과 광주 수원형님도 예초길 들고 나와 서로들 각자 구역 맡아 열심히
한시간 정도 베고 나니 마을 들어오는 길들이 훤해졌다
마을 회관 앞으로 오니 화분도 흙 채워 옮긴 뒤 꽃까지 다 심어 놓았다
내가 더 도울 일 없어 예초기로 아산형님 마당 잔디를 깎아 주었다
형님이 예초길 하지 못해 아짐이 낫으로 잔디를 베는 걸 본 집사람이 나에게 손 한번 넣어 주면 좋겠다고
예초기 가지고 나온 김에 마당 잔디를 깎아주는게 좋을 것같아 깎았다
아짐이 나와서 넘 고맙단다
이장이 아침 식사를 하고 가란다
마을분들이 모두 나와 울력해서 아침을 식당에 시켰단다
난 집에 가 할 일이 있다며 바로 올라왔다
농약통에 물을 채워 가지고 아래밭에 내려가 배추모에 물을 주었다
내일까지만 물주면 모레 비가 온다니 괜찮을 것같다
동물까지 챙기고 나니 어느새 여덟시 반이 넘었다
호박잎 쌈으로 아침 한술
일을 해서인지 입맛이 좋아 한그릇 잘 먹었다
오늘은 주일
미사 참석
집사람은 아직 코로나 격리기간이 끝나지 않아 혼자
오늘은 연중 제 22주일
주님의 잔칫상에 앉은 우리 모두 한 형제임을 깨닫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과 고통받는 사람들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공경하자며 미사 시작
제 1독서
집회서 3,17-18,20,28-29
(너를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제2독서
히브리서 12,18-19, 22-24,ㄱ
(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입니다)
신부님께서
루카 14,1,7-14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복음을 봉독하시고
겸손해야 그 자리에 대해 존중해 준단다
우리가 어떤 자리에 있든 솔선수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하고 겸손할 때 오히려 높임을 받을 수 있단다
권위란 상대가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세워지는 거라고
거만하고 깔보며 그건 내 자리라 억지를 부린다고 자리가 주어지는 건 아니겠지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 줄 때 자기도 존중받는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그걸 우리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하는데 참 어렵다
미사 끝나고 성당 대청소를 해야하다는데 난 먼저 나와 버렸다
순천 바둑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11시 30분엔 집에서 출발해야한다
그래도 먼저 나오려니 미안하다
다음엔 꼭 남아 같이 해야겠다
집에 와서 밥 한술하고 재봉동생 차로 장성읍으로
집사람은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잘 두고 놀다 오란다
내 본 실력만 발휘할 수 있으면 그리 밀리는 바둑을 두지 않을건데 모르겠다
난 승부욕이 강하지 않아 대회라 하니 긴장이 되며 마음이 움추러 든다
장성군청 앞에서 만나 김사장 차를 타고 순천 가기로 했다
군청에 가니 박총무와 김샘이 나왔다
오늘은 총 5명 한팀이 되어 바둑을 둔단다
3명이 이기면 다음 순위로 올라가는 형식이란다
결승까지 총 3판을 두게 된다고
이렇게 두는 것이 스위스 리그 방식이란다
난 바둑 대회는 처음
내가 4번째 순번인데 내 상대와 잘 둘 수 있을까?
순천 명인바둑학원에서 대회가 있다
거기까지 1시간 반이 걸렸다
시내 통과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참여 했다
무안1 영암1 장성1 순천2 광양 3팀 등 총 8팀이 참여 했다
지난달에 1차 예선을 해서 올라온 팀이 오늘 나왔단다
올해 바둑 생활 동호회 지역 예선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서 우승한 팀이 전국 대회에 출전한단다
주관은 전국바둑협회에서 하고 후원은 문화체육 관광부다
등록하고 두시 정각부터 광양 c팀과 대국
주장이 선을 가리면 1, 2, 3번까진 주장과 같은 돌로 4, 5번은 반대의 돌로 두게 된다
우리 주장이 돌을 가려 백
박총무와 김사장까진 백
나와 재봉동생은 흑을 쥐고 두게 되었다
초반 포석을 잘 짜 백의 곤마가 두 개 떴다
이러면 바둑 두기가 수월
중반들어 흑진에 갇힌 백이 두집을 낼 수 없어 흑의 우세
판을 이대로 밀어 부치면 되는데 아 그놈의 과욕
한집 이기나 두집 이기나 마찬가진 인 것을 ...
