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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회화 총평 |
박영택 / 미술평론, 경기대 교수 |
평면회화의 약진
평면회화가 두드러지게 증가한 한 해다. 상대적으로 설치. 양상, 사진 등의 비중은 작아졌다.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시도들이 만연한 가운데, 여전히 회화작업을 고수하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잇달은 한 해였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서 평면적업의 강세를 반영, 회화의 부활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젊은 작가를 찾으려는 상업화랑과 대안공간들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젊은 작가의 프로모션 역시 급격히 변화한다. 최근 사립미술관과 상업화랑도 젊은 작가 프로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경매와 옥션에서도 활력이 넘친다. 빠른 결과를 추구하는 미술 시장에서 젊은 작가들이 자칫 소모품이 될 수 있다.
국내 상업화랑이 아시아 작가들, 그중에서도 작품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더욱 활발해진 것이다.
지금 국내 미술계에서 평면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대안공간뿐만 아니라 상업화랑을 중심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2-30대의 젊은 작가를 찾으려는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증거다. 지금은 대안공간을 넘어 사립미술관과 상업화랑도 20-30대 작가들을 프로모션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움직임이 자칫 젊은 작가들을 소모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기금에 의존하고 있는 젊은 작가 프로모션에서 훨씬 빠른 결과를 추구하는 옥션으로 이어지는 게 젊은 작가들에게 좋을 것인가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국내시장에서만 소비된다는 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이루러져야 한다. 현재는 대중이 구입하기 용이한 작가를 선호한다. 현재의 움직임 상당수가 직접적인 시장성을 형성해 주기보다는 작가들의 활동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프로모션의 의미가 있다. 반면 역량 있는 상업화랑에서이 젊은 작가 프로모션은 상업화랑 자체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야 한다는 내적 욕구에서 비롯하여, 현재 우리미술시장에서 새로운 추세로 드러난다.
미술이 내용과 가치보다는 경제성, ‘표면과 스타일’에 치중한다는 인상, 젊은 작가들의 작업이 ‘표면은 잘 만들었으나 담론 면은 희박해지고 스타일은 좋되 그 스타일이 획일화되어 갔다.
미술비평이 젊은 작가들로 하여금 작가 생명이 짧은 소모적 구조 속으로 밀려들어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소비형 구조에서 젊은 작가 등이 지속적으로 작업 할 수 있는 구조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미술비평, 미술시장 모두 기존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 오늘날 미술은 이제 미적 대상성과 삶이 한 형식을 넘어 문화 또는 문화적 현상과 거의 동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0년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 에러가 발생하면서 무너지는 때, 미술시장의 변화가 초래, 국내 주요 호랑들이 2세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 크리스티나 소더비가 중국현대미술이 붐에 한국현대미술을 편승시키려고 시도, 이제 비엔날레가 가고 아트페어의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실현되기 시작한다는 진단이다.
대규모 기획전시
전시만 했지 별다른 담론을 생산해내지 못한 한 해다. 마구잡이식의 전시가 그렇다. 올해의 미술계 역시 꽤나 지루했단다. 굴지의 상업화랑들이 이렇다 할 기획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업형미술관이 주춤한 지금, 이제는 네트워크가 움직이고 그것을 미술시장으로 끌고 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때다. 국내 아트 페어역시 화랑미술제 등의 형태에서 나아가 업그레이드 된 미술시장을 고려해야 한다. 국공립미술관과 아르코미술관도 기대 이하였고 대안미술계도 급격히 쇠락했다. 다만 리움과 로댕미술관이 돋보였다.
<한국미술100년 광복 60주년 기념>전(국립현대미술관)-한국 근대미술사를 단순히 조형적 맥락만이 아니라 당대의 시각문화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조명하며, 식민지 상황에서 드러난 이데올로기의 충돌이나 역사적 질곡을 문화적 맥락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를 보여줌. 상다잏 방대한 자료를 모아내어 가능하면 미술사를 총체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려는 성실한 태도가 엿보인 전시, 전시연출은 약하다. 전체적으로 광복 60주년을 기념한 행사들이 너무 폐쇄적이었다. 강복 60주년 이라는 사실이 예술계에 공통된 관심으로 공유되지 못했다. 일반 대중이 저널리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정치적. 시사적 주제를 시각화하는데 불과한 지금의 전시 형태로는 의미 있는 시각적 결과물이 나오기가 힘들다.
