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쑥이나 나물을 채취하러 가야했다.
내 고향에서는 굉장히 많은 쑥을 말려 두었다가 설에 쑥떡을 만드는데
쌀은 거의 없고. 오로지 검은빛의 쑥덩이가 추운곳에서 우리들이 먹어주기를 기다리곤 했다.
엄마가 밥위에 쑥떡을 쪄서 주시면, 노오란 콩고물에 발라서 먹곤 했는데 그 때 콩가루의 고소함은
잊을수가 없다. 그렇게 쑥을 많이 먹어서 우린 별 잔병치레 없이 클 수 있었던것 같다.
큰 아이가 매운것을 매우 좋아해 장이 나빠져 생각 끝에 쑥개떡을 만들어 먹일 생각으로
쑥을 채취하러 다녀보면 막상 도시에서 많이 채취할 장소가 없었다.
아파트 어귀에 자리잡은 쑥 파는 할머니께 가서 느닷없이 큰 봉지 하나에 배추잎 한장 내밀면 순간
할머니는 큰 돈을 벌었구나 반색하시다가, 커다란 봉지에 든 쑥을 나꿔채듯 들고 오면 할머니는 이내
아쉬운 얼굴을 하시며 내가 잘못 팔았나? 서운한 기색이 역력 하셨다.
종일 바구니에 나눠팔면 통째로 파는것보다 더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큰아이가 집을 떠날때까지 쑥개떡을 봄이면 늘 만들었다.
엊그제 큰아이네 갔다가 냉장고에 가득한 쑥을 보고 깜짝 놀랬다. 그 양이 너무 많아서...
아고나! 저걸 어째. 걱정하는데 손녀딸이 할머니 쑥개떡을 만들어 주세요 한다.
가뜩이나 요새 무지 바빠서 지쳐 있는데 저 녀석까지 날 힘들게 하는구나 푸념하다가
내가 그냥 가버리면 아마도 거의 쑥을 버리게 될텐데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아파트 빌딩숲 어디에 방앗간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도 없고...
114에서 알려준 떡방앗간에 전화하니 가져오면 바로 해주니 걱정 말란다. 역시 전문가가 최고야~~~~
빠르게 쌀을 담가두고 쑥을 점검해보니 인터넷에서 구입했다는데 씻어서 왔다고 한다.
그래도 다시한번 씻어서 점검을 하고 몇번이나 삶았다. 살림살이 큰것이 없어서 번거로웠다.
쌀은 두시간 넘게 담가 두었다가 대충 건지고, 쑥은 물을 꼬옥짜서 남편차 레비에 방앗간 전화번호를 치고
몇분 달려가니 바로 방앗간 앞에 세우라고 알려준다.
조금 달달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집구석에 설탕도 별로 없어서, 방앗간 사장님께 사정해서 설탕을 좀 넣어 달라고
졸라대니 알았다고 하시는데 이미 가게 한구석에는 마실꾼이신지 남자분 세분이 앉아 계시다가 그 중 한분이 비닐을
챙기시면서 쑥을 캐러 가셔야 한단다. 마나님이 쑥을 캐오라고 했다고 하신다.
" 어르신 쑥은 항상 칼로 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가위로 캐시면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양을 캐실수가 있습니다.
제가 시골로 이사를 와서 배운것이니 한번 해 보세요".
웃고 떠드는 동안 쑥과 쌀은 한몸이 되어 파르스름하다.
돌아오는길에 반죽법을 검색해보니 익반죽이라고 나와있다. 반죽이 쉽고 냉동고에 보관시 떡이 갈라지지를 않는다는
부연 설명까지...
반죽 덩어리를 들어서 몇번이나 매치기를 하고 아이가 먹기좋게 작고 예쁘게 동글동글 만들어 쟁반위에 올리고,
비닐을 깔고 또 한켜. 또 한켜. 쌓아 냉동고에 넣으니 기분이 좋다.
그래 꼬마야 많이 퍼먹고 건강하기만 해라.
라푼젤 엄마(머리카락이 많은 인형을 라푼젤이라고 한단다 하하. 딸이 머리카락이 굉장히 많았음)에 딸아!
떡을 몇 개 쪄서 접시에 담아두니 식으면서 반짝반짝 윤이 나는게 군침이 돌아 먹어보니 간도 맞고, 달달한게
아이도 잘 먹을것 같다. 향기!!!! 그리운 얼굴들이 향기와 함께 피어난다.
단오가 되기 전에 한번 더 만들려면 부지런히 쑥을 뜯어야 하는데, 해미로 성지순례도 가야하고
아! 이러다가 시기를 놓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쑥개떡 해 먹으세요. 아주 좋은 식품입니다. 천연방부제 이기도 합니다.
산과 들에 연두색으로 색칠하는이 누구일까요? 아름다운 계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