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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취했는지 사람들은 점점 장난기가 발동한다. 남산돌이씨는 마누라 둘을 거느렸다고 승리의 V자를 그리지만
사진 속 웃는 두 사람에 비해 내 표정은 점점 웃음을 거둔다네...^^
배는 나아가지 못하고 파도에 실려오는 물고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종종 바위에 그림처럼 서 있다.
나는 대뜸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느냐" 로 시작되는 '부산갈매기' 노래를 불렀다.
"고왔던 순이 순이야..."
버들이 의외란듯 놀라며 말했다. 이렇게 예쁜 바다를 두고 어떻게 그런 트로트가 나올 수 있냐며,
자신은 "비바람이 치는 바다..."를 부른다.
나는 '소양강처녀'도 나왔고 '미래소년 코난'도 나왔지만... 말하지 못하였다.
대신 옆에 선 작은꽃 언니한테 물었다.
언니는 불렀다. "바-닷가에서 오두막 집을 짓고 사-는 어릴적 내 친구...." '영일만 친구'를 불렀다.
2:1로 트로트가 이기고 말았다. 다들 바다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친구들처럼 모두 갈매기 나래 위에 시를 적어 띄웠던 젊은 날의 추억을 먹고 살아가겠지.
노물리 방파제의 빨간 등대는 미리 가서 파도를 기다린다.
잠시 오래된 향나무 지붕 아래에서 간식을 먹는다. 아침에 알람 설정이 잘못되어 버스 출발시간 10분 전에야 일어났다.
그것도 작은꽃 언니가 깨워줘서 일어났으니 밥도 간식도 모두 얻어먹어야 했다.
얼굴만 씻고 뛰어다니며 빵과 잼을 챙기는데, 딸이 일어나 엄마는 준비하라며 거든다.
집에서는 든든한 아이들이 있고 밖에 나오면 정다운 이웃이 있다.
노물리 방파제를 지나치는데, 빨간 등대가 뭐 잊은 거 없수? 하듯 나를 부른다.
바다도 반짝이느라 파도치는 걸 잠시 잊은 것 같다.
파도가 하얗게 포말로 부서질 때 물은 옥빛이 된다.
느닷없는 자리에 갑자기 해녀의 동상이 우리를 기다리며 서 있다.
바다에서 만난 기념품 가게처럼 그곳에서 사진이라는 기념품 하나씩 산다.
바다가 지겹지 않냐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천만 나날을 하루같이 살아도 이렇게도 다른 것을
천변만화하는 바다를 두고 굳이 다음 말은 필요치 않으리라.
말도 부질없는 욕심이 된다네. 바다에서는....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은 흰 눈꽃이자 눈의 꽃가루였다.
총소리 탕, 나서 돌아보면 장렬히 산화하는 영령처럼 스러지는 파도의 흰 옷자락.
환상적으로 부서지는 파도의 꽃을 순간의 셔터에 잡아내려는 작은 욕심을 부려보는데
나는 번번히 놓치고 파도는 약을 올리고....
기다림 끝에 철지난 눈꽃 몇 송이 ... 안개꽃을 건져 올렸다.
바닷물이 갈수록 거품을 하얗게 뱉어낸다. 파도가 점점 드높아 지는지... 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크고 둥근 몽돌길이 나타났다. 굵직굵직한 몽돌이 이렇게 많이 깔린 바다는 처음이었다. (사진상으로는 너무 작아보인다.)
크고 둥근 바닷가 돌들이 파도에 간지럼을 탄 얼굴이다. 모두 웃고 있기 때문이다.
석리 방파제는 사람들의 점심 둥지가 되었다. 10시에 출발한 사람들이 두어시간 남짓 파도소리에 젖다 보면
이곳에서 옹기종기 둥지를 틀 것이다. 멀리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걷는 우리를 또 어떻게 알고 오라 손짓하는지.
봄소풍 도시락 맛이 또한 정겹다.
석리 어촌 체험마을을 지나는데 작은 바다가 갇혀 있다. 바닷물은 방심한 사이를 뚫고 들어왔을까.
가족 노천탕으로 제격이라며 입맛을 다시는 사람들....
사람들은 가다 서고 가다 선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고 말했던 그 시가 있었지.
쩡, 소리가 나고 세상이 멈춘듯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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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해안초소였음을 알리는 막사가 간혹 있었으며 동해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군인상도 세워 놓았다.