미술을 분석하는 눈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 거창하게 주제잡고 주요한 작가 한명씩 집어 넣다보면 망하는 법, 미술계에서 제일 힘든 영역은 전시기획에서 일하는 인력, 국공립미술관의 기획력도 안팎 문제로 시들해지면서 그간 소홀했던 전시기획 인력에 부실한 대우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 전시를 끌고 가는 기획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은 당연히 예측했던 결과, 그저 작가 위주로 전시를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것, 이런 문제가 앞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특히 서울시민에게 문화콘텐츠를 제공하는 공립미술관의 태도, 전시가 갖는 외적 형식의 헐거움, 즉 뻔히 보이는 전시기획의도와 저시 구조에 비해 개념을 너무 강조해 스스로 길을 잃어버리는 듯한 인상,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가 그런 문제를 노정했는데, 서울시립미술관이 내부적으로 어떤 원칙과 목표에서 전시를 하는지에 대한 입장, 유형의 전시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 지가 분명해져야 한다. 그에 대한 피드백을 어떤 맥락에서 할 것인가가 논의가 필요하다.
팝 적 문화
올해는 미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에서 시대적 아이콘을 작품에 적극 끌어들인 작가들의 작업이 두각을 나타낸 한 해다. 가볍고 피상적인, 달콤하고 우호적인 미적 감수성가 함께, 사태의 표면질감에 천착한 인스턴트문화, 일회용 문화에 대한 선호를 반영한다.
대량 생산과 소비, 오락과 유흥을 따르는 솔직한 욕망들, 그것을 호보하는 영상과 전단지, 거듭되는 그것들의 재생산, 그리고 대중문화와 우리의 상호작용, 1970년대 이후에 출생한 작가들이 미술계에 등장하면서 미술과 대중문화가 교차하는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가나아트센터가 기획한 한일현대미술전
반면 키미는 25세부터 31세 연령대의 작가 4인의 기획전<팝아이콘>, 김태연, 윤정원, 안두진, 최성록은 모두 1975년 이후 출생한 작가들로 디자인, 만화, 패션 등의 대중문화를 익숙하게 보아온 세대들, 대중문화적 도상과 잔상을 어떻게 흡수하여 자기화된 아이콘으로 형성해냈는지에 대한 전시다. 갤러리 세줄의
동시대 팝아트는 기존 미술은 물론이거니와 인문학과 사회학의 경계마저 넘나들며 이질적이고 낯선 것을 친근하고 익숙한 것으로 바꿔 놓는다. 그 주네는 일상사회학의 광범위한 논의와 맞물려 있으며 서핑(사태의 본질보다는 그 표면현상에 감각적으로 천착하는)과 매핑(기왕의 인식 틀에 자기를 끼워 맞추기보다는 자기만이 방식으로 인식지도그리기), 그리고 패러디(이미지 훔치기 혹은 이미지 재맥락화하기)이 전략과 맞물려있다.
일본 팝의 한 전형을 보여준 요시토모 나라- 싸이월드를 통해 여기저기 퍼지면서 ‘싸구려 하이틴 감성’을 자극, 언캐니한 표정과 20대 언니들이 조응, 나라 요시토모를 만화나 대중잡지, 펑크록과 팝 문화 등에 뿌리를 두는 네오 팝 혹은 J-팝 등의 레이블로 규정하는 것보다 좀더 포괄적인 예술적 문제들의 진화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형성한 , 일본미술의 주요한 한 단층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화적인 우화와 평면성은 17세기 경부터 발전되어 온 우끼요에(浮世繪)의 맥이다. 일본 미술의 특질 내지는 특권이라고 할 만한 회화의 대중성과 평면성을 가장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미술 자체가 우리에 비해 감성적 텍스트를 정교하게 다룬다. 아이들이 얼굴에 대한 탐색, 얼굴을 일종의 지도나 풍경처럼 넓은 표면으로 보여줄 뿐만 아리라 끊임없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서울하우스>를 제작해 관객을 집안으로 불러, 자신의 소지품들이 널려 있는 방도 보여준다. 일반 관객들은 한결같이 파인아트의 관점에서 해석, 프로덕션개념을 생각하게 함.
