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5-06-07 17:53:24]
|
『 중국이 ‘21세기 프로젝트’로 펼치고 있는 서부 대개발은 이미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100여곳이 진출할 정도로 가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발전설비ㆍ건설 등을 통한 접근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물류비용, 열악한 기반시설 등이 투자결정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서부 대개발의 종착지인 내륙 3성(칭하이성, 간쑤성, 신장 위그루자치구)을 직접 방문해 현지 개발현황 및 국내기업 진출 가능성 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강국을 꿈꾸는 중국의 미래, 그러나 국내기업에는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곳곳에 포진한 절벽 위의 엘도라도.’
중국 중앙정부가 오는 2050년까지의 초장기 개발 프로젝트를 마련해놓고 13억 중국의 화려한 비상을 위해 진행시키고 있는 꿈의 개척지 서부 대개발의 현장.
지난 5월28일부터 한국 기업인들과 기자가 7박8일 일정으로 현지 탐방에 나선 이곳에는 기대와 달리 당장은 공업화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한가롭기만 한 오지 벽촌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중국 전체 수자원의 75%, 천연가스의 58%, 석탄의 30%가 매장된 곳. 신장, 시장 자치구 및 쓰촨ㆍ윈난ㆍ칭하이ㆍ간쑤 등 12개 성이 자리잡고 있으며 미국 서부개척사에 필적할 만한 대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곳은 하지만 아직은 불모의 땅에 불과했다.
인천에서 베이징까지 1시간30분,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3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칭하이성(靑海省) 시닝시(西寧市). 한국에서 5시간 거리인 이곳은 중국 서부내륙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하는 외지다.
장족(티벳족)의 근거지이기도 한 이곳은 중국정부가 외국기업들에 단 한번이라도 방문해주기를 희망하는 대표적인 미개척지이다.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 기자가 방문한 5월28일에도 장족 전통복장을 한 중국경제단체 직원들의 환대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곳을 방문하는 기업인들에게는 별도의 공항 수속절차 없이 톨게이트를 통과하도록 배려했다.
송쑤옌(宋秀岩) 칭하이성 성장은 기업인들을 만나자마자 “칭하이성은 황하의 발원지로 수력발전과 염호자원(칼슘ㆍ인), 금, 은, 구리 등이 풍부하다. 중국 4위의 천연가스전을 보유한 곳”이라며 이곳의 장점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싶을 정도의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도 대기하고 있었다. 썬촨리 칭하이성 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도로ㆍ전기 등 각종 산업 인프라는 물론 소득세 11년 면제 등의 혜택을 보장한다”며 “2005년 253억위앤인 칭하이성의 GDP가 2010년에는 525억위앤으로 늘어날 것인 만큼 내수시장으로서도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이곳의 활용가치는 ‘시계 제로’에 가까웠다.
아직도 산업의 절반 이상을 유목에 의존하고 있고 지하자원을 수출할 뿐 가공하지 못했다.
물론 중국 내 최대 담수호인 칭하이호(靑海湖)의 소금 등을 가공하고 있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기분해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중국정부의 향진기업정책으로 개발구가 형성됐지만 아직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만한 인프라 시설은 갖춰지지 않았다.
실제 기업인들과 기자가 방문한 칭하이성 서부대개발정책의 상징으로 불리는 생물과기산업원의 실상은 형편없었다.
성 정부에서는 이곳을 ‘바이오 산업단지’라고 자랑했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싸지(사막대추)와 동충하초를 이용한 건강식품뿐이었다. 서녕경제기술개발구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정밀계측기기에 눈길이 끌렸지만 동쪽에서 온 기술자의 경우 월 5,000~1만위앤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중국 서부대개발의 마지막 임계점은 사실상 간쑤성(甘肅省) 란조우 지역입니다. 나머지 내륙지역은 ‘소주민족 달래기’가 필요한 중앙정부의 정책적 포석이 상업적 평가나 가치 이상으로 깔려 있습니다.” 가이드를 맡았던 현지 기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의 서부 대개발은 지난 79년 개혁ㆍ개방 이후 20년간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을 바탕으로 특혜 속에 급속도로 발전한 상하이 등 동부 연해지역의 축적된 부를 서부로 돌려 지역간 격차를 줄이고 중국 전체의 균등발전을 꾀하고자 시작됐다. 98년 3월 중국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에서 발표된 10ㆍ5(10차 5개년) 계획안의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된 것. 중국 측은 잠자고 있던 중국 서부지역을 깨우는 서부 대개발이 산업 인프라 구축을 통한 외자유치로 중국을 경제대국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강국으로 발전시키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부 대개발은 또 단순히 경제적 의미만이 아닌 정치적 의미도 내포돼 있다. 다시 말해 서부 대개발의 성공은 분리주의를 외치는 소수민족을 달래며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도약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서부 대개발은 분명한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칭하이성을 떠나 간쑤성 란조우로 향하는 왕복 4차선 고속도로. 칭하이성 경계를 벗어나자마자 창 밖의 색깔이 변했다. 1년 강수량이 400㎜에 불과한 척박한 황토산에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 나무를 심고 있는 것. 박영안 태영상선 사장은 “중국정부가 서부개발에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려 하지만 분명 지역별 한계가 있다”며 “국가가 통제하고 있는 자원개발이 풀리지 않는 한 국내 기업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다”고 말했다.
“칭하이성은 엉뚱한 데 매달리지 말고 양털 등과 같은 풍부한 원료를 가공, 옷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경제개발의 첫 단추가 아니겠느냐”는 한 재계 고위관계자의 충고가 중국 서부개발에 대한 환상을 가진 국내 기업인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로 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