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가장 잘 참는 법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군대 2년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조국을 사랑하는 기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몇 년 전에 동해안 군부대에서 제대를 3개월 남긴 고참병사가 큰 불상사를 일으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세고 전 국민이 가슴을 조려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법문은 우리가 가장 잘 참는 법을 공부하겠습니다.
『잡아함경』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나는 항상 이치를 살펴서 어리석음을 다스리니 어리석은 사람이 성내는 것을 보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은 침묵으로 성냄을 이겨낸다.
힘이 없으면서 힘을 자랑하는 것이 어리석은 사람의 힘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진리에서 멀리 벗어난 이치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약한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가장 훌륭라게 참는 것이니 힘이 없다면 어찌 참고 용서를 하겠는가.
남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더라도 힘이 있는 사람이 스스로 참는 것은 가장 훌륭하게 참는 것이니, 힘이 없어 스스로 굴복하면 그것을 어찌 참는 것이라 하겠는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듯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사람을 보호하고 남이 나에게 불 같은 성질을 내더라도 침묵을 지켜라.
이러한 이치를 잘 지키면 자신에게 이롭고 남에게도 이롭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침묵하고, 참는 사람에게 자신이 이긴 것처럼 여겨 오히려 험담을 하니 모욕을 말없이 참아내는 사람이 항상 이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 애써 참는 것은 두렵기 때문에 참는 것이요, 자기와 같은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은 싸우기 싫어서 참는 것이며, 자기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가장 훌륭하게 참는 것이다. 『잡아함경』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러 계층의 계급과 위아래가 나눠 있습니다.
가정을 보더라도 웃어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고 그 아래 부모님이 계시며 그 다음이 나와 같은 형제입니다.
더 밑으로는 조카들이 있습니다.
직장에도 서열이 있습니다.
사장님이 계시고 그 밑에 이사 부장 차장 과장 대리 그리고 사원이 있습니다.
군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86정비대대도 대대장님이 계시고 중대장님이 계시고 소대장님이 계십니다.
소대 안에도 분대장이 있고 병장과 상병이 있으며 그 아래로 일병과 이병이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계급과 서열이 있어서 86정비대대를 이끌려면 정해진 군법과 규율을 잘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만 군법과 규율로 잘 다스려도 항상 2%가 부족합니다.
이것은 부대원 사이에 사랑과 믿음이 가득해야 합니다.
간부는 병사를 동생이나 아들처럼 대하고 병사들은 간부님을 부모님이나 형님처럼 대우해야 합니다.
내 아들 내 새끼가 어디가 아픈지 어느 곳이 가려운지 늘 챙겨 아픈 곳을 치료하고 가려운 곳은 잘 다독여주어야 합니다.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병사들의 아픈 마음을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선임이 후임을 꾸중해야 할 때 먼저 칭찬을 하고 난 후 그의 잘못을 지적하고 또한 칭찬으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굼벵이는 기는 제주가 있고 두더지도 땅을 파는 기술이 있습니다.
고래도 칭찬해 주면 춤을 춥니다.
아무리 부족한 사람도 찾아보면 칭찬해 줄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우리 불교의 자비심입니다.
병사들 사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임은 후임을 대할 때 집에 두고 온 동생처럼 잘 돌봐주고 후임은 선임을 삼촌이나 형님처럼 대우해야 합니다.
먼저 입대한 선임이 나보다 나이가 적어도 이런 관계는 지켜야 합니다.
나이가 적은 형은 없지만 나이가 적은 삼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것이 사랑이고 자비심입니다.
모든 부대가 자비심으로 가득할 때 어떤 부대도 작은 사고하나 발생하지 않고 평온합니다.
불교에서, 스님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출가한 순서에 따라 서열이 정해집니다.
나이가 많다고 서열이 빨라지고 출가하기 전에 많이 배운 박사라고 해서 순위가 빨라지지 않습니다.
돈이 많은 사장이라고 서열이 빨라지지 않습니다.
오직 스님이 된 기간, 이것을 법랍이라 합니다만, 누가 법랍이 오래 되느냐에 따라 스님들의 서열이 정해집니다.
우리 불교는 옛날부터 출가 전에 지위가 높고 낮음도 돈이 많고 적음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인물이 잘생기고 못생긴 것도 관계가 없습니다.
이것은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불교의 장점이며 인류평등제도 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부처님은 카필라국의 왕자로 태어났습니다.
그냥 있어도 왕위에 오르고 한 나라를 쥐고 흔들 만큼 높고 고귀한 분이지만 「생노병사」의 괴로움을 해결하려고 출가합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자 왕실의 이발사 우팔리가 부처님의 뒤를 따라 출가합니다.