홍경택(아르코미술관)-언더와 오버문화를 가로지르며 고전과 초강력 포스트모던울트라문화이 최전선을 종횡으로 섞어 아름답게, 전통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90년대 이후 대두된 클럽이나 언더그라운드 계열에서 마니아 층을 형성해온 대중문화, 특히 펑크문화에 대한 관심과 기호의 내재화이자 그에 대한 숭배의식, 패스티시이다. 동시에 그에 대한 회화적 번안이고 그 환각성, 에너지, 주술적이며 신비적 체험 등을 내포한다. 이 도저한 개인서으이 그리기를 만난다.
도시와 일상에 대한 주목
도시공간에 대한 관심의 증가, 도시공간을 주목한다는 일은 도시를 하나의 텍스트로 읽어나가는 작업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념미술의 확장일 수 있고 , 또 공공미술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가면서 미술의 사회적 공유를 고민하는 계기도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
일상-일정 부분 작가들은 미술의 아이템을 늘리기 위하여 일상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비평는 현실성이라는 미명 아래 그것을 미학적으로 해석해주고 미술관은 다양한 패션으로 이를 물신화하기 쉽다.
동양화 분야
근래 중국 현대미술 소개, 수묵화 전시도 늘었다. <중국 근대5대가전>(덕수궁미술관), <한.중.일 수묵화전>(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가렴 장우성전>(덕수궁미술관)과 <한.중 수묵화전>(서울시립미술관), 이 전시는 두 나라 수묵화란 장르가 양국에서 어떤 위상에 놓여있는지를 살펴봄,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작품들이 운필의 변화보다 먹이 기운과 그 변주에 초점을 두고 있다. 회화를 분위기 위주로 만들어나가려는 감성주의가 한국 측이 강하다. 중국은 이미지의 추구가 강하다. 중국이 활달한 운필과 운필에서 일어나는 구성적 요건을 풍부히 가꾸어나가고 있음에 반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운필이 구사와 이에서 파생되는 힘찬 구성적 요인들은 빈약하다.
도식적 동양화나 타격이 주체인 현대적 동양화 모두 미술사와 문화계 전체 지도 안에서 양립 가능한 두개의 전혀 다른 문화로 이해되고 있다.
문인화특별초대전(월전미술관)-장우성, 박노수,송영방, 임송희, 구자무 등 다섯 작가 참여, 작품과 함께 그들의 문방 도구가 진열됨으로써 이채로움, 내용과 형식을 아우르는 문인화이 맛을 보여준 전시
기운생동전(세종문화회관)-2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한국화 젊은 세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꾸며짐, 구체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구상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도시이미지와 일상의 이미지가 많고 자연이 이미지와 전통적이미지가 뒤를 잇는다. 반면 도시와 일상이 곧바로 현재의 리얼리티를 확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회화에서의 리얼리티란 단순한 소재의 범주에 국한되지 않고 그것을 구현해 놓는 질료와 행위란 방법적 절실성이 동반되었을 때 획득되는 것, 아울러 전통적 이미지이 재해석, 그림이 그림의 대상이 된다.
올해의 작가2005:서세옥전(덕수궁미술관)-서예, 전각, 한학에 있어 능통한 원로 작가의 회고전이다.
김동수(동산방)-우리의 산천을 실사해온 대표적인 실경산수화의 한 사람, 치밀하면서도 시정을 놓지 않는 특징, 실경답사로 이룬 완숙한 세계, 부드러워지고 물기고 촉촉하다.
오용길(선화랑)-서울의 여러 단면을 구현한 작품, 동양화에서의 실경이란 각도에서의 접근과 기록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님, 삶을 공유하는 실체로서의 서울을 담고자 함
정재호-사람들이 늙은 퇴물로 여기는 70년대에 세워진 아파트 자체를 전면에 드러내면서 새로운 의미의 체계로 끌어올림, 허위적인 표피성을 드러내기 위해 오래된 아파트를 기록, 정재호가 그린 이 오래된 아파트는 근대화와 허위적 열망에 휘둘려 조로증을 겪은 사실을 증언, 마치 고현주의 아파트 사진과 동일하다. 실재를 육박시킨 설치가 인상적이다.
