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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들어 설 무렵 엄마는 늘 미숫가리를 준비했심더. 먹거리가 부족하고 언제나 허기지던 시절 모든 것이 축 늘어지는 지친 여름날 시원달콤고소한 엄마의 미숫가리 한사발은 다시 활기를 찾게 해주던 생명수였지예...ㅎ
반팔을 꺼내 입을 즈음... 엄마는 찹쌀,맵쌀,보리쌀,콩....그동안 모아 말린 누룽지, 귀한 율무, 들깨, 땅콩등을 깨끗이 씻어 말린 후 큰 백철 다라이에 담아 머리에 이고 방앗간으로 갑니더. 흥분된 기분으로 저는 뒤따릅니더....ㅎ 언제나 분주한 시장... 온갖 냄새가...흐~ 단내,쓴내,비린내,고소한내,....습한내,구수한내,...
드디어 방앗간... 벌써 아줌마들이 많이 기다리시네예... 고소한 냄새로 시작해서 매콤한 냄새까지... 피댓줄로 연결된 빻는 기계들이 신나게 돌아가고 있네예. 큰 검은 솥에는 보리인지 찹쌀인지...빙글빙글 돌아가며 살짝연기와 함께 고소한 탄 냄새를 날립니더.
다뽂아진 재료들은 분쇄기로... 요넘은 위로 묵고 아래로 토해냅니더. 아저씨가 위에서 쑤시던 막대기로 아래를 탕탕치니 따끈한 보드라운 모래같은 미숫가리가 눈처럼 큰 다라이에 막 떨어집니더... 다라이에 담고 보자기로 묶어 조심시럽게 집으로 옵니더. 시장을 다 담은 기분으로....ㅎ 집에 도착하면 쌀통 옆에 귀하게 모셔집니더. 저는 스텐 밥그릇에 한가득 담아 골목으로 나갑니더.... 친구들 앞에 한입 넣고 드레곤 불을 토합니더. 입에서 안개가....ㅋㅋ 저녁에 아부지도 한그릇! 학교 갔다온 히야도 한그릇!
누렁설탕 한숟갈에 미숫가리 둘, 물조금 착착 으개듯 비비다가 물을 좀 더넣고... 꿀꺽꿀꺽... 우리집은 아직 냉장고가 없어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그래도 제법 시원한 물...ㅎ 히야는 약간 덜 풀린 덩어리 씹히는 맛이 고소해서 좋다고 했심더...ㅎ...으이그...ㅋ
수박화채가 땡기지만 형편이 안되는 날은...ㅠ 푸른 벽에 붉은 동그라미 안에 얼음 氷자가 그려저 있는 얼음가게로 갑니더.. 어름이라고 적힌곳도 있고, 거두라는 큰 톱도 있지예...두부모 처럼 금을 지어 놓은 곳을 톱 등으로 쳐서 떼어낸 한덩어리를 몇십원 주고 끈으로 묶어 옵니더... 쌀양재기에 놓고 바늘과 망치로 깨고, 미숫가리와 물...그리고 이번에는 양이 많으니 설탕대신 뉴슈가나 삼성당....ㅋ 이때는 미숫가리 양이 적을 수록 더 시원합니더...ㅎ 빨리 마시다가는 코가 빠개질듯한 통증도...ㅋ 등물후 온가족이 둘러앉아 한그릇씩 마시면 더위가 싹 날라갔었지예... 달콤 하면서도 구수하고 고소하고...배도 부르고... 엄마의 사랑이 온몸 구석구석으로...ㅎ
요새 쪄서 말린 33곡짜리 프리미엄 선식도 이런 맛은 몬냅니더...ㅠ 그때 그맛을 어데서나 또 느껴볼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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