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더운 날씨 어떻게 지네시나요?
저희는 동생가족과 함께 거제도를 다녀왔습니다.
갈 때는 진해에서 배를 타고 갔습니다.
우리 자동차도 저랑 생전 처음 배를 탔지요.
카페리호 라고 해서 사진에서 본 외국유람선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주 작은 배더군요.
갑판 위에 30대 정도의 자동차가 겨우 실리고 우리는 2, 3층으로 올라갔어요.
근데 배 안에 돗자리가 깔려 있더군요. 신발 벗고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거제도 까지 갔습니다. 처음 타 본 배인데 좀 실망 스러웠지요.
장목에서 내려 차로 신현 거제포로수용소까지 와 견학을 했습니다. 외도와 해금강을 유람하려고 학동 선착장에 도착을 해 보니 오늘 표는 매진이 되고 2시부터 내일 표를 예매한다고 했습니다. 때는 점심 시간, 여기까지 오느라 차가 밀려 혼이 났는데 힘들게 온 보람도 없이 그냥 가야 하다니. 사서 고생이라더니 아침도 못 먹고 집에서 6시에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데. 충무 김밥 집에서 김밥을 사 폐교인 학동초등학교 안으로 들어가 나무그늘에서 쪼그리고 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60년 전통의 그 충무 김밥 집. 대단한 집이데요. 지상파 TV 세 곳에서 유명하다고
전파를 탔다며 현수막까지 걸어 놓았던데 정작 손님을 문전 박대하더군요. 홀에 일할 사람이 없어 식당 안에서는 먹을 수 없으니 포장해서 밖에 나가서 먹으래요. 우리야 사람이 많아서 포장을 해 달라고 했지만 우리 뒤에 들어 온 젊은 부부는 자기네가 스스로 알아서 먹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밖으로 내 몰더군요. 어떻게 60년동안 장사했을까 궁금하더군요.
외도와 해금강은 조용할 때 다시오기로 하고 우리가 찾아 간 곳은 명사해수욕장.
발 디딜 틈 없는 텐트 족들 사이에 파라솔 하나를 겨우 쳤습니다.
거제도는 해수욕장이 거의 다 몽돌로 되어있는데 세 군데만 모래 라나요?
모래가 부드러워 좋다고 하던데 백사장에서 바로 취사를 하고 텐트까지 치게 해 놓으니 모래가 더러웠습니다. 물은 미지근하고 해초와 온갖 찌꺼기들이 섞여 있어 발도 담그고 싶지가 않더군요. 그래도 아이들은 보트를 빌려주었더니 잘 놀더군요.
앉아서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우리가 한심스럽더군요.
코 앞이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인데, 그 좋은 곳을 놔두고
거기까지 갔으니 말이에요.
둘째 날은 다른 해수욕장을 찾기로 하고 지도를 보고 찾아 간 곳이
함목해수욕장 이었어요.
산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돌밭이더군요. 몽돌이란 돌. 까만 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러가지 색깔의 돌이 많이 있었습니다. 물이 묻으면 초록색을 띠는 돌. 노란색에 까만 점박이돌, 흰색에 까만 점박이돌, 그냥 흰돌.... 크기도 다양하게 팥알만 한 것부터 메추리와 똑같이 생긴 돌, 계란 같은 돌, 어른 주먹만한 돌, 아이 머리만 한 돌, 더 큰 돌....
파도가 '척' 하고 몽돌에 와 부서지면 몽돌들은 '자글 자그르르'하고 소리를 내며 바닷물을 밀어 내더군요.
근데요,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그런 소리를 내는 게 아니더군요. 뒤이어 오는 파도와의 시간차에 따라 소리가 나기도 하고 안 나기도 하더군요. 신기했어요.
숙박은 탑포라는 곳에서 이틀을 묵었는데, 조금 언덕 위에 있는 집에서 민박을 했습니다. 산과 갯벌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었지요. 선선한 아침에는 조그맣고 빨간색을 띤 게들이 마당을 왔다 갔다 하더군요. 사람들이 가까이 가면 돌 밑에도 숨고 화장실로 도망가고 어찌나 도망을 잘 치는지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 집 앞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야트막한 개울이 있었는데 송사리 떼 같은 물고기들이 보이더군요.
아이들은 신기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 물고기 보세요."
"어 정말이네 송사린가 피래민가?"
민물고기 이름을 들먹이며 아이들과 함께 내려다보고 있자 민박집 아저씨가 웃으며 하시는 말씀.
"그거 민물고기 아니에요. 멸치에요."
"예! 멸치가 이런 곳까지 올라오나요. 집에서 버리는 오수도 같이 흘러가는 더러운 개울인데요?"
밀물이 밀려오면 다시 바다로 가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당일 저녁 한 끼만 삼겹살 구이를 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시장을 봐서 먹기로 했지요. 싱싱한 해물로 해물탕도 끓여먹기로 했는데 꿈만 꾸었답니다. TV에서 본 장승포는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로 풍성하던데 거기가 거기려니 생각을 한 것이 잘 못이었지요. 장승포는 너무 먼 거리에 있어서 포기를 했지요. 마을엔 공중전화도 없고 핸드폰도 안 되고 3일 동안 다른 세계에서 지내다 온 것 같았습니다.
동네엔 가게 하나 없고 식당도 없고 다행히 가져간 쌀과 김치로 연명하고 왔습니다.
힘든 3일간의 휴가였지만 아직도 귓가에는 깍아지른 절벽을 병풍처럼 둘러쳐 놓은 조그만 함목해수욕장의 그 몽돌 소리가 들립니다.
"자글, 자그르르. 작, 자그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