우팔리는 인도의 사성계급(부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에도 들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많은 부처님의 사촌형제들이 출가합니다.
하나 있는 부처님의 이복동생 난다가 출가하고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도 출가합니다.
사촌 동생이자 나라에서 용모가 뛰어난 요즈음으로 치면 탤런트 김수현 만큼 잘 생긴 아난존자도 출가하였고, 공부를 게을리 하다가 부처님한테 꾸중을 듣자 반성하고 밤낮으로 공부하여 두 눈이 멀게 되는 아나율도 부처님 사촌 동생입니다.
왕실의 많은 젊은이가 출가하자 머리를 깎아주고 감겨주던 우팔리를 멸시합니다.
이를 알게 된 부처님은 먼저 출가한 우팔리를 연장자로 대우하도록 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이처럼 선임은 몇 달 빨리 입대하여 눈곱만큼 더 아는 것을 가지고 뻐기고 으스대지 말고 늦게 입대하여 어리벙벙한 후임을 동생처럼 잘 대하기 바랍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뜻이요 여러분이 부처가 되는 마음입니다.
기독교의 핵심은 사랑이지만 불교의 핵심은 자비심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고 상대방도 그 이상으로 나를 좋아하도록 요구하는 give and take입니다.
그러나 자비심은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은 물론이요 그 사람의 슬픔도 같이 나누며 그 사람이 슬퍼하는 마음까지도 정성껏 치료해 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고난과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보리와 같은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보리는 추운 겨울에 싹이 나고 봄이면 쑥쑥 자라서 우리가 기르는 식물 중 농약을 치지 않는 농작물입니다.
거친 밭에서 눈보라와 모진 추위를 견디고 싹을 틔운 보리는 봄이면 온 들판을 푸르게 하고 여름이면 알알이 잘 여문 황금벌판으로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선물합니다.
옛날에는 못사는 사람들이 보리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당뇨병과 비만에 좋아 보리밥이 쌀밥보다 더 비쌉니다.
여러분은 주어진 환경에서 꿋꿋하게 잘 자라는 보리 같은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모두가 주어진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고 밝게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맛있는 고기가 깨끗한 그릇에 담겨 있다면 누구든지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그 고기가 깨끗한 그릇이 아닌 개나 고양이 밥그릇에 담겨 있다면 여러분은 먹을 기분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땅에 떨어져 흙이 묻어 있거나 신발 밑에 있어도 먹지 않을 것입니다.
깨진 그릇과 찌그러진 냄비에 담아놓은 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가 먹는 그릇에 담아 놓거나 땅에 떨어진 고기는 나도 먹기 싫고 여러분도 먹고 싶지 않습니다.
깨끗하고 예쁜 그릇에 담긴 고기가 먹고 싶습니다.
이처럼 고기는 깨끗한 그릇에 담을 때 제 역할을 다 합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기가 깨끗한 그릇에 담겨 있을 때 제 역할을 하듯 여러분도 착하고 부지런한 마음일 때 여러분의 진가를 발휘합니다.
모든 사물은 자리가 정해져 있고 사람도 각자 자기의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서있는 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나에게 주어진 이 자리를 잘 지켜나가야 합니다.
내 마음 속에서 착하고 진실한 마음씨가 자라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내 마음을 잘 다듬고 가꾸어야지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다듬어 줄 수 없습니다.
밥맛도 국맛도 모르는 그저 배고프면 먹는 짐승 같은 마음으로 가꾸면 자신을 짐승으로 밖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합니다.
우리 병사들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알고(86정비대대),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일등병)이 되고, 제 역할(국토방위)을 다 하는 사람이 될 때 진정으로 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옛날 법연스님法演의 네 가지 계율이 있습니다.
주어진 힘을 다 쓰지 마라.
하늘이 내린 복을 다 받지 마라.
규율을 다 지키지 마라.
좋은 말도 다 하지는 마라.
있는 힘을 다 쓰면 내 주위 사람들이 괴롭게 되며 오늘 날 갑의 횡포가 생깁니다.
하늘이 내린 복을 다 받으면 오만하고 방자해 집니다.
부자가 삼대를 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70년대 우리나라 재벌 순위 50위가 지금 존속하고 있는 기업은 20%도 되지 못합니다.
예부터 자식에게 물고기를 물려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모든 규율을 다 지키려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그때그때 적절하게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군대 규율은 모두 지켜야 합니다.
좋은 말도 여러 차례 들으면 잔소리가 됩니다.
충고할 것은 따끔하게 한 번으로 끝내야 합니다.
오늘 법문은 여기서 마칩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군대 2년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조국을 사랑하는 기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2018년 7월 22일 호국태안사 일요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