과욕을 부려 또다시 백의 대마 사활을 추궁하다가 오히려 거꾸로 흑이 갇히며 집을 내지 못하여 수싸움에서 져 버려 도중 투석
참으로 엉터리다
두고나서 상대가 나에게 살려 주었으면 자기가 이길 수 없는 바둑이었단다
참으로 싱겁게 져 버렸다
왜 마무리를 못하는 거지
우리편 세분이 이겨 윗순위로 올라가 이번엔 광양 B팀과 대결
이 판도 돌 갈라 주장이 백이라 난 흑
이 판은 상대가 비튼 포석을 잘못 받아 백의 외세를 허락
백의 집을 깨러 들어간 돌이 빠져 나오면서 내집이 깨져 버려 바둑이 힘들어졌다
그래도 살려만 나오면 계가 바둑이 될 듯해 좀더 신중히 생각해 두고 있는데
주최측에서 너무 오래 생각해 둔다며 초시계를 가져다 놓고 20초 2회 초읽기로 두란다
난 초시계를 사용해 본 적 없다
두면 바로 눌러야하는데 바로 누르지 않아 몇 번의 주의를 받았다
초시계 쓰는 것도 익혀두어야겠다
초시계 돌아가는 소리에 더 정신이 없다
그러다 그만 실착이 또 터져 빠져 나오지 못하고 대마가 잡혀 투석
수를 깊게 읽지 않고 단수치면 잡을 수 있다고 둔 수가 패착
그 착각만 하지 않았어도 백이 견디기 어려웠을건데...
아마 초시계 놓고 두는 것에 적응하지 못해 그런지도 모르겠다
왜 마무리를 못하는 걸까?
수 익기가 넘 약하기 때문이리라
난 졌지만 우리편 세분이 이겨 결승전에 올랐다
순천 a팀과 결승전
이 판도 내가 흑
오늘은 흑으로만 둔다
이번은 판을 잘게 쪼개 집 바둑으로
중 후반 들어 흑의 우세
이대로 끝내기 들어가 굳히면 괜찮을 듯
그런데 또 과수가 터져 흑 요석이 잡히며 오히려 백의 집을 튼튼하게 굳혀 주고 선수도 뺏겨 버렸다
왜 이리 실수를 연속하지
대회라고 하니까 내가 긴장한 탓일까?
난 내기 바둑을 두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승부내기에 들어가면 긴장을 한다
바둑 모임에서도 팀바둑을 두면 곧잘 져 버린다
긴장을 하다보면 제 실력이 나올 수 없는데...
계가를 해보니 반면 두집밖에 남기질 못해 덤에 걸렸다
어려운 바둑이 아니었는데...
나보다 월등한 수라면 져도 할 말 없지만 가두어 놓고 역으로 잡혀 바리는 건 깊이 수를 읽지 못한다는 거겠지
그래도 좋은 경험 했다
이 판은 김샘 혼자 이겨 우리가 준우승
상품으로 후라이팬을 받았다
다음에도 이런 대회가 있으면 참가해 보아야겠다
재봉동생은 오늘 두판이나 이겼다
우리가 준우승 할 수 있었던 것도 재봉동생이 잘 둔 덕분이리라
김사장과 나만 세판 모두 져버렸다
장성와서 국일반점에서 짜장 한그릇하고 헤어졌다
김사장이 오가며 차 운전하고 저녁까지 샀다
김사장 덕분에 오늘 잘 놀았다
고맙다
차타고 오가며 바둑두어서인지
집에 오니 피곤하다
이제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나 보다
주말 연속극도 다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로
어둠 속 풀벌레 소리만 요란
님이여!
팔월도 막바지 고개를 오르네요
풍성한 가을을 기대하며
이 주에도 늘 건행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