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목욕 이야기
우리 오름 모임의 고문격인 wansan이 오름 三樂을 오름을 오르는 즐거움, 친구들과 즐겁게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즐거움, 오름을 오른 후 카페에서 사진과 글을 보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참 적절한 표현이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하여 여분의 즐거움이 또 하나 있다. 집에 와서 서둘러 사진을 올리고 목욕하러 가는 즐거움이다.
우리 부부가 다니는 목욕탕은 ‘海美安’이라는 외도 바닷가에 있는 해수탕으로 목욕을 하면서 시원하게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우리는 한번 목욕하러 가면 보통 2시간에서 2시간 반을 잡는다. 무에 그리 목욕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가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전연 지루하지가 않다.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도 나루는 10분에서 20분 정도 나를 기다리게 할 때가 많다.
내가 목욕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 때를 밀거나 몸을 박박 문지르는 일은 거의 없다. 우선 처음 목욕탕에 가면 샤워를 하고 녹차해수탕에서 반신욕을 한다. 배꼽까지 따뜻한 물에 담그고 시원한 바다를 보며 20분 정도 앉아 있으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면서 땀이 비 오듯 한다. 더워진 몸을 찬물에 씻지 말고 그대로 긴 의자에 누우면 천천히 몸이 식으며 계속해서 땀이 흐른다. 20분 정도 누워 있으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가쁜해진다.
다음에는 바닷물 냉탕에서 헤엄을 치거나 맨손체조을 하고 목욕탕마다 흔히 있는 폭포수를 맞는다. 이렇게 하면 거의 한 시간이 지나간다. 나머지 한 시간은 사우나에서 땀 빼기, 노천탕에 나가서 물장난하기, 자갈밭 걷기 등을 하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마지막 나올 때 몸에 비누칠을 하고 가볍게 문지르면 목욕이 끝난다. 이렇게 목욕을 하고 나면 보통 체중이 1kg정도 빠지는데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물론 위에 소개한 목욕법이 正道라거나 특별한 효험이 있다기보다 삶에 있어서 하나의 즐거움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우리는 목요일과 일요일 아침, 일주일에 두 차례 목욕을 가는데 우리의 삶에 빠질 수 없는 즐거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은 오늘 목욕탕 에티켓이나 목욕문화에 대해서 쓸려고 했는데 제 자랑만 늘어놓고 말았다. 정작 쓸 말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하겠다.
▲ 작년과 너무도 비슷한 산행환경
여러분은 제목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으리라. 제목 뒤에 왜 (2)를 붙였나 하고. 사실은 작년 8월 4일 처음으로 물찻오름을 올랐었는데 날씨나 상황 등이 너무도 비슷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의심이 가는 친구들은 CNE게시판 12쪽 154번 산행보고를 읽어 보거나 사진첩 40쪽 70~73번 사진들을 열람해 보길 바란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는 호우경보가 내리고 비 피해로 난리를 치고 있지만 제주 지방은 어제 오후부터 하늘빛이 달라졌다. 후텁지근한 장마철 날씨 특유의 끈적함이 없어지고 따갑지만 화끈한 뙤약볕이 내리쬐는 본격적인 여름철 날씨다. 그러나 역시 한라산 날씨는 종잡을 수 없는 법, 견월악 가까이 지나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5.16에서 비자림로로 접어들자 비는 그쳤다. 비에 젖은 길이 양옆에 늘어선 삼나무 사이로 검게 빛난다. 비자림로로 접어들어 약 1km 지점인 물찻오름 진입로에는 아직 아무도 와 있지 않았다. 사실은 먼저 온 친구들이 두 번째 林道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다. 나중에 서귀포에서 오던 선달이 이들을 인솔해 왔다.
오늘 참석자는 모두 14명이었다. 앞장이 해외여행으로 빠지고 도원네가 감기로 빠졌으나 대신 완산네가 건강한 모습으로 와줘서 반가웠다. 인사를 나누고 오늘 스케줄에 대해서 간단한 의견을 교환한 다음 선달의 꼬마 트럭을 이용하여 수송작전을 시작했다. 차가 작아서 한꺼번에 다 탈 수가 없기 때문에 여자들을 먼저 태워 보내고 우리는 숲이 우거진 林道를 걸었다. 방금 내린 비로 젖은 길과 자연림으로 울창한 숲이 작년에 걷던 그 길이다. 작년에는 앞장이 오늘과 같이 여자들을 먼저 태워가고 우리는 한참을 걸었던 생각이 난다. 비포장이긴 하나 길이 그렇게 나쁘진 않다. 관광객인 듯한 일행 두엇이 렌터카를 몰고 물찻오름 구경을 가는 듯 지나간다. 나중에 보니 두어군데 빗물에 훼손된 곳을 제외하곤 승용차로도 충분히 갈 수 있겠다 싶다.