김근중(동산방)-전통적 화조화를 재해석, 이들 사이를 연결하는 말풍선이 부가되고 화면 하단에 숫자가 기입, 장식성. 평면성. 해학성 등 다양한 가치를 혼성
박윤영(인사미술공간)-픽토그램이라는 이미지 코드를 유사언어로 만들어 내거나 그것을 화선지에 먹으로 그리는, 일종의 비전통적 한국화의 새로운 맥락을 개척, 이번 전시에서는 일종의 토털아트를 지향, 작가가 취재한 실화와 거기서 빚어지는 연상, 잠재적으로 연결된 개별적 사실들과 그것을 이어주는 꿈의 형태들, 미술사의 일화들과 작가 자신의 내면적 응시 등은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시각적 전기에 의해 완벽한 컨텍스트를 이룬다.
올 동양화 전시로서 최고의 것이었다.
김보민 -동양화라는 양식적 컨텍스트 속에서 현대 사회 혹은 도시의 풍경을 주제로 다루는데 실경산수와 라인 테이프 드로잉을 적절히 혼합시켜, 현대적인 기하학 풍경을 진행, 전통과 현대, 내재적 풍경오가 객관적 기술, 평면과 다중적 층이 등의 대립항으로 느껴지는 회화적 장치들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면서 이탈의 도모와 일상으로의 회귀라는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수묵으로 그려진 전통적인 한국화와 라인 테이프를 이용해서 현재의 도심 이미지를 한 화면 속에 결합하는 방법으로써 전통을 현재의 시점에다가 접맥시키는 패러디의 한 유형을 선보임
서은애(두아트갤러리)-현실의 삶에서 평온한 삶을 꿈꾸는 자신과 현대인들의 이상향을 옛 선비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빌려 이야기 한다. 전통적인 양식을 차용하지만 관객이 공감하는 오늘을 사는 작가 자신의 감성을 담아낸 그림이다.
이동환(학고재)-지금 표정 짓고 움직이는 세계를 그리다.
서양화단 중요기획전
HD Generation전(갤러리크세쥬)-5명의 젊은 미술가들(지요상, 이지송, 안성하, 이사라, 정명조)의 손끝에서 한국의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과 전개 속에서도 여전히 지속되어온 사실주의적이며 재현적인 회화적업이 지속을 확인, 자신의 능력과 취미에 맞는 회화작업에 매진, 끈끈함 몰입감과 집중력, 전통적인 아날로그적 제자방식을 고수한다.
Inside Out-회화모음전(대안공간 루프)-일우저니즘과 재현이라는 고유의 임무를 완성한 이후, 회화는 존재론적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철학적 자의식으로 모더니즘 회화를 추발, 이후 광등장한 광범위한 탈 회화적 행위들은 회화의 종말을 예견케 하면서도 회화의 존속을 위한 가능성들을 적극적으로 탐색, 회화는 이제 이전의 재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리얼리티를 재창조, 거대서사와 일상이 소서사, 평면과 오브제, 시각성과 신체성 등을 화면 내에서 자유로이 논의, 이 전시는 최근의 회화영역에서 논의되는 문제들을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회화작품에서 찾아보고자 함(이도현, 공시네, 김혜나, 이보람 )직접적인 내러티브가 배제된 은유와 유머, 역전된 시지각 체험, 확장된 공간으로 리얼리티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생산
중진작가전시
김홍주-올 한해 최고의 전시로 손꼽힘, 꽃이나 잎으로 위장한 ‘정신의 이면으로 이어지는 비밀의 문’과 같다. 일종의 포스트-미니멀리즘이지만, 그 전개과정과 방식은 언어적 게임에 기반하지 않는다. 재현의 해체를 수행하는 매우 전복적 회화, 그의 회화이 진정한 매력은 시지각과 인식의 상호교호, 일루젼과 평면의 긴밀한 조절이 빚어내는 지적이고 지각적인 쾌, 올 한해 최고의 회화전시로 기억된다.
정복수(사비나미술관)-인간의 몸을 다양한 매체와 연출을 통해 드러낸 역작
도윤희(카이스갤러리)-회하적 본령에 충실한 시적 이미지의 여전함을 선보였다.
