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완전히 달라지는 일인자를 뽑으라면 파리 시내를 뽑겠지만
파리만큼이나 이곳 나이아가라 폭포도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화장을 하기 전의 모습이 청초하면서 활력 있는 아름다움이었다면
밤에 화장을 한 나이아가라는 그야말로 신비함을 온몸에 휘감고 우릴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끈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으로 인해 낮에 보았던 폭포라는 생각이 잘 안들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웅장한 소리만이 아까 그 폭포였다고 외치는 듯하다
이곳 원주민들이 붙인 나이아가라는 바로 천둥소리라는 뜻이다
그만큼 소리가 우렁차다
남편이 옆에 딱 있으니 밤 산책도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어 좋다
밤바람이 꽤 차가운데 옷을 든든히 입고 나오길 잘했다
우리 호텔이 있는 미국 폭포에서 캐나다 폭포까지 천천히 걸으며 수없이 변하는 빛 속으로 힘차게 쏟아지는 물소리 들으며 걸었다
왕복하니 꽤 긴 시간 걸어 다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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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산책 후 호텔 위쪽의 현란한 카페와 바가 있는 곳에서 칵테일 한잔 하기로 했는데
걷다 보니 지치기도 했고 음주가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남편도 생각이 가신 듯하여
그냥 룸으로 들어왔다
폭포감상이 한잔의 술보다 좋은 사람들
난 분위기상 칵테일 한잔은 하고 싶었는데....
이 타워가 360도 회전 전망대를 갖춘 식당이 있는 곳으로 내일 점심식사를 할 곳이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모습이 방개가 기어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귀엽다
이 호텔의 가장 아름다운 뷰는 바로 조식당이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룸에서 볼 수 없었던 캐나다 폭포 맘껏 감상하며 아침을 먹었다
오늘 사실은 실컷 볼 텐데 왜 이리도 뷰에 탐을 내는지 모르겠다
자 이젠 드디어 이 나이아가라의 하이라이트인 시티크루즈를 타는 날
전에는 혼불로어 유람선이라 하더니, 이젠 시티투어로 이름을 바꾸어 운행한다
캐나다 측에서 오는 관광객은 빨간 우비
미국 측에서 오는 관광객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투어를 시작한다
전에는 물보라가 심해지면 피해 다녔는데 이번엔 온몸을 적시더라도 갑판 위에서 즐기리라 맘먹었다
뒷모습조차도 설레임이 뚝뚝 묻어난다
그 와중에 뽀뽀하는 사람도 찍혔네 몰랐는데.....
이 순간 연인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십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말발굽 폭포에까지 다녀왔을 때는 실제 얼굴이 거의 젖어있었다
폭포 깊숙이 들어갈 때의 그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는다
피하지 않고 그 쏟아지는 폭포수를 거의 머리로 받아냈다
고개만 숙이고....
시원하고 상쾌하다
나는 팔을 빼서 우비 사이로 집어넣어 팔을 거의 적시지 않았는데
남편은 팔뚝이 다 젖어있었다
그래도 재밌다며 웃기만 한다
가까이서 쏟아지는 폭포수는 정말이지 외경심이 일면서도 아름다웠다
그 파워풀함에 내가 막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젖은 몸을 걸어 다니면서 햇살에 말리고 타워론 회전식당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올라왔다
이틀 전부터 메뉴 선택을 끝낸지라 연어 스테이크와 쇠고기 스테이크를 각각 선택한 우리 부부는
조금씩 나눠 먹었다
식전빵, 수프, 샐러드, 메인요리, 커피, 디저트의 순서로 음식이 나온다
역시 이곳 음식은 맛보다 멋이다
이렇게 멋진 뷰를 내려다보며 하는 식사인데 맛인들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뭣이 중헌디~ 하고 물으면
맛보다 멋이 중허제~~ 하고 대답하련다
사진 찍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남편도
얼굴과 폰을 유리에 대고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미국 폭포와 캐나다 폭포를 한 폭에 담았다며 좋아라 한다
오구오구 참 잘했어요
이곳은 천천히 회전하지만 순간 포착을 하지 않으면 다시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
한 바퀴 다 돌 때쯤엔(1시간) 이미 식사도 끝나 파장분위기이기 때문에 사진 찍겠다고 남아있기는 좀 그렇다
내 사진도 몇 장 남겨줬다
사실 나는 전에 왔던 경험이 있는지라 남편 사진을 많이 찍어주려 노력했는데
전에 이곳에서 찍은 사진에 덩치 큰 여인이 등을 보이며 계속 서 있어서 별로 맘에 들지 않았었다
서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사진프레임에 담기기 때문에 예의가 아님
그런데 이번엔 그때에 비해 나이 든 테가 너무 확연해서 또 실망스럽긴 했다
하긴 7년 전이니 그동안 얼매나 늙었겠노
뭣이 중헌디~~~
인물보다 배경이 중허제~~
점심식사를 끝낸 우리는 이제 토론토로 향해 달려간다
약 1시간 30분을 달리는 여정이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농담을 들려준다
나이아가라가 왜 나이아가라인 줄 아냐고
캐나다에 사는 사람은 한국에서 친지나 친구가 오면 항상 나이아가라 여행을 원하는데
하도 이곳을 오다 보니 이제 꼴 보기 싫어질 때가 왔단다
그래서 누가 왔다는 연락을 받으면 서로가
니가 가라 한다고....
우리도 나이아가라 이틀 동안 싫컷 봤다
나이아가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