1km 정도 왔을까 공터에서 쉬고 있자니 선달이 우리를 태우러 되돌아왔다. 트럭 적재함에 앉아서 숲길을 달리니 그 기분 또한 나쁘지 않다. 지나치는 신록의 나무에서 내뿜는 싱그러운 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적당히 흔들리는 트럭의 움직임도 우리를 기분좋게 한다. 한참 후에 물찻오름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오름 입구에 닿았다. 오늘 선달이 트럭을 몰고 오지 않았다면 두 시간은 족히 걸었어야 할 거리다. 이렇게 번번이 서귀포 친구들에게 신세를 지다니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표지석 앞의 상황도 작년과 그렇게 비슷할 수가 없다. 질퍽거리는 길과 흐린 날씨와 빗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주변 나무들까지. 사진까지 같이 찍을 수 없어 이번에는 한 줄로 세워서 다르게 찍어봤다. 우리들의 뿜어내는 숨결과 건강한 웃음도 작년과 같을 것이다.
▲ 산천은 의구한데 야속한 사람 마음
등반로로 접어 들었다. 오늘은 앞장의 결석으로 완산이 그 역할을 대신 했다. 우거진 숲 하며 앙상하게 드러난 나무뿌리 하며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잘 알려진 오름이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지 길이 넓어지고 더 뚜렷해졌다. 물찻오름은 비고가 167m의 꽤 높은 오름이나 이는 동쪽의 거의 수직인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이르는 것이며 남서쪽으로는 한라산 줄기에 맞닿아있어 경사가 완만하고 오르기도 쉬운 편이다. 우리가 붉은오름에 갔을 때 날씨가 좋았다면 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장관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10여분 후 화구호를 볼 수 있는 언덕에 닿았다. 여기서 잠시 쉬며 은하수표 대신 햇살표 독새기와 완산이 가져온 양주로 기를 돋운 다음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은 오름 등성이를 한바퀴 도는 남쪽에 있어 광활한 한라산 기슭의 숲과 물오름, 궤펜이 오름 등을 가깝게 조망할 수 있었다. 정상에 왔을 때 구름에 가렸던 해가 얼굴을 내밀어 우리를 반겨주었다.
등성이를 한바퀴 도는 데는 1km가 넘어 시간이 꽤 걸렸다. 절벽을 지나는 길은 내려다보기 무서울 정도로 경사가 가팔랐다. 그래도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굴러 떨어지더라도 나무에 걸릴 것 같다. 굼부리 쪽으로도 경사가 급하고 울창한 자연림 밑에 산수국과 박새 등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북쪽 등성이에서 화구호로 내려가는 길이 나있다. 작년에 우리가 왔을 때 탄성을 지르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그 화구호다. 그런데 오늘은 그 느낌이 이상하다. 규모도 작아 보이고 물빛도 칙칙해 보인다. 왜 그럴까? 분명히 작년의 그 물이요 그 산인데. 사람의 마음의 야속함이다. 바로 얼마 전에 이 보다 더 넓고 시리도록 맑은 사라악의 산정호수를 보고 왔음에 연유함이다.
그러나 보고 있자니 다시 좋아지기 시작한다. 대처에서 살다가 시골 자기가 다녔던 학교에 와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징검다리를 놓고 더러는 물에 빠지기도 하며 그 바람에 더 깔깔거리며 어린애처럼 웃고. 정답게 부부 사진을 찍는다. 물가에 쉬고 있던 물뱀(돋줄레)이 놀라서 빠르게 헤엄친다. 그렇고 보니 정말 좋다. 호수의 크기가 좀 작긴 하나 주변 숲은 이쪽이 훨씬 아름답다.
바람이 시원한 숲속에서 가지고 온 김밥과 순대, 떡 등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오늘 제주시 기온이 33.7℃까지 올라가는 무지 더운 날씨였었는데 같은 하늘을 이고 불과 30분 거리에 이렇게 시원한 곳이 널려있는 곳에 사는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다.
오늘 선달님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좋은 오름 볼 수 있었고 시원한 곳에서 즐겁게 놀다 올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시원한 그곳에서 좀더 있다오지 왜 일찍 왔을까하고 후회가 되었다. (2006. 7. 27)
첫댓글 선달 덕분에 재미있게 다녀 왔네. 사실 걸어서 가는 건 기권하려고 했는데, 고맙네. 지금 나이에 혈압이 있는 사람은 목욕시 냉온탕을 넘나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니 주의하세요.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이 모두 건강해서 반가웠습니다.
햇살의 글은 언제, 어떤 글이라도 좋다. 묘사, 표현능력이 출중하여, 장면상황 스케치를 잘 해주어서 앉아서도 현장을 그려볼 수 있어 늘 고마와 하며 부럽기도 한다네. 여름감기를 처음으로 경험했는데 경증이라 다행이면서도, 예방관리를 소홀하는 내 버릇을 반성도 했네. 예보가 있었는데도 A의 공동작업 참여뒤에 냉막걸리 등등.... 아무래도 나이와 기력을 생각하며, 건강섭생에 조심하는 생활이어야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