이종구(국립현대미술관)-작가의 진정성이 돋보인 전시, 처음과 같은 일관된 행보를 유지하면서 정확한 농도와 정치적 내러티브의 경지를 보여준다. 민중미술뿐만 아니라 리얼리즘 회화의 측면에서도 탁월, 농부의 삶과 농사짓는 일, 농촌 현실에서 땅과 생명체 등으로 확산되어 가는 한편 점점 탄력이 붙어 화려한 파장을 거느리고 우리 삶의 총체적 모순을 이미지화 한다.
최진욱(아르코미술관)-그의 회화는 ‘보다-인식하다-그리다’의 순환적인 경로를 밟고 있다. 관찰을 통할 때 사물은 사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구성물로 나아가 작가로 대체될 수 있고 그것을 그는 그린다. 회화는 평면인데 그곳에 시간의 흐름이 첨가될 때, 그것은 평면적이라 할지라도 더 실재적이다. 문자작업과 회화적업, 전시공간의 연출은 그 순환구조를 보여준다.
김영재(인화랑)-장엄한 산악과 산령이 빚어내는 무한한 미에 집중, 창이적인 단순화와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기법으로 빚어냈다. 산을 관념으로 불러들여서 이를 재차 내뱉은 형국이 산 그림, 견고한 구조와 평면성이 강조된다.
전혁림(영은미술관)-구십이 넘은 노화가의 근작이 선보인 전시
홍정희(갤러리현대), 방헤자(개럴리현대)-중진, 원로작가들의 여전한 화력이 돋보인 전시
김혜련(학고재)-서술적 이야기와 이미지를 흡수한 밀도 있는 화면은 색과 선으로 자립한다. 객거 물성이 기묘한 공존을 이룬다. 안료이 물질성이 이미지이 서술적 구조 속에서 하위개념으로 종속되거나 미니멀 작업같이 안료의 물질성이 이미지이 발생구조를 배제하는 오브제로서 자립하는 겨우 사이에서 교묘하게 실존하는, 조율적 상호관계를 지닌다.
,한지선(아트사이드)-회화와 조각 등에 국한되지 않는 이미지의 자유분방한 생애를 증명하는 저부조 회화, 평면회화에서 만나는 환영의 극대화와 표면처리에서 보이는 효과적인 질감효과, 오브제의 활용 등이 복합적으로 엮어진 작업
사실주의의 환생
황순일(유아트스페이스)-사진과 회화의 경계가 무색할만큼 사실적인 그림, 검은 캔버스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고기 덩어리와 과일 조각들은 단순한 극사실주의를 넘어 바니타스(인생무상)을 연상, 이러한 이미지들은 제단 위에 올려진 희생양의 이미지와 연결되면서 세속적인 욕망으로 더렵혀진 존재가 죽음을 통해 세척되고 정화됨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회화는 스토리이 전개가 아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하는 감각, 즉 청각과 촉각이 비주얼과 결합된 감각의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촉매 기제로서 작용한다.
류용문.이광호전(스페이스 사디)-두 작가는 새로운 미술을 찾아 나서기 보다는 회화 내부에서 쉽게 지나쳤던 지점을 찾는 시도, 재현이 암암리에 리비도와 맺는 관계를 드러낸 류용문가 재현 과정이 은연중 복제매체와 얽힌 관계를 드러낸 이광호의 전시다.
드로잉 작업
드로잉의 특수성가 가능성에 주목한 전시가 많았던 한 해다. 많은 작가들이 드로잉 자체를 중요한 매체로 여기며 그 자체의 목적을 위해 드로잉의 다양한 특수성을 실험하고 있다. 유희적으로 이미지를 창조한다는 공통성, 자기의식적인 작업, 일상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중섭드로잉전(삼성미술관 리움)-연필 소묘 자화상을 비롯 엽서화, 은지화, 편지화 등 100여점이 소개, 은지화에 새겨진 이중섭의 필력과 강렬한 에너지를 만남, 드로잉을 통해 이중섭이라는 작가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 , 이번 전시를 게기로 이중섭 회화의 자유분방한 화면의 이면에 가려진 선정성의 실체를 규명하는 다양한 논의가 요구
종이의 시학:명상과 몰입의 시간(환기미술관)-김환기의 60년대 종이작업과 윤향란의 80년대 이후 최근까지의 종지작업을 묶은 전시로서 수화는 뉴욕으로 건너간 이후 종이를 중요한 표현매체로 구사, 한지를 비롯하여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신문지, 잡지까지 다양하게 사용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종이의 분위기, 부드럽고 은은하며 담백한 질감의 특성을 살려 종이를 캔버스 위에 배접하여 식물적 형태나 항아리 형태로 재구성했다. 윤향란은 붙이고 뜯어내는 고된 몰입과 명상의 종이 작업을 통해 작가의 자의식이 어떻게 작품 속에서 구체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종이라는 실존의 재료에 자아를 합치시켜 생성되는 작가의 참된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 재료로서, 매재로서 또한 다양한 변용성을 가진 종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압축된 전시였다.