연기에 물이 오른 소녀들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바위의 모양이 바뀌는 것도 블루로드의 재미이다. 붉은 빛 도는 바위에는 자갈들이 원석처럼 박혀 있다.
저 멀리 원석운반 컨베이어가 서 있다.
멀리 바다새가 날지도 않고 한참을 그대로 멈춰 있다.
파도와 자기는 원래 그렇다는 듯 무심히 바다 구상 중이다.
마을 앞으로 옛날식 방파제가 부실하지만 어딘지 멋스러운 운치를 자아내고 있었다.
몸이 유연하다면 가다가 이런 놀이는 필수!
태풍 볼라벤 때 피해를 입은 건지.. 폐허가 된 집이 떠내려간 축대를 잃고 발버둥치고 서 있다.
툇마루에 걸터 앉은 다리처럼 혹은 '섬집아기'노래처럼 흥얼흥얼 집도 잠이 든 것 같다.
오징어를 해풍에 말리는지 자그마한 덕장에는 하얗게 오징어가 내걸렸다.
아주머니들 몇분이 일일이 손으로 펴 말리고 있었다.
바다 낚시터를 지키는 동상처럼 파도가 와서 부딪혀도 꼼짝을 않는다.
너는 거기 나는 여기.. 파도가 아랑곳않고 그들의 옷을 적셔도 서로 돌아보는 일도 없이 오직 바다만 바라본다.
길은 바닷물 잠시 잊으라고 도로변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예년에 비해 조금 늦었던 건, 겨울이 길었기 때문일까.
다시 바다를 잠시 비껴선 솔숲 오솔길이 나타났다. 한 사람 걷기 좋은 좁은 오솔길로 들어서니
파도도 그동안 너무 떠들었단듯 저만치서 솨솨 부서진다. 즐거움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고요에 젖게 하니
인체의 리듬을 잘 계산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위가 굴러 떨어진 흔적이었지만 제주도 용두암을 이곳에서 본다고도 하고...
B코스의 마지막 관문인 블루로드 다리.
마을 어르신들의 주안상 차림처럼 차려진 길거리 횟집에는 연로하신 어른들이 이런 모양으로 장사를 하고 계셨다.
아무나 앉으면 내어줄 것만 같은데도 조금은 미안해지게 만드는 불편한 횟집쯤 되겠다.
다만 오래전에 잊었던 옛날식 밥상이 반가워서 자꾸만 돌아보게 되었다.
높은 파도와 부서지는 파도의 꽃, 큰북소리로 동해바다를 깨우던 3월의 꽃바람날.
봄날이 잔잔하였더라면 마음 속 파랑은 남해바다의 파랑처럼 조금은 꿈속 같았을까.
동해바다는 멋스럽고도 웅장하고 광활하고도 대범하여 파도의 모습만으로도 기억이 신선하다.
조용히 내 곁에 사는 섬나라 남해바다가 만개하여 흩날리는 벚꽃같은 봄날이라면
동해바다는 어느날 보았던 덕유의 눈꽃이고 한 그루 주목이어 눈이 시린 겨울산이다.
후두둑 한 생명 처절히 바치는 동백이기도 하고 차라리 그 짙은 잎이라고도 할 오직 하나의 개체.
무수히 많은 날개를 띄워 올리는 파도에도 꽃이 핌을 알게 되었다.
푸른 파도의 하얀 꽃... 3월에는 그런 꽃이 먼저 피었다.
첫댓글 영덕 블루로드를 걸었는데요.. 오랜만에 바다걷기여서 그런지 마음까지 시원하게 좋았습니다.
사진 보시며 즐겨 주시라고 옮겼습니다.^^
나도 함께 걷고 싶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슴에서 발까지의 거리를 당기면 되지.
일렁이는 파도! 싱싱한 사람들
산골짜기엔 없는 저 경외로움 영덕!
푸른 길 바다내음 잘 맡고 갑니다
싱싱한 사람이 갔으니 파도가 난리였죠.
다녀올 때마다 나머지 코스 생각하는 것도 병이 아닐지...
바다 향기 흠뻑 마시며 주절리 주절리 노래도 부르고
푸른 파도의 하얀 꽃속에 놀다 왔네요
ㅎㅎ주저리주저리 트로트를 불렀지요.
바다를 보니 설레는 마음~~~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좋은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