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계양교회

1독서: 에제 18:1-4, 25-32 시편: 시편 25:1-9 2독서: 필립 2:1-13 복음: 마태 21:23-32  살려느냐? 마음을 고쳐라! (우리가 사는 유일한 길, 슈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추석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송편 많이 드셨는지요? 이번 추석 명절은 내일 임시공휴일까지 합쳐서 3일 개천절까지 6일이나 되는 긴 연휴를 보내니 마음이 더 여유로운 것 같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네 속담은 추석의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을 잘 표현해 줍니다. 저는 추석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둥근 보름달 아래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는 장면입니다. 밝은 달빛 아래 서로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은 우리의 충만한 기쁨을 잘 표현해줍니다. 진정한 행복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혼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는 것, 말입니다.하지만 현대는 점점 함께 나누는 기쁨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현대 문명은 인간을 점점 더 혼자가 되게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밥도 혼자 먹는 혼밥이 유행하고, 뭐든지 혼자 할 수 있게 만듭니다. 모이면 뭔가 번잡스럽고 자칫하면 싸움이나 일어나니까, 뭐든지 혼자 하는 게 편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교가 추구하는 하늘나라, 하느님 나라는 결코 혼자 사는 나라는 아닙니다. 그리스도교는 함께 어울려 사는 나라를 추구합니다. 이사야서에 의하면, 그 나라는 ‘늑대가 새끼 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굴며 새끼 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어 먹고, 암소와 곰이 친구가 되고, 젖먹이가 살무사의 굴에서 장난하는 나라’입니다.(이사 11:6-8)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의 형상도 삼위일체, 즉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고백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우리 인간의 DNA에는 공동체의 특성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혼자일 때보다 함께할 때 참된 행복,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하늘나라의 공동체가 우리 가족공동체가 되고, 우리 교회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그 답을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습니다. 오늘 말씀의 주제는 ‘마음을 고쳐먹는 것’입니다. ‘마음을 고쳐먹는다’는 말을 기독교적 용어로 달리 말하면, 그것은 ‘회개’입니다. 회개는 단순히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변화가 아니라 행동의 변화까지 포함하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무엇이 ‘마음을 고쳐먹는 것’인지 두 아들의 비유를 통해 말씀해줍니다. 아버지가 큰아들에게 말합니다. ‘얘야, 너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 좀 해라.’ 하지만 반항적인 큰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싫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요청대로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합니다. 이번에는 작은아들에게 아버지가 똑같이 포도원에 가서 일 좀 하라고 말합니다. 순종적인 작은아들은 그 즉시 ‘예, 아버지’하고 대답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가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이 비유는 우리네 삶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자식들의 모습을 생각나게 합니다. 청소년 시절에 반항적인 아들이 나중에 철이 들면 마음을 고쳐먹고 부모에게 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청소년 시절에는 말을 잘 듣던 아이가 나중에 커서는 부모는 안중에도 없이 자기만 생각하며 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수님이 묻습니다. 두 아들 중에 아버지의 뜻을 받든 아들은 누구냐고. 당연히 마음을 고쳐먹고 아버지의 뜻대로 행동한 큰아들입니다. 말로만 하겠다고 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작은아들은 거짓말쟁이며 위선자입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대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마태 21:23)에게 하십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않은 거짓말쟁이며 위선자인 작은아들과 같다고 대놓고 말씀하십니다. 게다가 한술 더 떠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죄인 중의 죄인으로 취급받던 세리와 창녀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아버지의 말을 들은 큰아들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을 들은 대사제와 원로들은 분명히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두 아들의 비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 교훈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듣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주님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듣는 것으로만 그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큰 풍파가 닥치면 곧 허물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큰 스승으로 존경받았던 신영복 선생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생 동안의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그것입니다. 발은 여럿이 함께 만드는 삶의 현장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입니다.” ‘두 아들의 비유’가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바로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구원의 필수요건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리와 창녀가 대사제나 원로들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은 모든 세리와 창녀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된 삶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입니다. 물론 대사제와 백성의 원로들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고, 이전의 삶에서 돌이켜 새로운 삶을 산다면, 그들 역시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1독서 에제키엘서는 우리가 살기 위해 마음을 고쳐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몇 번이나 반복하며 강조합니다.27 못된 행실을 하다가도 그 못된 행실을 털어버리고 돌아와서 바로 살면 그는 자기 목숨을 건지는 것이다. 28 두려운 생각으로, 거역하며 저지르던 모든 죄악을 버리고 돌아오기만 하면 죽지 않고 살리라... 30..주 야훼가 하는 말이다. 이스라엘 족속들아, 너희의 행실을 고쳐라. 거역하며 저지르던 죄악을 모두 버리고 마음을 돌려라... 32.. 살려느냐? 마음을 고쳐라. 여기서 ‘돌아오라’, ‘고쳐라’, ‘마음을 돌려라’, ‘마음을 고쳐라’라는 말은 모두 히브리어로 한 단어입니다. 바로 슈브(שׁוּב)라는 단어입니다. ‘돌아오다’ ‘고치다’ ‘돌이키다’, ‘마음을 고쳐먹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이 히브리어 말은 나중에 그대로 ‘회개’를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노이아’로 옮겨집니다. 그래서 ‘회개’라는 단어의 뜻은 단순히 마음의 뉘우침만을 의미하지 않고, 마음을 고쳐먹고, 행실을 고치라는 행위의 변화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잘못을 깨닫고 마음으로만 뉘우치기만 하고 행실을 고치지 않으면 오늘 ‘두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작은아들처럼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로 지난 5주간에 걸쳐 지켜왔던 ‘창조절기’가 끝이 납니다. 생태와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슈브, ‘마음을 고쳐먹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 위주로, 인간 삶의 편의 위주로 모든 자연과 환경을 다루어왔습니다. 그래서 자연 환경이 망가졌고, 그 결과 모든 인류의 삶을 위협받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고쳐먹고, 우리의 행실을 고쳐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환경을 아끼고 보호합시다’라는 말에, ‘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하고 말로만 동의하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작은아들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결국 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우리가 지금까지 나만을 위해 살아왔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으로 우리의 마음과 행실을 고쳐야 합니다. 우리 인간의 편의만을 위해 살아왔다면, 지구 환경의 편의를 생각하고 우리의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뉘우치지만 말고,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