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17일, 소야도에서 1박후 문갑도로 건너왔다. 문갑도는 인천에서 여객선으로 약 1시간 걸려 덕적도에 도착한 후, 다시 나래호라는 배를 갈아타고 20분 쯤 더 가야 만나는 외딴 섬이다.
문갑도에서는 1박2일 동안 깃대봉 등산 및 해변 산책을 하면서 주로 소일했다. 선착장-처녀바위-깃대봉-왕재봉-진고개-한월리해변-문갑리마을 코스로 약 4시간 코스. 특히 깃대봉 정상의 조망이 절경이다. 사방으로 수십개의 섬들이 파노라마로 시야에 들어온다. 덕적도,소야도, 이작도, 자월도, 선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 가도, 굴업도 등등등
그런데 깃대봉 및 왕재봉 정상에서 깜짝놀랄 만한 비경을 발견했다.
문갑도와 굴업도 사이 바다 위에 엄청 긴 띠가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저게 무슨 띠인가 의아해했다. 밀려오는 파도가 아닌가도 생각해봤다. 아무리 파도가 크다 해도 몇 km 거리에서 저렇게 선명하게 보일 리가 없지. 그물인가? 궁금증 때문에 일단 사진을 찍어두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아뿔사 ! 어마어마한 풀등이다.
'풀등'이란 만조시에는 바다 속으로 잠겨 있다가 간조 때가 되면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모래섬이다. 매일 하루에 두번씩 바다 위로 떠오르는 환상의 신기루 섬. 대이작도 앞의 풀등이 무려 47만평(동서 3.6km, 남북 1.2km) 규모로 유명한데 문갑도 바로 앞 바다에도 풀등이 있다니 놀랍다.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물때를 맞춰 문갑도를 가야 하는 데 사전엔 몰랐었다.
우리나라에서 풀등 현상이 나타나는 곳은 대이작도와 문갑도 이외에도, 장봉도, 전남 송이도, 청산도 신흥리 해변 등이 있는데 이들 풀등은 모래와 펄이 혼합된 형태여서 모래톱 중심으로 형성된 대이작도 풀등과는 약간 다르다.
문갑도에서 낚싯배를 운영하고 있는 광복호 선장 김훈기 씨에 의하면, 간만의 차가 가장 심한 사리 때(음력 15,30일) 즈음에 물때를 맞춰 깃대봉에 오르면 대이작도의 풀등에 못지않은 거대한 풀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김훈기 선장은 "폭은 대이작도 풀등보다 좁지만 길이는 그보다 헐씬 길겁니다. 덕적도 용담뿌리 근처까지 뻗혀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마이너스 사리' 때 모래섬이 가장 길고 넓게 솟아오릅니다"라고 말한다. '마이너스 사리'는 매월 있는 게 아니고 1-4월경에 주로 나타나는 물때 현상이다. http://cafe.daum.net/seoripulphoto/IqO7/238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른 분이 찍은 사진이 있다. 폭은 넓은 편이 아니지만 길이는 굴업도와 가도(무인도) 두 섬을 합친 것보다 헐씬 길다. 그런데 왜 문갑도 풀등이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않았을까?
김훈기 선장은 " 문갑도 풀등은 대이작도 풀등과는 달리 배를 접안시키기가 쉽지않다"고 말한다. "풀등 둘레의 수심이 비슷하여 일반 낚싯배는 바닥이 걸리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시 아주 작은 배로 갈아타야 겨우 오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즉, 모래섬에 오르기 어려우니 관광지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결국 깃대봉 및 왕재봉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비경인 셈이다. 문갑도 소개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풀등에 관한 건 거의 보이지않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옹진군에서 왜 이런 환상적인 비경을 관광명소로 소개하지않는지 의아하다. 사리 때 꼭 다시 한번 문갑도에 가봐야겠다. 문갑도를 또 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 제목 '발견의 기쁨'은 이동순 교수의 몽골여행 시집 제목인데, 문갑도 풀등을 발견한 기쁨이 커서 그대로 제 여행메모의 제목으로 붙여봤습니다. 이동순 교수님의 넓은 이해를 바랍니다.
필자가 찍은 사진-문갑도 방문 시기가 '무시'무렵이어서 모래섬이 물 속에 잠겨 있음(띠 모양 만 보임)
다음 블로그 '산이좋아오른다'에서 캡쳐-뒤에 보이는 섬은 가도(좌) 및 굴업도(우)
다음 블로그 '산이좋아오른다'에서 캡쳐-뒤에 보이는 섬은 가도(무인도)
대이작도 풀등1-OBS동영상 캡쳐
대이작도 풀등2(필자 촬영)
대이작도 풀등3(필자 촬영)
대이작도 풀등4(필자 촬영)
대이작도 풀등5(필자 촬영)
대이작도 풀등6(필자 촬영)
대이작도 풀등7(필자 촬영)
대이작도 풀등8(필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