원동화의 드로잉-‘나의 드로잉들은 블랙 코미디 같이 웃음을 목표로 하는데, 그것은 우리 삶의 온갖 스트레스를 치유하려는 가냘픈 몸짓이기도 하다’ 일상 안에 숨어있는 현상과 사물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출발하는 상상이 내러티브가 존재,
김소연(세오갤러리)-그리기의 힘을 보여준 전시, 거친 느낌이 나는 드로잉 기법은 구사오가 추상 사이의 경계에 서있고 각종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의 중첩을 기호로 환원시키는 작가의 시선, 파편화된 그림, 좋은 연출가, 지나친 감정의 과잉이나 자아의 강요없이 흥미로운 배역들과 아름다운 장면들을 다루고 있다.
문성식-박제된 풍경, 불편한 풍경, 평화로운 장면이지만 그 작은 인위적인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풍경이 투사, 작가의 시선은 그 평화로워 보이는 인위적인 식물성의 치열함을 무심히 응시한다. 이중적 내러티브로 이루어진 현대적 알레고리
허윤희(인사미술공간)-전시장 벽면에 검은 목탄으로 그려진 우화적인 그림, 유연하게 전시장이라는 현실세계로 틈입해 온 흔적들의 깊은 인상
팀 노블과 수 웹스터의
추인엽(각갤러리)=순환하는 물 드로잉이 인상적이다.
추상작업
바이런 킴(로댕갤러리)-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미술에 대한 예리한 사고의 수준을 보여준 전시, 미술가 사회에 가질 수 있는, 그리고 철저히 그 질문이 답을 미술에서 발견하는 바이런 킴의 방식은 주목된다.
최상철(모란갤러리)-최고의 추상전시, 여전히 회화와 평면의 관계를 물어보는 근작, 드로잉연작들도 뛰어난 전시였다.
문형민(갤러리 쌈지)-내용과 형식이 배제된 마감 질이 훌륭한 질료의 물질성을 강조해 상품성과 순수예술의 관계통합을 연구한 지적 추상, 그림에 언어를 개입시키되 시각적이면서 언어적 두 관계를 보여주고 전시공간 전체를 하나이 스토어처럼 보이게 하여 대중매체 속에 빠져있으면서 심미적 성찰을 탐구한 전시
최인선(세오갤러리)-세오작가상 수상기념전시, 무의식의 조각적 이미지들을 유기적으로 드로잉한 화면에 일상에서 발견된 오브제들을 앗상블라주처럼 중첩시키거나 재구성, 작가의 지각적인 사고를 물질에 결합시킴으로써 정신과 물질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조화시키고 있다.
홍수연(갤러리 인)-작업의 과정에서 생성된 얼룩, 물감이 잔재, 말라붙은 색채의 껍질로부터 출발, 이 독립적인 색면들은 스스로 진화해 이제는 하면 위에서 섬세하게 자신의 운동을 드러내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운동성을 구현하기 위해 작가는 미리 농도를 조정해놓은 액상의 색채들을 중력의 힘을 이용해 흘림으로써 화면 우이에 얇은 레이어를 쌓는 과정을 통해 최소한의 두께를 지닌, 화면을 향해 최대한 밀착되어 있는 회화적 대상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존재감은 개별적인 색면들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이 윤곽들의 겹침, 다층적인 레이어의 교차에 의해 가능해진다. 개체들이 시각적으로 완전히 평면적인 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볼륨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반투명의 레이어들 사이로 점점 깊어지는 시각적 깊이에 의한 것이다. 홍수연의 색면들은 추상적 연속체의 단면들, 즉 상호 중첩되거나 분리된 사건 혹은 대상들의 순간적 간계들을 상호-침투적인 순간들이 형태로 나타난다.
