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야, 정말 신나지 않나? 이렇게 신호등이 잘 들어올 수가? 동대구역에서 여기까지 아직 한 번도 안 걸렸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그러네요. 여기 신호 체계는 잘 만들어진 모양이네요."
이 대화에 나오는 <여기>는 동대구로를 이야기한다.
<동대구로는 대구시 동구 파티마병원에서 수성구 수성못에 이르는 가로로, 길이 6.06㎞, 너비 70∼80m, 왕복 12∼16차선으로 1974년 5월 1일 도로명이 제정되었다. 대구공업단지가 가까이 있는 서대구로에 대하여 동쪽에 있다는 데서 도로명이 유래하며, 수성로·청구로와 마찬가지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도로를 말한다.>
이 도로를 지난 목요일에 달렸다.
서울에 유학 가 있는 장남 다래가 동대구역에 오후 6시경 도착했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부터 다래가, 대구에 오면 꼭 남지장사 근처에 있는 <돈마을식당>으로 가서 돼지갈비를 먹자고 하는 바람에 그리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동대구역에서 만나서 파티마병원 앞에서 유턴을 하고는 수성구 황금네거리 쪽을 막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동대구역 앞이 원래는 굉장히 밀리는 곳인데도 무사통과했고, 동대구역네거리도 바로 통과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앞 신호등도 지나고, 우리 회사 앞 MBC네거리도 통과할 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래와 만난 기쁨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답하고 오늘 일정, 그리고 대구에 며칠 머무르는 동안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일 막힘이 많다는 범어네거리를 통과할 찰나에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원 앞 신호등을 바로 통과시키더니 내달려서는 범어네거리를 바로 통과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VIP가 행사차 내려와서는 신호등 조작을 통해 마구 통과하고 있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어 이상하다. 원래 여기 신호등이 안 그런데?'
다래와 벗씨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점점 귀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신호등에 걸릴까봐 조바심을 느끼며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200m앞 횡단보도 신호등도 지나고 궁전멘션 앞 삼거리 신호등도 지났다.
이렇게 되니 은근히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끝까지 한 번 가보는 거야.'
다시 나타난 황금네거리를 가까스로 통과하고 나니 기분이 정말로 좋았다.
"자랑스런 다래야, 인생이란 것도 이렇게 풀리면 얼마나 좋겠노? 탄탄대로 말이야."
"네?"
"살다가 보면 우여곡절이 참 많은데 그걸 잘 헤쳐 가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공부 열심히 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란 말이다."
"알아서 잘 하고 있어요.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래도 이 신호등처럼 잘 풀리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단다."
"아이 참, 아부지는 만나자마자 맨날 그러시네요. 제가 모든 일 알아서 한다니까요."
이쯤 되면 또 싸움이다.
우리는 맨날 만날 때는 온 세상이 우리 것인 양 남의 눈치도 안 보고 떠들썩하게 포옹하며 인사를 하고는 5분도 안 되어 싸움이 붙는다.
"그건 그렇고 오늘 기분 참 좋다, 그치? 이렇게 여기까지 아무것도 걸리지 않고 달려오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대구시가 신호체계를 참 잘 만들었네요."
"마지막 남은 두산오거리만 무사통과하면 되는데?"
"어어, 저기 보세요. 차가 막혔어요. 차가 많이 늘어서 있는데요?"
두산오거리를 보니 차가 앞에서부터 밀려서 도로에 쌓이기 시작했다.
"아아아, 아깝다. 이럴 수가. 여기서 막히다니. 신기록 한 번 세워 보려고 했는데. 우회전해서 상동 쪽으로 가야지."
그래서 두산오거리에서 우회전 하려고 제일 가 쪽 길로 붙어서 달려갔다.
그쪽은 모든 차가 우회전하고 있었으므로 죽죽 잘도 빠져나갔다.
그런데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오거리신호등을 거의 다 왔을 때 바로 직진신호등이 왔던 것이다.
"와, 파란불이다. 만세다. 만세!"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동시에 소리쳤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누가 보면 뭐 이런 걸 가지고 난리를 치냐고 할 것이다.
맨 우측 길도 직진하고 겹쳐 있었으므로 수성못 쪽으로 직진해서 부드럽게 건널 수가 있었다.
계속해서 수성못 끝 수성관광호텔 앞 도로까지 가서 우회전하면 수성못을 우측으로 끼고 도는 도로가 나온다.
그 길은 신호등이 없었으므로 걱정 없이 통과했다.
우리 가족은 수성못의 물과 나무와 사람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보면서 기분 좋게 드라이브를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파동으로 들어가는 수성못 도로 끝에서 멈췄다.
"와우, 우리 다래 인생도 이렇게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네...... "
대답이 신통찮다.
매사를 자기와 관련시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하하하. 어쨌든 기분 좋다. 여기까지 불과 5분도 안 걸렸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이렇게 들떠서 기분 좋아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이상하다.
살다가 보면 하찮은 일에도 이렇게 행복지수가 올라가는가 보다.
하하하.
2007년 5월 27일
멋진욱 김지욱 서.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20.cafe.daum.net%2Fdownload.php%3Fgrpid%3D15iwf%26fldid%3D2lyv%26dataid%3D451%26fileid%3D2%26regdt%3D20070528115911%26disk%3D15%26grpcode%3Dtgyka%26dncnt%3DN%26.jpg)
첫댓글 최신 네비게이션의 등장이요~ '멋진욱'표 네비게이션. ^^ 다래야 반갑다. (다래 사진도 좀 올려주시지...) 인생이 잘 풀리라카마 신호를 잘 받아야 된다. 요것이 뭔뜻인가 하마 '때를 잘 만나야허고 그 때를 놓치지 말아야헌다. 그럴려면 항상 준비된 자세가 필요허다.' 뭐 이런 뜻이 아닌감.... 맞지요 대장님~~
나중에 동대구로 사진 한 장 올려 놓겠습니다. 히히.
대장님! 내 댓글 수정 했는디요... ㅎㅎ
와, 멋진 해석~!!!!!!!!!!!!!!!!! 앞으로 제 글에 전문 평론가가 되어 주십시오. 공식적으로 모십니다. 영광입니다. 사례는 결과를 봐 가면서...... 히히.
사례비는 선불입니다.
참말로 신기했다니깐요. 이렇게 계속 동시신호를 받았다는 것은 차량이 그만큼 안밀렸다는 것과 적정 속도로 운행했다는 뜻이죠!! 운전을 기가 막히게 했다니깐요. 시속 70km에 딱 맞춰서.
아, 그런 뜻이었구나.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