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임란의사추모백일장 수상작
-운문-
초등부
<최우수>
새싹 / 정하은(유림초 5년)
겨우내 한참을 땅속에서
웅웅거림을 들었다.
넌 무엇이 되겠니?
넌 작고 볼품없을 거야.
땅 속 어둠은 나를 부정했다.
그러나 나는 끝내
파릇한 잎 한 장을 키워내었다.
땅 밖으로 나온 나는
하늘을 보았다.
바람을 느꼈다.
내가 자랑스러웠다.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갔다.
그것의 움직임을 느꼈다.
나는 작디작은 새싹이다.
내 작은 움직임도 옹기종기 모이면
이 숲의 한 부분이 될까?
초록의 희망으로
이 잎에 꿈을 모아본다.
무럭무럭 자라서
하나의 의미있는 생명이 되어야지.
희망의 뿌리로 땅을 움켜잡고
그것을 지키는 마음,
이어가는 의지
나는 그런 새싹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이 땅을 지탱해야지.
<우수>
새싹 / 이다인(포항 양서초 5년)
내 집이었고 안식처였던
흙을 뚫고 세상 밖으로
빼꼼히 몸을 내밀어본다.
아직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강한 햇빛이 내리쬐면
움츠러드는 연약한 나지만
그럴수록 나는 흙 속에 뿌리를
더 깊이 고정시킨다.
하늘이 날 힘들게 하여도
언젠가는 하늘을 어루만지는
하나의 숲이 될 것이다.
<우수>
새싹 / 최정원(포항 유강초 4년)
(수정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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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최우수>
편지 / 이하윤(창원여중 2년)
밤하늘에 박힌 별 하나가
톡, 이름을 밝힌다
칼날보다 뜨거웠던 마음이
외로움으로 번진 빛으로 내려와
내 가슴에 편지 한 장을 놓는다
투덕거렸던 하루하루를 돌아보며
나는 그 속에 담긴 나의 작은 이기심과 불평을 마주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헌신 위에 었었음을 깨닫고
조용히 마음을 낮추며
오늘의 나는 어제를 돌아본다
바랜 종이의 주름 사이로
시간은 강물처럼 흘렀지만
사백년의 바람을 건너
지친 나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위로가 따뜻하게 스며드는, 조용하지만 깊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준다
차가운 오늘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뜨거운 의로움을 온기로 받아들인다
의로움을 담아 보낸 시간의 편지는
굶주린 땅을 적시는 나라를 적신
단비가 되어
우리 마음에 조용히 스며든다
<우수>
편지 / 김규담(월성중 1년)
매화꽃 곱게 피던 날
바다 건너 밀려온 검은 파도
조선의 산천이 피로 물들고
도성은 하루아침에 잿더미 됐네
전쟁의 포화 속에 붓을 들어
떨리는 손으로 거친 종이를 펴나니
먹물에 섞인 것은 검은 그을음인가
아니면 밤마다 흘린 피눈물인가
행군하는 군사들의 거친 발소리 넘어
인편에 겨우 부치는 애달픈 편지 한 장
봉하기도 전에 눈물로 얼룩져
글씨마저 번져가고 마음만 타들어 가네
남녘 바다에선 이장군이 적을 토벌해도
내 품에 닿지 못한 당신의 서찰은
전쟁ㅇ의 연기 자욱한 절절한 고백들이
오늘도 임진년의 슬픔 강물 위로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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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최우수>
꽃잎 / 김가윤(경북외고 1년)
사각사각
밤을 온통 깎아내리는 소리
어릴 적 아버지가 깎아주던 연필향이
통 안에 고스란히 고인다
칼날을 견뎌내며 부서졌던 나뭇결들
그 부스러기 한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말라붙은 곡선과 붉은 테두리
어쩐지 봄날 길바닥에 흩날리던
꽃잎을 닮았다
열매를 위해 기꺼이 떨어지는 소멸
돌아보니 아버지는 늘 그렇게
혼자 지는 꽃잎이었다
내가 뾰족하게 세상으로 나갈 때마다
내 등 뒤에서
바스러지며 떨어지던
아버지의 시간들
자식의 둥근 세상 하나 빚으려
매일 거친 칼날을 맨몸으로 견딘
아버지의 굳은살
방바닥의 꽃잎 부스러기를 쓸어담다가
꽃잎을 보내고 남은 꽃 같은
아버지의 작아진 등을 바라본다
떨어져 나간 자리마다
아직도 봄이 남아있다
<우수>
꽃잎 / 이수진(근화여고 2년)
가장 아끼던 꽃에서 떨어지고
아이들이 부르는 바람 노래를 따라
먼저 떠나간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아팠던 기억을 품은 채
구름에 몸을 맡긴다
두고 온 꽃이 그리워
목을 길게 빼어보니
평화로운 세상이 보인다
이름 없는 꽃잎들이 닿는 곳마다
산의 나무들은 더욱 푸르게 숨 쉬고
바다의 물고기들은 힘차게 온 세상을 헤엄친다
그 위로 흩날리는 수많은 꽃잎들이 눈부셔
나는 마침내 평안히 눈을 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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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반부
<최우수>
들꽃 / 강혜연(경주시 황성동)
언덕을 스며드는 바람 속
검은 폭풍을 본
여린 들풀은 돌 틈 사이로 얼굴을 파고든다.
피의 바람은 들풀을 짓밟고
반월성 문천을 검은 연기로 적셨다
이름마저 두고 떠난
뜨거운 가슴을 가진 자는
창끝에 매달려
칼날보다 뜨거운 숨결 끝
조국의 무게를 끌어안고
불과 흙에 묻혔다.
문천회맹의 피의 맹세
피의 눈물이 하늘에 사무치던 날
칼과 창이 떨어지는 손대신
굳어진 등을 맞댄 결의의 바위 틈
그 품에 환생한 항쟁의 들꽃이여
거룩한 이 땅에 피운 충효전신
그 아래 고개를 숙입니다.
<우수>
들꽃 / 이위정(경주시 충효동)
씨앗 물고 비행하는
새들의 날갯짓
포연 지난 들판을 건넌다
죽은 자 위에 산자들
불탄 숲의 나무처럼
몸을 웅크린 채
침묵에 기대어 서면
문천으로 흐르는 기도
젖은 군복 곁에 머물고
어머니 흰머리카락은
묵정밭 들풀로 피어 흔들린다
나라 품고 쓰러진 이름들
싸락별로 부서지고
반월성 돌 틈마다
뜨거운 눈물이 여린 싹으로 돋았다
인고를 견딘 세월
나무의 나이테처럼
몸 속에 겹겹이 감아
그리움 키우고
상처를 덮듯
발자국 위로
들풀 그림자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