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즈> 모리모토 코지, 오카무라 텐사이,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 옴니퍼스, 판타지, SF, 일본, 114분, 1995년
90년대말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우리 사회에 우후죽순 들어선 일본 캐픽터 상품점에 복사되어 판매되었다.
제법 목록을 작성한 파일북을 열어보며 작품을 고를 수 있었다.
미와자키 하야오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물론 공각기동대나 메모리즈, 에반게리온 등을 보며 충격을 받곤 했다.
오늘 아침 새삼 3편으로 옴니버스로 구성된 메모리즈가 생각난 것은
오늘은 바로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한 날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위신이 있으니 발사는 하긴 할 것 같다. 미사일 발사라니 참 심각한 일인데,
왜 실감이 나질 않을까? 그 또한 충격적이다.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보면 그 정도의 충격 이상을 줄 가능성이 있는데,
남한의 대응 수위는 또 어떨까?
도발 수위에 따라 국지전 이상의 확대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 없고 끔찍한 일이 일상을 파고 든 것이 아닌가?
이게 현실이라니.
결국 영구적 내전상황 속에서 한반도의 양국은 북한의 말처럼 전쟁상황에 처해 있고, 진행에 따라 중국과 미국과 일본과 러시아의 절대 영향 속에 놀음판이 될 것이 뻔하다. 전후 60년의 세월 동안 별다른 대책도 없이 고착화시킨 것은 역시 지도자는 물론 민족의 무사고 무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슬픈 일이다. 150년이나 지나도록 반도의 이 민족은 이 상황을 스스로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고보니 사대주의 또한 벗고 있지 못하다.
김구선생과 장준하 선생을 암살한 세력이 결국 친일파이고 이승만과 박정희 또한 그러한 사대주의자일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정말 구제불능인 역사 같다 한숨만 나온다.
메모리즈는 3편 모두 수작이다.
상상력 자체가 기발하고 패기 넘치게 밀고 간다. 시나리오는 물론 그림들로 허투로 만들어진 게 없다.
1편의 아름다움과 2편의 기발함, 그리고 3편의 성찰이 각기 독립적이다.
특히 북한 생각이 저절로 나는 대포도시.
내가 사는 동네에 미사일이 떨어지지는 않으리라 믿지만 - 모두들 나 같이 생각하고들 있겠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남과 북이 전체주의 무드로 빠져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암울하고 암울할 뿐이다.
역시 국가의 권력을 독재자와 권력집단에게 넘겨주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선의의 권력자라도 역사의 순환성에 의해 그것은 독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 시놉시스 =
Episode1. 그녀의 추억(彼女の想いで / Magnetic Rose)
감독: 모리모토 코지
‘2092년 10월 12일, 구형 우주선에서 발견된 화려한 저택의 실체는?’
우주 폐기물을 청소하던 코로나호는 낡은 구형 우주선에서 나오는 SOS 신호를 받고 구조에 나선다. 조난신호를 따라 우주선으로 들어간 코로나호의 ‘미겔’과 ‘하인츠’는 허름한 구형 우주선 내부에서 화려한 저택을 발견하고, 그 저택의 주인이 미녀 오페라 가수 ‘에바’의 것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두 구조대원에게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과연 두 사람은 무사히 구조활동을 마치고 코로나호로 돌아갈 수 있을까?
Episode2. 최취병기(最臭兵器 / Stink Bomb)
감독: 오카무라 텐사이
‘평범한 그 남자! 일본을 위협하는 생화학 병기(?)가 되다!’
감기에 걸려 고생하던 제약회사의 연구원 ‘다나카’는 회사에서 개발 중인 신약을 먹고 잠이 든다. 그 사이 사람들은 살인적인 악취로 인해 죽어나가고 일본 열도는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비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르는 ‘다나카’는 악취 구름을 몰고 도쿄로 향하는데… 하루 아침에 생화학 병기가 된 ‘다나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Episode3. 대포도시(大砲の街 / Cannon Fodder)
감독: 오토모 카츠히로
“쏘고 오겠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대포로 이루어진 도시에서 모두 대포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아가는 한 가족. 17번 포대에서 장전수로 일하는 아빠와 포탄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 학교에서 정확한 포격을 위한 특별 수업에 열중하며 아빠보다 훨씬 멋진 ‘포격수’를 꿈꾸는 아들의 하루를 담은 작품. 과연 이들이 하루하루 포탄을 퍼붓는 적의 정체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