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자 회 견 문>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평등법, 4월 국회에서 제정하라!
지난 4월 6일부터 제395회 국회(임시회)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바로 지난 주 월요일,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 평등을 선언하지도 못하는 정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위한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4월 국회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가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이종걸과 미류 활동가가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기 위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우리는 제대로 된 법안 논의조차 못해 결국 시민들이 결연한 마음으로 단식과 농성을 시작하게 한 국회를 규탄하며, 4월 임시회에서 조속히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대 대통령 선거 동안 공론의 장에서 지속된 혐오와 차별은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민통합을 말하는 정치가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치고, 차기 여당의 대표는 장애인 지하철 투쟁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고 있다. 차별의 문제는 당장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드러나는 문제다. <2020년 전라북도 사회조사 보고서>의 성차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1%가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며, 직장생활에서의 성차별 경험 응답도 48.7%였다. <2018년 전라북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참여 장애인의 60%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내가 나로서 사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차별의 문제는 이렇듯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다.
혐오를 방조하고 침묵하는 정치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10만 시민행동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성사되었다. 이러한 힘으로 2020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을 비롯하여 청원 성사 이후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의 대표발의로 평등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작년 11월, 21대 국회 임기 종료일인 2024년 5월 29일까지 청원에 대한 심사를 무기한 연장했다. 시민들이 차별금지법/평등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사이 국회는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20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모두의 평등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약 없는 시간만 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평등법 공청회조차 야당이 막고 있어 어렵다고 표명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만장일치로 검찰개혁법을 당론채택하고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검찰의 횡포 앞에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개혁입법이라는 것이 명분이다. 차별금지/평등법 또한 마찬가지다. 차별과 혐오의 구조 속에 속수무책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생존의 요구이자 생활과 생계가 달린 민생 현안이다. 민주공화국을 차별과 혐오의 나라로 만들지 않겠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당장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개혁입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대선 이후 지난 4일, 국회 법사위 첫 회의가 열렸지만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은커녕 입법과정에서 필요한 공청회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외부전문가에게 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조차도 합의하지 않겠다며 법안 논의를 막아선 것이다. 공정과 상식의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차기 여당이 지난 15년 동안 시민들이 제정을 요구하고, 수년간 국제인권기구에서도 권고한 법안을 막겠다는 말이다. 과연 공정과 상식인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평등의 걸림돌로 남지 말고 국회에서 차별금지/평등법 논의와 제정에 동참하라.
국회가 법 제정을 지연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늘을 사는 시민들에게 말뿐인 내일의 약속은 필요하지 않다. 곡기를 끊고 싸우는 두 명의 활동가, 농성을 다시 시작하는 우리의 요구 앞에 국회는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라! 우리는 차별과 혐오로 후퇴하지 않고 국회가 4월 임시회에서 차별금지/평등법을 제정할 때까지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다.
2022. 4. 18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평등법, 4월 국회에서 제정하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첨부] 발언문 <지역주민으로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 하영 (익산지역 트렌스젠더 시민) / 대독 : 정다루
저는 익산에 사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어떤 이유로 집단에서 배제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시 그런 일이 있으셨다면 행동도 제한되고 마음도 아프고 답답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일상생활에서 경제활동이라던지, 취미생활이라던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도 억압당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게 문제가 되는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인데 왜 머리가 긴지, 왜 여자 같은지, 그런 이유로 돈도 못 벌고, 취미생활도 못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한 이상한 사람일지 몰라도, 트랜스젠더라는 사람은 이 지역에도 많이 존재하고 실제로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냥 ‘너가 싫다’, 이런 말까지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삶을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좀 튄다는 이유로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려야 할 존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긴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전북행동
(사)생명평화마중물, (사)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 (사)전북희망나눔재단,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전주지부, 군산여성의전화, 노동당전북도당, 민주노총전북본부,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시민행동21,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언니들의병원놀이,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 익산여성의전화, 익산참여연대, 전국여성노동조합전북지부,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전북기본소득당(준), 전북녹색연합 전라북도성소수자모임열린문,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불교네트워크,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전북예수살기,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등학부모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여성의전화, 전주여성주의독서모임리본, 정의당전북도당, 진보당전북도당, 차별없는노동사회네트워크,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책방토닥토닥, 페미니즘학회동행
(총 40개 단위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