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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시작한 작품 활동을 중단하였다가, 귀국한 이후 6․25를 전후해 우리말로 시 창작을 재개한 유정 시인은 평이한 언어와 일상적 소재를 통하여 현실과 생활을 반영시켜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시화하는 작품 경향을 보여 주었다. 이 시는 전쟁으로 페허화된 절망적인 현실을 램프의 불빛으로 밝히고 싶어하는 시인의 간절한 소망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오 늘도 / 램프와 네 얼굴은 켜지지 않고 / 어둑한 황혼이 제 집인 양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화자는 그 어둠 속에서 마치 ‘피라도 보고 온 듯 선득선득한 느낌’을 갖게 된다. 어둡고 두려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화자는 ‘램프를, / 그 따뜻한 것을 켜’려고 ‘얼어서 찬 등피’를 ‘호오 입김’ 불어 닦는다. 그러자 램프의 ‘석윳내’ 같은 화약 냄새가 풍기던 ‘골짜구니’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가냘픈 뒷모습’을 보이며 ‘내가 갈 수 없는 그 가물가물한 길’로 떠나 버린 그들은 바로 ‘전쟁이 데리고’ 간 사람들로 전쟁이 가져다 준 상처가 화자의 가슴에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듯 6․25의 폐허 속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허무감이 삶의 비애감과 어울려 절망적인 분위기로 나타나 있다. ‘내 그리운 것들아’라고 소리쳐 불러 보지만, ‘안개와 같이 / 끝내 뒷모습인 채 사라’진 그들은 돌아올 줄 모르고, 화자의 허탈한 마음 안에선 ‘램프’만 ‘싸늘하게 타’오를 뿐이다. 어두운 방안 한구석 ‘싸늘하게 흔들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화자가 깊은 ‘수심’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다시’ 밤은 ‘검은 창 안’에 가득차 흐른다.
이 시는 전쟁의 아픔을 반추하며 그 고통과 절망을 노래하고 있지만, 따뜻하고 감성적인 시어와 회화적 기법을 이용한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극복하고 싶은 염원을 ‘램프’의 불빛처럼 보여 줌으로써, 읽는 이들로 하여금 시인의 비극적 체험과 소망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 해 준다.
金洙暎의 屍身 옆에서 부른 哀歌
一九六八年 六月 一六日 밤 二時, 흉악한 서울
시내뻐스는 우리의 고귀한 시인 김수영의 새명을
불의에 영원히 앗아갔다.
柳呈(유정)
해말간 하늘이 있소, 흰구름이 떠 있소, 내려쬐이는
유월의 햇살이 있소, 저만치 푸르른 강물이 있소, 당
신이 아침저녁 거닐던 들길이 있소, 조그마한 다리가
있소, 모두 다 그대로 있소。
행길옆 배추밭 언덕길을 넘어서면, 마포구 구수동
四一의 二번지, 십여년을 하루같이 당신이 쌓아올린
조그마한 벽돌집이 여기에 있소, 정성스런 그 손길이
어제까지 다듬었을, 조촐한 뜨락이 여기에 있소, 작은
바람결에도 흔들려 마지 않는 뱀풀, 딸기풀, 패랭이꽃,
초롱꽃..... 당신이 손수 짰다는 통나무 물방아 시렁 위
를, 열심히 기어넘는 등넝쿨도 넝쿨장미도 바로 저기
있는데, 모두다 그대로 있는데
간밤에 무슨 변이 있었나?
눍은신 어머님도, 계씨들도 매씨들도, 부인도 어린
두 아드님도 , 이 아침 한자리에 저렇게 모였는데, 모
여서 넋을 잃고 차라리 울지도 못하는데
금호동 막바지로부터 밤길을 더듬어서, 허둥지둥 김
이 달려왔소, 유가 달려왔소, 의사 장형이 달려왔소,
윤형이 달려왔소,
최여사가 달려왔소, 백선생이 덜려왔소, 안선생이 달려왔소, 황
선생이 달려왔소, 양선생이 달려왔소, 박선생이 달려왔소,
김선생이 달려왔소, 손여사가 달려왔소
눈을 비비면서 비실비실 조형이 달려왔소, 함
형이 달려왔소, 박형이 달려왔소, 황형이 달려왔소,
또 김형이 달려왔소, 달려왔소, 달려왔소, 모두다 당신
댁에 달려왔는데
간간이 헛기침을 하면서, 앉았다 누웠다 당신이 골똘
히 생각에 잠기던, 골똘히 펜끝을 가다듬던, 이 호젓
한 구석방에, 이 아침엔 커어튼도 무거이 드리운 채, 어
제대로 책상도 제자리에 놓였는데, 책상 위에 쓰다 만
원고지도 놓였는데, 책상 앞에 반듯이 방석도 놓였는데
간간이 들려오던 그 기침소리가 이젠 없구려, 뼈지고
마른, 그러나 따스하기 그지없던 그 널따란 손이 없
구려, 놀라기를 잘하던 곧이듣기를 잘하던, 그 커다란
눈이 없구려, 아아 당신이 좋아하던, 그리고 못견디게
당신을 좋아하던, 이 모든 것들을 남겨둔 채, 홀홀히
혼자서 당신은 어디로 갔소?
