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할아버지 문정공의 휘는 세겸이시다.
일찍이 임계역(강원도 강릉)을 지나시다 시를 지어 쓰시기를
余伯祖文貞公 諱世謙 嘗過林溪驛 有詩曰 여백조문정공 휘세겸 상과임계역 유시왈
우연히 시를 지어 창문에 쓰니
得句偶書窓 득구우서창
종이가 찢어지면 시도 찢어질 게다
紙破詩亦窓 지파시역창
좋은 시면 사람이 반드시 전할 것이고
好詩人必傳 호시인필전
나쁜 시면 사람이 반드시 침을 뱉을 것이다
惡詩人必唾 악시인필타
사람이 전하면 찢어진들 무엇이 안타까울 것인가?
人傳破何傷 인전파하상
사람이 침을 뱉으면 찢어지는 게 도리어 좋다
人唾破亦可 인타파역가
껄껄 웃으며 말 타고 떠나가니
一笑騎馬歸 일소기마귀
천 년 뒤에 나를 알 사람이 누구냐?
千載誰知我 천재수지아
-홍찬유 선생님 번역본을 가져옴-
어세겸(魚世謙:1430~1500)
본관은 함종(咸從). 자는 자익(子益), 호는 서천(西川).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1451년(문종1)에 생원이 되고, 1459년에 천사(千秋使) 이극배의 수행관인
이문하관(吏文學官)으로 명나라에 다녀왔다.
1479년 대사헌이 되었다가, 다시 이조참판에 임명되었다.
1495(연산군 1)에 우의정, 이듬해 좌의정에 올랐다.
저서로는 『서천집』이 있다.
패관잡기(稗官雜記)
어숙권(魚叔權)이 지은 수필, 잡록집이다.
권두에 주원장(朱元璋)의 홍무(洪武) 원년으로부터 조선왕조의 건국과 함께
명나라에 내왕한 사절들과 요동(遼東) · 일본 · 대마도 · 유구(琉球) 등지에
관련된 유사(遺事) · 풍속 등을 자세하게 기록하였고 당시의 사환(仕宦) · 일사(逸士)
시인묵객들의 언행과 재인 · 기예 · 축첩(蓄妾) ·동요(童謠)등에 관한 사실들을 보고들은 그대로 기술하였다.
패관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조선 전기의 사실(事實)을 이해하는데 요긴한 자료가 되고, 풍부한 설화적
소재와 간결하고도 진솔한 서술은 문학작품으로서도 평가받고 있다.
어숙권(魚叔權:?~?)
본관은 함종(咸從). 호는 야족당(也足堂) · 예미(曳尾).
좌의정 어세겸의 서손(庶孫).
1525년(중종 20)에 이문학관(吏文學官)이 되었다.
최세진(崔世珍)에게 수학했으며, 이문(吏文)과 중국어에 능통하였다.
1554년(명종 9)에는 조관대부(朝官大夫)로부터 향사(鄕士)에 이르기까지
일상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을 기록한 『고사촬요(攷事撮要)』를 지었다.
시평과 시론에 뛰어났으며, 한때 율곡 이이(李珥)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밖에 저서로 조선조 패관문학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패관잡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