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놈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안산 나무 하러간다." 라는 옛 속담이 있다.
1월 초순에 옛날 생각을 하면서 장복산에서 만난 땔감 이야기를 해 본다.
체력이 약했던 나는 고교시절 겨울방학이 되면
땔나무 20짐을 해 놓고 면소재지로 친구를 만나러 다녔다.
다른 사람들은 먼 산으로 가서 하루 1짐을 했지만
나는 체력이 약해서 먼 산으로 갈수가 없었고,
하루 1짐씩 하다가는 방학 내내 나무만 하고 놀러는
가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 3~4짐씩 해서 20짐을 해 놓고는
십리 길인 면소재지로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갔던 것이다.
짧은 기간에 하려니까 가까운 안산에서 별로 좋지 않은
나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큰 형수님은 화력도 약한
땔감이 맘에 안 들었지만 그렇게라도
해 주는 착한 도련님이 고맙기만 하다고 하셨다.
솔가리
소나무 낙엽이다.
이렇게 갈잎 하나 섞이지 않은 솔가리는 최상의 땔감이었다.
옛날에는 산에 큰 소나무가 많지 않았으므로 이런 좋은
솔가리를 얻으려면, 산골이었던 내 고향 마을에서도
10리 가까이 산 속으로 들어가야 가능하였다.
신반 장터 아침 나무 시장에 가면 1급 땔감으로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
요즘 어른 일당이 13만원인데 하루 종일 끌어모아
새벽에 일어나 팔러 왔으니 그 정도는 받아야 했다.
솔가리에 참나무 잎이 반쯤 섞인 땔감이다. 중급 정도다.
시장에 내다 팔 상품은 안된다.
거의 완전한 갈잎이다.
이런 참나무 잎은 아마추어나 아이들은 산에서 모아 집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화력은 좋으나 불 관리가 어려운 땔감이다.
나무를 베어 말린 것.
연기도 안 나고 화력도 좋은 1급 땔감이다.
지금은 간벌하여 쌓아두고 있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산에서 죽은 나무를 베어 놓은 것이다.
화력이 좀 약하나 괜찮은 땔감이다.
나무 뿌리가 땅 속에서 마른 것. 흔히 '썩둥구리'라고 불렀다.
산에서 저런 나무를 해 오면 칭찬을 들었지만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어린 아이들은 더 작은 것을 발로 밟아서 가져오면
화력이 약해서 칭찬을 듣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