회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
김동유(아트파크)-지우기로 그리기를 완성하는 그림, 그가 그림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을 모두 죽었고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는 공통성을 지닌다. 하면에는 무수히 반복된 작은 이미지들 위로 작가의 붓 자국이 만들어낸 지우기의 흔적이 역력하다. 거리를 두어야만 보이는 대상인가, 아니면 가까이 다가간 대상세서 우리는 늘 이외의 것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그리는 행위에 대한 반복되는 의심,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대한 생각의 독려다.
김정선(관훈갤러리)-기억의 잔재와 아미지를 다룬 회화
송명진(금호미술관)-실제와 환영의 경계를 다룬 작업, 움직임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움직임의 흔적 혹은 정지 상태를 그려낸 것, 캔버스 반 이상을 초록으로 뒤덮은 모더니즘 색면회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듯 하나, 화면에 묘사된 비사실적이며 평면적인 형상들을 통해 반환영주의의 모더니즘과는 상반된다.
이지은(브레인팩토리)-입체회화, PVC비닐이나 얇은 압축 스펀지 등을 이용하여 사물의 형상을 떠내는 입체 설치 작업, 사물의 외형을 일정한 간격으로 수평 분할하여, 각 절단면에 사물의 윤곽선을 새기고 파낸 다음, 빈 공간으로 포착된 사물의 단면들을 다시 수직으로 쌓는다. 반면 이러한 절단과 분할, 집적과 쌓기의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탄생한 작품은 평면적이다.
이동재-쌀아트, 한국인의 주식이라는 쌀의 현지성과 일반회화 언어이 틀을 고수한다는 점, 쌀 점들이 집요하게 모여 쌀의 곡물적 속성을 그대로 유지시키되 평면 위에 초상을 구현, 평면 위에 한 점 한 점 쌀알을 붙여나가 기필코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에 도달하는 노동 집약적 작가의 노고, ‘자기 지시저인 속성과 쌀이라는 소재의 생명사상과의 연관성 그리고 새대적 리얼리티의 반영’(고충환), 현식과 내용면에서 매우 단조로워 보이는 작업이 실은 고도의 재현 논쟁과 정치적 이슈를 건드린다. 아이디어가 좋다.
박주욱(덕원갤러리)-회화, 사진, 현실은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는가를 제시, 이 경계들을 융합된 측면으로 제시, 그가 제시하는 주요 소재는 정물과 풍경, 일상적인 풍경이 네거티브로 다가오면서 생경하다. 그것은 사진의 자리다. 그 사진이미지 역시 생경하다. 박주욱은 카메라 자체의 기계적인 특성과 광학적인 반응을 드러낼 수 있는 네거티브 작업으로 변환된 이미지들은 다시 사진에서 회화로 변환을 요구받는다. 그것은 박주욱의 작품에서 보이는 회화적 소재의 진부함을 벗어날 수 있는 사진에서 획득한 형식적 실험이다. 그래서 박주욱 작업의 사물들은 자신의 색을 잃어버리고 경계는 모호해지고, 대상의 이미지들은 다른 의미로 전이 되어 관객에게 제시된다. 박주욱은 현실적인 회화와 사진을 통해 비현실적 네거티브 이미지를 만들어 현실 속에 내재된 비현실적 모습에 직면하게 한다. 그러니까 작가는 회화의 자리에서 사진을 바라보고, 사진의 거리에서 회화를 바라보며 현실의 눈으로 비현실을 바라보고 비현실의 장면에서 현실을 바라본다.
김지은(제도화된 풍경, 인사미술공간)-‘도시공간은 사람들이 일상적 삶을 지속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국가에 의해 계획되고 관리된다.“ 일상성, 그리기의 본질, 그리고 도시주의를 창작소재로 삼아 이 교차하는 벤다이어그램 교집합을 유쾌하게 활용, 사사로운 일상성을 도시주의라는 무겁고 공적인 주제와 결합시키면서도 그리기의 문제를 부각하는데 성공, 마치 오래전 전용석의 증권거래소 풍경을 연상시킨다.
- 월간미술 연감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