수영 !
수영 !
異邦人(이방인)
- 畏友 姜汗慈(외우 강한자)에게 -
柳呈(유정)
이 地域(지역) 지나는
너는 한낱 異邦人(이방인)
부질없는 情景(정경)에 傷感(상감)치 말라
暗鬱(암울)한 氣流(기류) 속
보라
어제 血肉이 鮮血(선혈)을 뿌린 곳에
得意(득의)한 者는 높이 永住의 벽돌을 쌓아올리고
狷狂(견광)의 徒는
黃土의 먼짓바람에 야윈 肋骨(늑골)을 불리우며
길이 깨어나지 않는다
구름에 끼룩 候鳥(후조) 울 때
꾸룩 蛔(회)ㅅ배 울리며
어느 하늘이고 되돌아 보려 함은 孤兒(고아)의 童貞(동정)
아직 悔悟(회오)할 줄 아는 靑年은
얼굴 묻고 娼婦(창부)의 乳房(유방) 위에
눈 오는 故鄕山 (고향산)꿈이나 꾸라
- 그렇게 일러 주고
이곳 지나면
다신 돌아들지 말라
너
영원한 無綠(무록)의 異邦人(이방인)
유정(柳呈.1922.1.3∼최근 작고 )
시 인. 함경북도 경성(鏡城) 출생. 1945년 일본 죠오지(上智)대학 철학과 중퇴. 도쿄 니혼대학 예술학부 졸업. 경성중학 재학 때 지방신문에 시문을 발표하는 한편 그림에도 열중하였다. 1939년 일본의 문예지 [분게이슈도(文藝首都)]와 [와카쿠사(若草)]에 투고시 <소년연모>가 당선되었다.
2차세계대전이 치열해지자 징집을 피하여 고향에 돌아와 생기령(生氣嶺)초등학교 대용교원으로 지내는 동안 당시 모교에 영어 교사로 있던 김기림(金起林)과 가까이 접하면서 해방될 때까지 수시로 왕래하였다.
1946년 월남, [자유신문] [중앙일보] [동화통신] [신구문화사] 등에서 신문기자, 출판사 편집부원으로 일하는 한편, 정통한 일어 실력으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작품집 등 많은 일본문학 작품을 번역, 간행하였다.
【경향】
그의 시는 각박한 현실 인식 속에서 그로 하여금 보다 인생의 비극적 감동 속에 파고들게 하였다.
<사랑과 미움의 시> 자서(自序)에서 그는,
“시에 있어서의 나의 관심은 현실 감각의 긴밀한 서정, 그것이었습니다. 즉 이 각박한 현실 생활에서 촉발되는 착잡한 감동을 어떻게 하면 보다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라고 술회하고 있다.
【시집】<춘망(春望)>(일본어시집.1941) <사랑과 미움의 시>(1957) <한국시인전집>(제1편.학우사.1955)
<사랑과 미움의 시>(홍자출판사.1957)
【번역서】<상실의 시대>(하루키문학사상사.2000) <댄스 댄스 댄스>(문학사상사.2009) <하루키 걸작 단편선>
【편역서】<일본 근대대표시선>(창비.1997) <일본 현대대표시선>(창비.1997)
1922년 함북 경성 출생. 일본 토오꾜오 니혼 대학 예술학부 졸업. 경성고보 재학 시절 문예지 『와까꾸사(苦草)』에 투고, 연속 최우수작으로 당선함. 시인 호리구찌 다이가꾸(堀口大學)의 서문을 받아 1941년 일본어 시집 『춘망(春望)』 간행. 1957년 시집 『사랑과 미움의 시』를 간행. 잡지·신문기자를 거쳐, 대학에서 일문학 강의. 유유정이라는 필명으로 무라까미 하루끼의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와 『하루끼 걸작 단편선』 등을 번역 간행. 편역서로 『일본근대대표시선』 『일본현대대표시선』이 있음. |
출처참조 : 유정 시집『사랑과 미움의 시』
http://blog.naver.com/soo2959가슴엔 꿈을 드대에겐 사랑과 우정을 ; 학봉블로그
시인 유정|작성자 재봉틀
첫댓글 * <램프의 시> 시인 유정 선생과 ‘아빠 힘내세요’ 작사가 유정 선생(한국동요보급회 회장)과는 동명이인이다.
위 시인인 유정선생은 몇 해 전 작고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